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특파원 칼럼] 힐러리 클린턴 vs 엘리자베스 워런

최형욱 뉴욕특파원 choihuk@sed.co.kr


간혹 인터넷을 검색하다 기자가 쓴 과거 경제전망 기사를 보고 민망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글의 깊이나 논리 전개의 저열함은 둘째 문제이고 예상이 완전히 빗나가 있기 때문이다. 미래 예측은 '신의 영역'이라며 변명해보지만 과거 평가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한때 전 세계에 신자유주의 열풍을 일으킨 레이거노믹스가 대표적이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지난 1981년 집권 이후 8년간 성장률, 실업률, 소득 불평등, 빈곤율, 인플레이션율, 정부 재정 등 대부분의 미국 경제지표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그 어느 때보다도 악화됐다.

이를 두고 신자유주의자들은 "1970년대 후반의 오일쇼크와 전임 지미 카터 대통령 실정의 후유증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실제 취임 초반인 1981~1982년을 빼고 레이건 집권기의 평균 성장률만 놓고 보면 괜찮은 수준이다. 특히 레이건 대통령은 규제 완화와 감세·구조조정 등을 통해 미 경제의 장기성장 발판을 마련했다는 게 보수주의자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후임인 조지 HW 부시 대통령 시절의 경제는 레이건 때보다 더 엉망이었다. 따라서 레이건 대통령 시절의 빈약한 경제 성적표를 전임자 탓으로 돌리려는 시도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 신자유주의자들의 논리를 이어가면 부시 대통령 시절의 경제 파탄은 레이건의 신자유주의 정책 탓이다.

진보적 워런 차기 대선 후보로 급부상

반면 1990년대 후반의 골디락스(Goldilocks·고성장 속 저물가) 경제를 빌 클린턴 대통령의 공으로만 돌리기도 어렵다. 제프리 색스 컬럼비아대 교수 등 미국 내 일부 진보학자들은 민주당의 클린턴 행정부 역시 중도좌파가 아닌 중도우파 정권으로 레이건의 신자유주의 유산을 물려받았다고 주장한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는 무분별한 규제 완화로 거품을 양산한 클린턴의 책임이 크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클린턴은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전직 대통령이다. 본질이야 어쨌건 당시 경제가 호시절을 누렸던 것도 분명하다. 최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유력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데는 개인적 역량에 더해 남편의 후광도 한몫하고 있다. 이는 클린턴 전 장관에게 양날의 칼이다. 클린턴 대통령의 정책에 비판적인 골수 민주당원들에게 힐러리는 미 중산층과 빈곤층의 고통에 둔감한 낡은 정치인이다.



이들 강경파에게 클린턴 전 장관은 빈부 격차, 금융권의 탐욕, 국민 이익과 괴리된 워싱턴 정가, 해외에서의 끊임없는 전쟁 등 미국의 뿌리 깊은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부족한 것으로 비친다. 실제 월가는 클린턴 전 장관을 공화당의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주지사와 함께 최고의 선호 후보로 꼽고 있다. 더구나 클린턴 전 장관이 숱한 실책을 저지르면서 지지율은 하락하고 있다. 연설 대가로 대학에서 22만달러를 받았다가 구설수에 오르는가 하면 국무장관 시절 자신이 만들어놓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노선을 공격했다가 민주당 매파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클린턴 전 장관이 못마땅한 골수 민주당원들은 진보적 성향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에게 열광하고 있다. 본인의 불출마 선언에도 자발적인 추종 모임이 잇따라 만들어질 정도다. 민주당 내 풀뿌리 시민단체의 힘을 빌려 2008년 경선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클린턴 전 장관을 누르고 혜성처럼 등장했던 때와 양상이 비슷하다.

물론 클린턴 전 장관은 대선 레이스에서 가장 앞서 있다. 하지만 현재 민주당 골수당원들은 큰 정부와 혼합경제, 시장 효율성과 경제 정의와의 균형, 증세와 복지 등 1950~1970년대 미국적 가치를 되찾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이들이 '미국의 변화'나 '희망'을 얘기하기에 클린턴은 '2%' 부족하다. "진보세력은 클린턴 전 장관을 좋아하지만 워런 의원은 사랑한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더구나 워런 의원은 금융개혁의 선봉자이기 때문에 월가 탐욕에 부정적인 공화당원으로부터도 일부 지지를 받고 있다.

'클린턴 대세론' 뒤집을까 주목

'클린턴 대세론'이 무너지고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과 정치적 성향이나 정치 입문 과정이 비슷한 워런 의원을 지지할 것이라는 분석마저 나온다. 클린턴 전 장관과 달리 워런 의원이 대통령에 취임하면 미국 역시 레이건 시대의 유산과 더 단절하며 새로운 길을 찾을 공산이 크다. 오는 2016년 치러지는 미 대선 후보의 향방이 벌써부터 궁금해지는 이유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