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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적 임금체계 손질 초점… 기업 부담 완화안도 내놓을듯

■ 윤곽 드러나는 통상임금 해법<br>기본급 억제로 초과근로 일쑤… 복잡한 체계 더이상 방치 못해<br>기업부담 지나친 증가 차단… 초과근로수당 일정 감액 추진


임금제도개선위원회 잠정안의 큰 방향은 "기형적인 임금 체계를 바로잡되 기업 부담은 완화하자"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위원들은 상여금과 각종 수당이 남용되는 기형적인 임금 체계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렇게 될 경우 임금 체계 개편 이후 통상임금 범위가 확대되면서 기업들의 부담이 어느 정도 늘어나는 것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임개위는 다만 고정상여금 등을 한꺼번에 현실화할 경우 기업 부담이 너무 커지는 만큼 이를 완화하기 위한 보완책도 함께 내놓을 계획이다.

임금 체계의 불합리함은 고정상여금이라는 이름에서 벌써 드러난다. 상당수 근로자들은 2개월 혹은 분기마다 기본급의 1~2배 정도의 상여금을 받고 있다. 상여금 600%를 지급할 경우 기업들은 대개 2개월마다 100%씩 근로자들에게 지급하게 된다. 그런데 상여금은 특별한 성과가 있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급여로, 말 그대로 '보너스'다. 경영성과를 반영해 구성원들에게 2~3개월이나 반기에 한번씩 지급하는 것이다.

이 같은 상여금 항목을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기업이 통상임금을 줄여서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통상임금은 쉽게 말하면 기본급 임금을 말하며 초과근로나 휴일근로수당 등을 계산하는 기준이 된다. 초과급여는 통상임금의 1.5배다. 기업으로서는 통상임금을 적게 가져가는 것이 초과급여를 줄이는 길이다. 때문에 기업은 기본급으로 줘야 할 임금을 상여금이라는 이름으로 쪼개 지급함으로써 인건비 부담을 줄여온 것이다.

각종 수당도 마찬가지다. 체력단련수당과 김장수당ㆍ효도수당 등 갖가지 수당을 만들어 주는 것도 통상임금을 줄이기 위한 수단이다.

이는 물론 기업의 일방적인 잘못만은 아니다. 근로자도 책임이 있다. 상여금을 올리고 각종 수당을 새로 만드는 것은 매년 임금협상에서 노조가 주장하는 단골 메뉴다. 각종 수당들은 비과세되기 때문에 근로자에게도 유리하다. 우리나라 100인 이상 사업장의 기본급 비중이 57.3%에 불과한 기형적인 임금 체계는 이처럼 노사의 합작품인 것이다.

문제는 이런 기형적인 임금 체계가 온갖 부조리를 낳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근로자로서는 기본급이 억제돼 초과근로를 많이 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몰리게 된다. 근로자의 실질적인 임금 수준을 제대로 파악하기도 어렵게 만든다. 총 연봉이 1억원에 육박하는 현대자동차 노조들이 귀족노조라는 비판을 받지만 정작 기본급은 20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며 항변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임무송 고용노동부 근로개선정책관은 "사용자ㆍ근로자 누구의 책임이 더 크든 간에 분명한 점은 현재 임금 체계의 문제를 더 이상 놔둘 수 없다는 것"이라며 "정부가 임개위를 통해 임금 체계 단순화와 근로시간 단축을 추진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임개위 결론대로 통상임금 범위가 확대되면 통상임금에 연계된 초과급여 등도 덩달아 늘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기업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각종 상여금과 수당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면 기업 입장에서는 한 해 약 6조1,000억원의 노동비용이 증가한다. 이같이 한꺼번에 비용이 증가하면 기업 경쟁력에도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임개위는 기업의 부담을 완화하는 보완책을 같이 내놓을 계획이다.



임개위의 한 위원은 "통상임금에 고정적 성격의 임금을 집어넣은 후에 실제로 초과근로수당을 계산할 때는 일정 부분 감액시켜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기존에 200만원이던 통상임금이 확대돼 250만원이 됐다면 초과근로수당을 계산할 때는 20만원을 깎아줘 230만원을 적용시킬 수 있다. 초과근로수당의 할증률 1.5배를 다소 낮추는 방안도 임개위가 검토하는 방안 중 하나다.

어느 정도 범위까지는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되 나머지는 노사의 결정에 맡기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명백하게 기본급과 다름없는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되 나머지 각종 수당들을 통상임금에 넣을지는 노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임개위 관계자는 "통상임금 범위가 확대돼도 애초에 상여금 비중이 적은 중소기업은 혜택이 얼마 없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며 "통상임금 확대로 기업과 중소기업 근로자의 불이익이 커지지 않도록 다각도로 개선 방안을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 말 임개위의 결론이 나오더라도 아직 갈 길은 멀다. 현재 대법원에서는 근로자들이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을 놓고 전원합의체 판결을 앞두고 있다. 전원합의체 판결은 통상임금에 대한 사법부의 입장을 최종 정리하는 성격이어서 산업현장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소송이 당사자들의 개별적인 조건에 대해 판단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일반화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대법원의 판결이 나오더라도 노사정 간에 추가 논의가 불가피하다. 따라서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 그동안 임개위에서 논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노사정위원회에서 또 한번의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임개위 결론과 전원합의체 판결, 노사정위 논의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통상임금과 관련한 입법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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