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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1,000만대 시대/경제 고속성장 상징 기간산업으로 “우뚝”
입력1997-07-18 00:00:00
수정
1997.07.18 00:00:00
박원배 기자
◎국산보급률 100% 육박 생산규모 세계 5위권/경쟁력 약화·낮은 도로율·후진교통문화 과제10,000,000대. 7월 15일 우리도 「자동차보유 1천만대 국가」에 진입했다. 세계 15번째 기록으로 국민 4.5명당 1대꼴이며, 가구당 1대를 보유하게 된 셈이다. 국내자동차산업이 지난 62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그 후 40년도 채 안된 짧은 기간에 우리의 자동차산업이 비약적으로 성장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선진국들이 대부분 1백년에 이르는 자동차문화를 갖고 이런 기록을 세운 것과 비교하면 자동차는 고속성장한 우리경제의 상징이 되고 있다.1천만대 보유를 쉽게 설명하면 「우리나라에 있는 모든 차를 한줄로 세우면 지구 10바퀴를 감을 수 있는 숫자」다. 이땅에 굴러다니는 자동차의 철강재 무게를 합치면 1천만톤이 넘는다. 수출까지 포함하면 국내 철강수요의 15%를 자동차가 차지한다는 계산도 나와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큰 의미는 보급의 대부분이 국산차라는 점이다.
전세계에 1천만대 보급시점에서 국산차 보급율이 거의 1백%에 달한 나라는 없다. 자체적으로 성장했다는 뜻이다. 물론 지금은 이것이 빌미가 돼 미국, 유럽등지의 강력한 통상압력을 받고 있지만 자동차가 국내 산업발전에 기여한 것은 분명하다.
실제로 자동차산업은 반도체를 비롯한 전자산업과 함께 우리경제를 지탱하는 기간산업으로 확고히 자리잡았다.
지난해말을 기준으로 국내업계의 자동차 수출은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8.02%, 전산업 생산의 9.6%, 제조업내 부가가치의 8.2%, 종업원은 20만명으로 제조업의 7.46%를 차지하고 있다. 연관효과 까지 감안하면 이는 더 커진다. 예를들어 운수업 종사자는 75만명, 정비업체 종사자도 10만여명에 달한다. 이밖에 보험업, 물류업 등 간접인력을 포함하면 자동차로 파생된 일자리는 1백50만명이 넘는다. 『자동차와 관련없는 산업은 더이상 없다』는 얘기는 그리 과장된 표현도 아니다.
이제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은 규모면에서 「세계적」이다. 생산규모는 이미 지난해말로 3백50만대를 넘어섰고, 올해말에 가면 4백여만대에 근접하게 된다. 현재 업체들의 생산계획을 그대로 추진한다면 2000년께는 5백5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수출규모는 1백21만대를 넘어섰고, 내수시장에도 1백64만대를 판매했다. 지난해 생산규모는 2백81만3천대. 이는 세계 5위권의 자동차 생산국으로 도약했다는 뜻이다. 올해는 내수가 침체를 보이지만 수출이 활기를 띠면서 2백90만대3백만대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개발력에서도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의 위상은 세계적이다. 대형차외에는 모두 수출에 나서고 있으며, 수출차종도 소형위주에서 준중형, 중형으로 한단계 높아지고 있다. 이제는 개발모델의 대부분을 독자적으로 해결하고 있다.
90년대 들어 개발된 현대의 엘란트라, 스쿠프, 뉴그랜저, 쏘나타 Ⅱ.Ⅲ,엑센트, 마르샤, 아반떼, 티뷰론, 다이너스티, 기아의 세피아, 스포티지, 크레도스, 대우의 에스페로,라노스, 누비라, 레간자, 쌍용의 무쏘, 이스타나 등 대부분의 차종이 수출에 아무 제한이 없는 독자개발품이다.
독자기술력의 확보는 세계화에 적극 나서는 원동력이 되고 있는 것도 자동차보급 1천만대 시대의 새로운 경향이다. 국내업체들은 적극적인 해외투자에서 기술을 적극 제공하면서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대우는 국내 1백만대, 해외 1백50만대 체제를 2000년 목표로 내세우면서 해외위주의 경영구도를 갖추었다. 이에 자극받은 현대와 기아, 아시아, 쌍용 등도 적극적인 해외투자 전략을 통해 전세계에 한국차의 위상을 확고히 심고 있다.
보급 1천만대 시대를 맞아 산업측면에서 이같은 밝은 면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국내업체들이 넘어야할 산은 높다. 자동차 보급 1천만대를 기록한 15일에 국내 유일의 자동차전문그룹인 기아가 사실상 도산을 한 것은 우리자동차 산업이 안고 있는 총체적위기의 상징이다.
시설투자 확대와 신규사업자 참여 등에 따른 공급과잉 문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산업경기의 전반적인 침체와 맞물려 극심한 내수부진을 초래, 자동차 업계의 구조조정론을 몰고왔다. 승용차분야만 해도 기존의 현대, 기아, 대우에 이어 오는 9월에는 쌍용이, 내년 3월에는 삼성이 가세하게 되면서 중대형 분야에서 5파전을 펴게된다. 특히 1천만대 보급의 의미는 내수시장의 정체를 뜻한다. 그 돌파구는 수출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주력시장이 되고 있는 선진국에서 경쟁력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특히 외국업체들의 파생적인 시장개방 압력은 강도를 더하고 있다. 지난 13일 부터 미국과 EU자동차협회 관계자들이 방한, 정부와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을 방문, 시장개방을 소리친 것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수입차업체들의 모임인 한국수입자동차협회는 수입차 개방 10주년을 맞아 최근수입차의 한국시장내 점유율을 현재 1%수준에서 앞으로는 10%까지 높이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얼마전 까지만 해도 할 수 없던 얘기지만 이제는 자유롭게 한다. 게다가 늦어도 99년에는 일제차가 몰려온다.
한마디로 진퇴양난이다. 총체적 난국이다. 기업의 생존까지 위협을 받는 상황이 되고 있는 것이다.
낮은 도로율과 선진국에 뒤지는 것으로 평가되는 교통문화 등도 1천만대 시대의 새로운 과제가 되고 있다. 이를 일본과 비교하면 쉽게 드러난다. 73년 당시 일본의 자동차 1대당 포장도로 길이가 12.5m인 데 비해 95년말 현재 한국은 그 절반수준인 6.5m에 불과했다. 또 후진적인 교통문화의 가늠자로 꼽히는 교통사고 사망률을 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자동차 1만대당 교통사고 사망자수가 일본은 6.3명인데 비해 한국은 14명으로 갑절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자동차는 많은데 도로가 불충분하다 보니 우리나라의 승용차 1대당 연평균 주행거리는 2만5천5백50㎞로 일본의 9천9백90㎞, 독일 1만2천4백㎞, 프랑스 1만4천㎞의2배를 초과하면서 심한 교통체증을 유발, 물류비용을 증대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자동차 배출가스에 따른 환경오염은 국가적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박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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