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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진단] 흔들리는 '상저하고'… 내주 창업대책 시작, 부양카드 쏟아낸다

[바뀌는 경기상황 심각해진 정부] <br>산업 지표·수출 부진따라 추가 진작 방안 준비<br>내달 기업 규제완화·서비스업 활성화도 예정<br>정교한 스몰볼 대책에 추경 가능성도 열어놔야

대한양돈협회는 최근 정부에 이색적인 건의를 했다. 족발이나 보쌈을 배달할 때도 원산지표시를 의무화해달라는 것. 현재 치킨은 배달할 때 원산지표시가 의무화돼 있지만 족발이나 보쌈은 이 같은 의무조항이 없다. 경기침체에 빠져 있는 돼지 농가들을 위해 정부가 나서달라는 요청이다.

정부는 최근 200여개 업종 협회 등으로부터 투자심리 개선을 위한 각양각색의 아이디어를 받고 있다. 다음달께 또다시 발표할 기업규제완화 '스몰볼' 정책을 만들기 위해서다. 경기진작을 위해 경제주체들의 애로사항을 핀셋처럼 집어내 해결해주겠다는 것이다.

당장 다음주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는 창업대책이 테이블에 오른다. 기업투자 활성화, 부동산 대책에 이은 스몰볼 시리즈 3탄이다. 다음달에는 기업규제완화와 더불어 서비스업 활성화 방안 등도 발표될 예정이다.

정부가 이같이 바쁘게 움직이는 데는 최근 경기상황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깔려 있다. 당초 '상저하고'로 예측했던 경기가 '상저하중' 또는 '상저하저'로 바뀔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 당장 지난 3월 산업활동 동향은 정부 당국자조차 "충격적"이라고 말할 정도로 부진했다.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정부 입장으로서는 미시적인 경기 활성화 대책들을 총동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온 것이다.

◇불안해지는 '상저하고', 성장률 달성도 불투명=최근 우리 경제는 물가상승세가 둔화됐다고 하지만 실물지표 개선세가 눈에 띄게 주춤해진 국면이다.

3월 광공업생산이 반도체ㆍ기계장비 등의 부진으로 전월 대비 3.1%나 하락했다. 2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다가 갑작스레 고꾸라진 모습이다. 경기회복을 이끌었던 서비스업생산 역시 금융ㆍ보험, 운수 등의 부진으로 1.0% 감소했다. 소비심리도 다시 얼어붙으며 소매판매지수는 전월 대비 2.7%나 하락했다.

경제성장의 한 축을 담당하는 수출 상황도 녹록지 않다. 무역수지는 두자릿수 흑자를 이어가고 있으나 수출과 수입이 함께 줄어드는 불황형 흑자가 시작됐다는 게 문제다. 실제 4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4.7% 감소한 463억달러, 수입은 0.2% 줄어든 441억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예측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3.7%가 상반기가 채 지나기도 전에 위협 받고 있는 양상이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3.7% 가운데 내수가 2.9%를 담당해줄 것으로 봤으나 현재 국내 경기 상황으로 보면 비관론이 비등하고 있다. 여기에 유럽 재정위기까지 다시 심화되며 수출 상황 역시 예측보다 악화되는 분위기다.

◇'추경은 없다' 미시대책 총동원령=정부는 1ㆍ4분기에 올해 쓸 수 있는 재정 276조8,000억원 중 32.3%인 89조4,000억원을 집행했다.

이는 당초 계획했던 30.0%, 83조1,000억원보다 2.3%포인트인 6조3,000억원이나 많은 규모다. 정부는 상반기에 공식적으로 60.0%를 계획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이를 웃도는 집행을 계획하고 있다.



이 같은 재정 조기집행 실적에도 불구하고 상반기 경기지표가 예상보다 부진하게 나타나자 경제정책의 조타수 역할을 맡고 있는 재정부는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상반기 재정 조기집행으로 하반기에는 재정 투입여력이 크지 않은데 경기를 부양할 마땅한 카드가 없기 때문이다.

경제당국 안팎에서는 하반기 추경편성론이 고개를 들고 있지만 정부는 아직까지는 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재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늦깎이 추경은 경기 진작 효과도 크지 않을 뿐 아니라 재정의 불투명성을 높인다"며 "현재로서는 추경편성 가능성이 없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정부는 추경 등 거시정책을 포기하는 대신 미시적 대책을 상반기 안에 쏟아낼 계획이다. 박 장관이 최근 잇따라 강조하고 있는 스몰볼 대책이 바로 그것이다.

정부는 1일 크라우드펀딩 도입 등 다양한 기업투자 활성화 방안을 내놓은 데 이어 10일에는 양도세 완화 등 종합적인 부동산대책을 발표했다. 다음주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는 창업 환경 개선을 위한 대책이 발표될 예정이다. 다음달에도 기업규제완화, 서비스업 활성화, 중국 내수시장 진출 방안 등 매달 2~3개에 달하는 스몰볼 대책들이 쏟아질 예정이다.

◇스몰볼 대책 정교하지 않으면 한계…투자심리 연결고리 찾아야=거시경제 전문가들은 재정건전성을 최우선 순위에 놓고 경기부진에 대응하는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에는 원칙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가 하반기 되살아날 수 있다는 믿음이 아직까지 남아 있는 상황에서 무리한 경기부양 카드를 꺼내면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가계의 소비심리와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극도로 부진한 만큼 보다 정교한 스몰볼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하고 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실물경제팀장은 "2ㆍ4분기 경기 상황이 여전히 회복세를 보일 가능성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당초 예측보다는 그 시기가 다소 늦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정부가 기업의 투자심리를 개선할 수 있는 연결고리를 정교하게 찾아내 경기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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