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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닝할 필요도 못느껴"… 일반고 무기력증 팽배

"특목고·자율고 등 확대로 상대적 박탈감 커"

학생 56%·교사 87% '심각한 위기상황' 진단


"공부든 뭐든 해볼 만한 분위기가 안 돼요. 일부러 앞자리에 앉으려고도 해봤는데 저만 이상한 애가 되더라고요. 차라리 포기하는 게 편해요."(강북 소재 A고교 1학년 학생)

"커닝(부정행위) 자체가 없어졌어요. 한다고 해서 내 인생이 달라질 것 같지 않다는 무력감이 커요." (강북 소재 B고교 교사)

일반고에 몸담은 학생과 교사가 느끼는 무력감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임계치에 달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17일 서울시의회가 경희대 연구팀에 의뢰한 '서울시 일반고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지원방향 및 전략수립 연구' 결과 보고서에서다. 이번 보고서는 성열관 경희대 교육학과 교수팀이 서울 일반고 183곳 중 80%(148곳)에 달하는 1∼2학년 학생 1만 7,373명을 대상으로 심층면담을 실시한 결과로 일반고 학생과 교사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반영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에 응한 학생 중 '일반고에 다니면서 아무런 문제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대답은 1.4%에 불과했다. 교사의 86.9%는 심각한 위기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연구팀이 일반고 위기 정도에 대한 인식을 4단계로 조사한 결과 '전혀 문제 없음'이라고 답한 학생은 1.4%이고 '문제가 있음'은 42.6%, '약간 심각한 위기'는 41.0%를 차지했다. '매우 심각한 위기'라고 응답한 학생도 16.2%에 달했다. 설문에 응한 1만7,373명 중 1.4%인 243명을 빼고는 일반고가 위기라는 사실에 공감한 것이다. 특히 상위권일수록, 학교 소재지가 강남·서초·송파구를 제외한 '비강남'일수록, 남녀공학일수록 일반고에 대한 위기의식이 강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반고가 겪는 위기의 원인으로는 △학생 자치활동, 동아리 활동이 형식적이다(63.4%) △중학교 성적이 낮은 학생이 많이 진학했다(52.1%)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하고자 하는 의욕이 낮다(52.2%) 등이 꼽혔다. 특히 수업 의욕이 낮다는 데 대해 1학년은 50%, 2학년은 54.5%가 동의해 학년이 높아질수록 일반고 학생들의 공부 의욕이 떨어진다는 걸 보여줬다.

교사가 느끼는 위기의식은 학생보다 심각했다. 교사 10명 중 8명이 넘는 86.9%가 일반고가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20년 이상 교사들이 느끼는 무력감이 매우 컸다. 떠들거나 자는 학생이 많다는 것에 대해서도 20년 미만 교사는 68%가 동의했지만 20년 이상 교사는 대다수인 91.9%가 동의해 큰 차이를 보였다. 성 교수는 "조사 과정에서 교사들이 특목고 설립 때 한 번, 자율형 사립고(자사고)가 확대되면서 좌절감을 크게 느꼈다고 응답했다"며 "학생보다 교사가, 젊은 교사보다는 높은 연차의 교사가 무기력감을 느끼는 데는 일반고가 계속 우수한 학생들을 뺏기면서 무기력을 계속 학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경근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실에서 30명이 앉아있으면 그 중에 5명이라도 수업에 참여할 의지를 가지고 질문과 호응이 있으면 수업을 할 수가 있지만 그 학생이 1∼2명으로 줄면 교실은 마비가 되는데 일반고가 겪고 있는 현재 상황이 이 정도 수준"이라며 "교실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기 위해 교사나 학생이 무언가를 해볼 수 있다는 임계점이 있지만 서울 일반고는 이 임계점을 넘어선 상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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