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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국정조사를(사설)

곡절많고 할 일많은 임시국회가 열렸다. 정치·외교·안보·경제·사회적으로 충격적이고 굵직한 사건들이 연거푸 터진 상황에서 열린 이번 임시국회는 그 어느 때보다 의미와 기대가 크다.지금 우리는 국가적으로 위기국면에 처해 있다. 위기의 뿌리도 여러갈래다. 노동법 안기부법 날치기 통과와 이로 인한 대규모 파업이 한바탕 나라안팎을 흔들었다. 그 여진은 아직 잠복되어 있다. 이어 한보비리가 터졌다. 한보사태의 의혹은 검찰수사에도 불구하고 잠재워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황장엽 북한 노동당비서의 망명, 김정일의 동거녀 성혜림의 조카 이한영씨 권총피습사건이 잇달았다. 이런 사건만 충격적인 것이 아니다. 헤어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는 국가경쟁력의 끝없는 추락도 경제 위기를 거듭 실감케 한다. 세계 43개국중 외채증가율 1위, 경상수지적자 2위, 성장률 하락폭 3위를 기록, 멕시코 경제위기의 재판 위기감을 지우기 어렵다. 시원스럽고 마음이 트이는 구석이 한군데도 없다. 민심은 불안하고 불신투성이다. 국민은 마음을 잡고 기다려 볼 여유가 없다. 그럼에도 정부나 정치권은 무대책으로 낮잠을 자고 있는 꼴이다. 위기에 대책이 없으니 그야말로 진짜 위기가 아닐 수 없다. 이같은 위기국면 아래서 임시국회가 열렸다. 국민의 불안과 불신을 씻을 속시원한 대답이 나와야 한다. 많은 사안중에서도 이번 임시국회의 초점은 한보비리의 진상규명이고 의혹의 실체를 파헤쳐 재발방지 장치를 마련하는 일이어야 한다. 행여나 기대했던 검찰수사가 사실상 마무리 되어가고 있지만 실망감만 안겨줬다. 핵심을 피해갔는지, 접근을 못했는지 본질과는 거리가 멀어 수서사건때처럼 「축소수사」의 느낌은 그대로 남아 있는 터라 국회의 국정조사에 마지막 한가닥 기대를 걸게 되는 것이다. 물론 수사권이 없는 국회로서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문제는 여당의 자세에 달려 있다. 국회조사의 핵심은 의혹의 대상이 되고 있는 인사들의 증인 참석여부인데 여당의 협조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김영삼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도 스스로 결백을 증명해 보이는 데는 국회 청문회만한 자리가 없을 것이다. 세간에는 그와 얽힌 설이 분분하고 고소인 자격으로 검찰조사를 받을 예정이라고 하지만 검찰조사에 대해 국민적인 불신이 씻겨지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정조사가 여야 당략 차원이 아니고 면죄부 주는 무대가 아니라면 사람을 가리지 말고 증언대에 세워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을 국민에 낱낱이 공개하도록 TV생중계를 해야한다. 숨길 것 없이 신뢰를 얻을 양이면 피할 이유가 없다. 설사 사법권이 없어 실체 밝히기에는 모자란다해도 거짓증언과 진실사이를 국민의 눈으로 판단할 수는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짧은 회기동안 무엇을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 앞선다. 또 과거 국정조사가 여러번 있었으나 제대로 된 적이 없었던 전례도 기대보다 우려를 깊게 한다. 이번만은 달라야 한다. 과거처럼 여당은 숨기거나 축소하려 하고 야당은 폭로전술로 나온다면 국정조사는 안하느니만 못하다. 면죄부를 주고 불신과 의혹을 부풀려 위기 불안은 증폭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만은 국회다운 국회, 청문회다운 청문회가 되어야 한다. 구색맞추기로 축소된 증인에다 통과의례식 청문회로 끝난다면 두고두고 벗을 수 없는 족쇄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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