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의 권익 실현을 중시한 프랑스 사회당 정부는 1998년 주당 근로시간을 39시간에서 35시간으로 줄였다. 당시 프랑스 노동부 장관의 이름을 딴 일명 '오브리법'이다.
법안의 목적은 10%에 이르는 만성적 실업률을 떨어뜨리는 것이었다. 사회당 정부는 기존 근로자들의 근로시간을 10% 줄이면 비용을 더 들이지 않고도 70만개의 새로운 고용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여성들의 사회 진출 기회도 아울러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결과는 예상을 크게 빗나갔다. 사회당 정부의 바람과 달리 일자리는 전혀 늘어나지 않았다. 기업들은 변형근로제(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하루 또는 주 단위로 근로시간을 초과해 운영하는 근로제도) 도입, 생산시설 해외 이전, 설비자동화를 통한 인력 감축 등으로 비용 절감을 시도했다. 근로시간 단축이 고용률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은 허황된 꿈에 불과했고 프랑스 의회는 훗날 "(오브리법 시행으로) 일자리 창출은 되지 않고 인플레이션만 부추겼다"고 비판했다. 결국 프랑스는 2005년 법안을 수정해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정책을 사실상 포기했다.
프랑스의 실패와 달리 독일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크다.
독일은 프랑스보다 앞서 1990년에 법정근무시간을 주당 35시간으로 줄였다. 그랬더니 기업들은 신규채용을 줄이고 인건비가 싼 해외로 생산시설을 이전했다. 이에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는 2003~2005년 근로시간 단축, 노동시장 유연화, '미니 잡'으로 불리는 시간제일자리 창출 등의 '하르츠 개혁'을 실행했다. 개혁은 성공적이었다. 독일의 고용률은 2003년 64%에서 2012년 76.7%까지 올랐고 실업률은 10%가 넘던 것이 지난해 5.4%까지 떨어졌다.
국제노동기구(ILO)도 "국가 차원의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정책은 실질적인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안 된다"고 평가하고 있다. 따라서 오브리법의 실패를 답습하기보다는 국가별 상황에 따른 일자리 창출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근로시간 단축은 국가가 주도하는 단축이 아닌 노사 간 협약을 통해 추진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라며 "아울러 연장·야간·휴일근로 할증률 개선, 연차휴가 사용 촉진제도 강화, 유연근로시간제도 개선 등이 선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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