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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글로벌 금융 시장의 최대 이슈는 러시아다. 유가 하락 등으로 이달 들어 러시아 증시는 35.4% 급락했고 루블화의 가치는 43.6%나 떨어졌다. 러시아는 자본 유출 억제를 위해 기준금리를 6.5%포인트나 인상했지만 여전히 암울한 경제전망이 주를 이루고 있다. 디폴트(채무불이행) 공포감도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필자가 이 대목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앞으로 러시아가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것이 아니라 신흥 시장의 위기가 반복되는 현상, 그리고 이러한 신흥 시장 위기의 전염성, 나아가 거대 신흥 시장의 대표 주자로 불린 브릭스(BRICs)의 명암에 대한 부분이다.
신흥 시장의 위기는 역사적으로 항상 반복돼왔다. 그 기저에는 그것이 정치적 요인이든 경제적 요인이든 항상 자본의 이동이라는 요소가 자리하고 있다. 자본의 이동은 실물 부문(경상수지)과 금융 부문(자본수지)에 의해 결정된다. 러시아의 경우는 그동안 경상수지가 흑자를 유지했지만 유가 하락으로 훼손되고 있고 미국 등의 경제 제재로 자본수지도 악화되면서 위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
자본 이동은 거대한 물결과 같아 하나의 신흥 시장에서 위기가 발생하면 그 하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항상 강한 전염성을 보이며 다른 신흥 시장으로 위기가 확산된다. 따라서 투자자로서 반복되는 신흥 시장의 위기와 전염성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의 기본적 잣대가 필요하다. 하나는 구조적 경상수지 적자 국가는 피해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원자재 수출국을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조건을 바탕으로 그동안 거대 신흥시장으로 불린 BRICs 국가들을 평가해보기로 하자. 우선 러시아는 경상수지 흑자 국가였지만 원자재, 특히 에너지 수출 집중도가 높아 최근 유가 하락의 여파가 큰 구조다. 브라질은 원자재 수출 국가이면서 경상수지도 구조적으로 적자여서 두 가지 조건에서 모두 자유롭지 못하다. 개인적으로는 위기의 전염성 측면에서 볼 때 항상 후보 리스트에 올라갈 수밖에 없는 국가라고 생각한다.
인도의 경우는 원자재 수출 경제가 아니기 때문에 러시아나 브라질에 비해 경제적 여건이 양호하다. 다만 경상수지는 지속적으로 적자를 내고 있는 국가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본격화될 경우 자본수지에 의존하고 있는 경제 구조가 훼손될 개연성이 있다고 하겠다.
마지막으로 중국의 경우는 앞의 두 가지 조건을 잘 충족하고 있다. 중국도 산유국이기는 하지만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이기 때문에 유가 하락은 중국 경제에 우호적이다. 경상수지도 흑자가 지속되고 있고 달러를 가장 많이 보유한 나라이기도 하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고 달러가 계속 강세를 보여도 손해 볼 것이 없는 대표적인 나라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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