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주춤했던 기업 구조조정 작업이 다시 본격화한다. 추가 부실이 드러나면서 재실사에 들어갔던 STX조선에 대해 채권단이 이르면 이번주 중 추가 지원 여부를 결정하고 실사보고서의 타당성을 놓고 갈등을 벌였던 성동조선 채권단도 출자전환을 매듭짓기 위해 재실사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2일 금융계에 따르면 STX조선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비롯해 정책금융공사·농협은행·우리은행 등 채권단은 이르면 이번주에 채권단 회의를 열고 STX조선에 대한 추가 지원 여부를 논의한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STX조선에 대한 정밀 재실사가 거의 끝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설 연휴 직후 채권단이 모여서 실사 보고서를 바탕으로 추가 지원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채권단은 지난해 4월 STX조선과 자율협약을 맺은 후 약 2조원이 넘는 자금을 지원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STX조선에 대한 자금 부족상황을 점검한 결과 무려 1조8,000억원의 유동성이 추가로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채권단은 이번 재실사에서 STX조선의 우발채무 규모와 선박 건조원가 부분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본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의 관계자는 "정확한 실사 보고서가 나와 봐야 알 수 있지만 추가 부실 규모가 당초 예상(1조 8,000억원)을 밑돌 것으로 보인다"면서 "실제 지원 과정에서 채권단 간 다소 이견은 발생할 수 있지만 국가 경제를 고려해 지원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STX조선에 이어 성동조선 역시 채권단의 경영정상화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 등 성동조선 채권단은 최근 재실사를 수행할 회계법인으로 삼일회계법인을 선정했다. 무보의 관계자는 "진통 끝에 재실사를 하기로 한 후 채권단 간 협의가 잘 이뤄지고 있다"면서 "한 달 안에 재실사를 마무리 짓고 출자전환을 포함한 경영정상화 방안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국책은행인 두 기관은 성동조선의 출자전환을 둘러싸고 극한 갈등을 벌여왔다. 2대 채권자인 무보는 지난해 11월 채권단에 제출된 실사보고서 결과가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을 바탕으로 기업가치가 과도하게 산정됐다며 재실사를 요구하며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했다. 이 때문에 주채권은행인 수은이 마련한 1조6,288억원 규모의 출자전환은 무산될 위기에 처했었다. 하지만 그동안 재실사에 반대했던 수은이 긍정적으로 돌아섰고 무보는 재실사 과정에서 기존 실사보고서를 참고하기로 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이에 따라 재실사 결과가 끝나는 다음달 중에 그동안 진통을 겪었던 출자전환 결의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산 매각을 통해 3조원 규모의 유동성 확보를 추진 중인 동부그룹 역시 이달부터 구조조정을 본격화한다.
동부그룹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구조조정 방식을 기존 특수목적법인(SPC) 중심 전략에서 '개별 매각+SPC' 전략으로 바꿨다. SPC에는 매각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은 자산을 위주로 담고 동부하이텍과 동부메탈 등 먼저 팔릴 수 있는 자산에 대해서는 개별 매각할 방침이다. 시장에서는 동부하이텍이 현대차·SK·LG 등 대기업들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어 조기 매각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동부는 지난해 11월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소유한 동부화재 지분 5%를 포함해 3조원 규모의 계열사 지분 및 자산 매각계획을 밝혔고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신속한 구조조정을 위해 단일 SPC를 설립, 이들 자산을 편입한 후 매각하기로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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