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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출총제 대상 축소 아닌 전면폐지가 마땅

논란을 거듭해온 출자총액제한제도에 대한 정부안이 모습을 드러냈다. 14일 대통령 주재 관계장관회의에서 출총제를 폐지하지 않고 대상을 축소ㆍ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동안 공정거래위원회가 주장해온 ‘환상형 순환출자 금지’는 도입하지 않는 대신 출총제 적용 대상을 자산총액 10조원 이상 대기업그룹의 2조원 이상 중핵기업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선택한 것이다. 이 경우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준으로 보면 대상이 현재 14개 기업집단, 343개 기업에서 7개 기업집단, 24개 기업으로 줄어들게 된다. 또한 출자한도 비율도 현행 25%에서 40%선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정부안에서 환상형 순환출자 금지가 채택되지 않았다는 것은 일단 다행스러운 일이다. 환상형 순환출자 규제가 도입되면 우리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대기업의 경영권이 흔들리는 부작용을 피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핵기업으로 출총제 적용 대상을 줄인다 하더라도 규제완화 효과가 극히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투자부진과 경영불안 같은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자산규모 2조원 이상 대기업 계열사들의 출자규모가 현행 출총제 적용기업의 총 출자액 가운데 8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열린우리당에는 정부안에 대한 반대론이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예외규정 남발로 실효성도 없으면서 기업투자만 저해하는 게 출총제라며 대상 축소로는 곤란하고 아예 제도 자체를 폐지하라는 주문이다. 오늘로 예정된 당정협의에서 격렬한 논란이 예상된다. 외환위기를 거치는 동안 시장의 감시기능이 크게 강화된 가운데 국내 기업의 경영투명성도 크게 높아졌다.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 마당에 투자의 최대 걸림돌로 지적되는 출총제를 유지하는 것은 경제살리기에 역행하는 일이다. 공정거래위원회도 기업지배구조에 지나치게 간여하기보다 공정거래질서나 소비자 보호에 주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세계 어디에도 없는 출총제는 조건 없이 폐지돼야 한다. 국회 논의과정에서 보다 진전된 변화가 있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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