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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해외서 길을 찾다] <하> 글로벌 공략 필수조건은

"당국 뒷받침 절실"… 지역·방식 다변화로 집안싸움은 피해야


● 금융외교 없이는 '맨땅에 헤딩'

공적개발원조 일본의 7분의1… 미얀마 설립허가 한곳도 못받아

● 특정 국가 집중 '출혈경쟁'

해외점포 66% 亞 편중 소모전… 다른 외국계 금융사와 승부를

● 재진입 문턱 '수십배'

현지당국 "또 떠날 것" 색안경… 철수 결정땐 신중한 판단 요구


"지점 개설 이야기를 하는데 '우정의 다리'는 언제 놔줄 거냐고 되물어 답답하더군요."

시중은행의 한 글로벌 사업 담당자는 지난해 미얀마 지점 설치를 위해 동분서주했던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허탈할 따름이다. 미얀마 당국에 현지 지점 설치의 정당성을 꾸준히 역설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우정의 다리와 관련된 내용이 주를 이뤘기 때문이다.

미얀마 양곤시 북부와 남부 달라를 잇는 우정의 다리 설치는 지난 2013년 현오석 당시 경제부총리의 미얀마 방문 후 급물살을 탔지만 재원 조달 방식에 대한 줄다리기로 1년 넘게 진척되지 못했다. 이 때문인지 지난해 10월 미얀마에 진출하려던 국민·기업·신한 등 국내 은행 세 곳은 현지 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했다. 이후 우리 정부가 1억3,800만달러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을 제공하기로 하며 우정의 다리 건을 매듭지었지만 배는 떠난 뒤였다.

금융사 해외 진출에서도 금융 당국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당국의 지원 없이는 국내에서 날고 기는 금융사라도 해외에서 자리잡기 힘든 탓이다. 금융사 또한 진출 지역을 다변화해 국내 은행 간 불필요한 경쟁을 지양하고 보다 다양한 형태의 진출 방식을 고민, 현지에 뿌리내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당국 도움 없이는 '맨땅에 헤딩'=당국의 금융외교가 빛났던 사례로는 우리은행이 올해 인수를 마무리한 인도네시아의 '사우다라(Saudara)' 은행이 꼽힌다. 우리은행은 2012년 사우다라 은행 지분 33%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으나 인도네시아 당국이 자국 은행 보호를 이유로 1년 넘게 허가하지 않았다. 발만 구르던 우리은행에 출구를 마련해 준 이는 바로 박근혜 대통령이었다. 박 대통령은 2013년 10월 인도네시아를 국빈방문,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을 만나 "올해 안에 우리은행 인수 승인을 마무리해달라"고 부탁했고 이후 두 달여 만에 인수 허가를 이끌어냈다.

국내 은행의 각축장이 되고 있는 베트남에서도 금융외교가 빛을 발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방한한 응우옌푸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을 만나 국내 금융사의 베트남 진출에 힘써줄 것을 당부했다. 이후 신한베트남은행이 지난해 11월 외국계 은행 최초 4개 지점 동시 인가를 획득했으며 동부화재는 1월 국내 보험사 최초로 베트남 현지 보험사를 인수하는 등 잇따라 성과를 내고 있다.

반면 지난해 10월의 미얀마는 국내 은행에 여전히 아픔으로 남아 있다. 당시 지점 설립 허가를 받은 외국계 은행 아홉 곳 중 일본 은행 세 곳, 싱가포르 두 곳, 중국이 한 곳을 각각 차지했지만 국내 은행은 한 자리도 얻어내지 못했다. 일본 은행이 가장 많은 지점 허가를 받은 배경에는 일본 정부의 지원이 작용했다는 관측이 국내 은행권에서 주를 이뤘다. 실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에 따르면 2012년 일본의 공적개발원조(ODA) 규모는 105억달러로 한국(15억달러)의 7배 수준이며 미얀마 지역에서도 상당액의 ODA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출 지역·방법 다변화해야=금융사의 변화도 요구된다. 아시아에 편중돼 있는 진출 지역을 보다 다변화해 국내 금융사끼리 상호 견제하는 소모전을 치르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3·4분기 국내 은행 해외 점포의 66%인 107곳이 아시아 지역에 편중돼 있다. 아시아 지역 점포는 지난 4년 동안 무려 22곳 늘었다. 은행은 해외 진출 지역을 선택할 때 순이자마진(NIM)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입장이지만 특정 국가에 집중될 경우 영업 방식이 같은 국내 은행끼리 현지에서 싸움을 벌이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진출 국가는 물론 같은 나라 안에서도 지역을 달리해 현지 은행이나 다른 외국계 금융사와의 경쟁에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은행 형태의 해외 진출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카드·캐피털 등 보다 다양한 형태의 진출도 대안으로 제시된다. 하영구 은행연합회 회장은 "은행이 해외 시장에 나갈 때 진출 형태를 차별화하지 않은 채 똑같은 전략을 선택한다면 국내 시장의 재판이 될 것"이라며 "큰 그림을 보고 경험을 쌓는다는 의미에서 먼저 부딪혀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재진입 문턱은 수십 배 높아=아울러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해외 지점을 철수할 경우 재진입 문턱은 이전보다 수십 배 높아진다는 점을 감안해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

시장 재진입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던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삼성화재 유럽법인이다. 삼성화재는 1992년 설립한 영국 런던의 유럽법인에 대해 2004년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철수를 결정했다. 문제는 6년 뒤였다. 삼성화재는 이후 유럽 시장에 거점이 필요하다고 판단, 2010년 유럽 재입성을 노렸으나 현지 금융 당국의 완강한 벽에 부딪혔다. 바로 1992년 삼성화재 유럽법인 설립을 담당했던 실무자가 2010년 당시에는 관련 책임자로 일하고 있었던 것. 당시 영국 금융 당국은 "법인을 다시 철수하지 않겠다는 걸 어떻게 보증하겠냐"며 삼성화재 측을 압박했다. 이 때문에 삼성화재는 이사회 의장에 당시 영국 당국이 추천한 인물을 발탁하고 이사회 멤버 구축에도 간섭을 받는 등의 우여곡절 끝에 2011년 3월 재입성에 성공했다.

외환은행의 사정은 한층 딱하다. 외환은행은 2004년 론스타가 인수한 후 시카고·시애틀·뉴욕·로스앤젤레스 등 미국 현지 4개 지점을 철수해야만 했다. 당시 론스타가 미국 금융 당국의 규제를 피하기 위해 지점 철수라는 초강수를 뒀기 때문이다. 당시 결정에 따른 부담은 외환은행을 인수한 하나금융이 고스란히 지고 있다. 하나금융 측은 이현주 외환은행 부행장을 미국 현지에 머물게 하며 지점 설립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기까지는 상당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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