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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국의 교훈

계절은 어느덧 가을의 문턱이다. 8월을 보내며 또 다시 준엄한 역사의 교훈을 되새겨본다. 달마다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날이 많지만 특히 8월은 1945년에 우리나라가 간악한 일제의 마수에서 벗어난 달이요, 또한 1910년에는 조선왕조가 망한 달이요, 또 그보다 500년 전에는 고려조가 망한 달이기도 하며, 1343년 전에는 백제가 나당연합군에게 멸망당한 달이기도 하다. 그런 까닭에 광복의 감격 뿐만 아니라 망국의 역사가 주는 교훈도 되새겨보자는 것이다. 우리는 8ㆍ15광복을 해방이라고도 했다. 36년간 일제의 강점 아래 식민지 노예상태로 지내다가 풀려났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해방이란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일제로부터 벗어난 것이 아니라 일제가 전쟁에서 패망했기 때문에 얻어진 결과라는 말이다. 물론 국내외에서 수많은 애국열사가 피눈물을 흘리고 목숨을 바쳐 독립투쟁을 벌인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나라가 일제로부터 풀려난 가장 큰 요인은 연합군의 승전과 일본군의 패전 덕분이었다. 명칭이야 광복이 됐든 해방이 됐든 8ㆍ15 이후 우리나라는 혼란상을 슬기롭게 극복하지 못했고, 일제의 잔재도 깨끗이 청산하지 못했다. 그런 까닭에 아직까지 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1948년 정부가 수립됐지만 우리는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 이승만 정권이 친일파를 무분별하게 등용하는 바람에 민족정기가 훼손됐기 때문이다. 광복 60주년이 눈앞인데 돌이켜보면 한심한 세월이었다. 일본왕에게 충성을 맹세했던 자들이 대통령런뭐ッ祺?장관런믄맛퓻坪?했고, 군럭堧?고위직을 차지했는가 하면, 학계에서도 버젓이 행세했던 것이다. 특히 그 가운데 사학계의 경우가 심했다. 반면 가까스로 살아남은 독립투사의 후손들은 해마다 광복절이면 남루를 걸친 채 이들에게서 훈장을 받는 기막힌 일이 되풀이됐다. 그런데 8월에는 광복의 날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이보다 35년 전인 1910년 8월 29일에는 일제에게 국권을 강탈당한 경술국치가 있었다. 나라의 명칭이 조선왕조가 됐든 대한제국이 됐든 나라를 빼앗긴 까닭은 한마디로 국왕이 우유부단하고 지도층이 부패한 탓이었다. 역사의 물줄기를 좀더 거슬러올라가면, 611년 전인 1392년 8월 14일(음력 7월 17일)은 왕씨의 고려조가 무너진 날이다. 1388년 5월 위화도회군에 이은 유혈 쿠데타로 최영을 숙청하고 정권을 장악한 이성계가 그해에 고려의 마지막 충신 정몽주를 죽이고, 자신이 내세운 하수아비 임금 공양왕을 핍박한 끝에 왕위에 올라앉았던 것이다. 국호를 조선이라고 바꾼 것은 그 이듬해였다. 이로써 고려는 왕건이 성공한 쿠데타로 독재자 궁예를 내쫓고 왕위에 올라 개국한 지 474년 만에 망한 것이다. 고려의 망국에는 여러 원인이 있지만 북쪽으로는 홍건적이, 남쪽에서는 왜구가 쉴새없이 침략하여 국력이 쇠약해지고, 원렇?교체기에 효과적 외교활동이 없었으며, 보수파와 수구파의 극심한 대립 구도에서 왕권이 급격히 약화된 데서 비롯됐다. 또 지금으로부터 1343년 전인 660년 8월 15일(음력 7월 18일)에는 백제가 나당연합군의 침공을 받아 멸망했다. 계백렸竊値성충 같은 만고충신들이 목숨을 바쳤지만 이미 오래 전부터 기울기 시작한 국운을 어쩔 수가 없었다. 도성 소부리(사비성:부여)가 함락되자 성내는 7일낮 7일밤 동안 철저히 불타고 부서지고 무너져 지상에 남은 것이라고는 소정방이 자신의 군공을 새긴 석탑 하나뿐이었으니 그것이 바로 국보 9호 정림사터오층석탑이다. 조선왕조나 고려조, 또 백제국이 왜 망했는가. 공통점이 있다. 국왕이 우유부단하고 대신이란 자들이 부국강병책을 도모하기는커녕 공리공론으로 허송세월했기에 국론은 분열되고 민생은 도탄에 빠지고 군사력럭姸┠쩜?약화일로를 걸어 결국은 유비무환레ズ炷???자초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어찌 이를 두고 자업자득이라고 아니 할 수 있으랴. 이처럼 역사의 교훈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요즘 돌아가는 나라 안팎의 정세가 수상쩍기 그지없다. 조선왕조 말기와 비슷하다느니, 광복 직후와 같은 혼란상이라느니, 6ㆍ25직전과 같은 위기라느니, IMF구제금융사태 때보다 더한 불황이라느니 여러 모로 걱정하는 소리가 많다. 모름지기 국권을 위임받은 위정자들은 이 8월에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져버린 조선럭疵족백제 망국의 교훈을 새삼 되새겨 나라의 앞길을 벼랑 끝에 내모는 어리석음을 자초하지 말아야겠다. 하지만, 역사의 교훈을 망각해서 안되는 사람이 어디 집권자뿐이랴. 나라가 없으면 국민도 없으니 이는 국민 모두에게 해당되는 만고불변의 불문율이리라. <황원갑(소설가ㆍ한국풍류사연구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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