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도 한풀 꺾여 아침저녁으로 느껴지는 서늘한 바람이 여름의 끝을 알린다. 뜨거운 계절의 열기를 벗 삼아 휴가를 즐겼던 직장인들도 속속 일상으로 복귀하고 있다.
휴가마저 치열하게 보내는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10명 중 8명이 무기력증과 불면증 등 휴가 후유증을 호소한다고 한다.
아쉽게도 아직 우리의 삶이 일 중심으로 짜여 있고 휴가 기간도 짧다 보니 전투 같은 휴가를 보내고 와 후유증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소모된 체력과 정신을 가다듬는 사후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사실 일상생활로의 복귀가 싫어지는 것이 후유증의 요체라면 우리의 일상에 대해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삶에서 가장 중요한 축을 이루는 '직장·가정·개인'이라는 세 가지 기본가치가 일상생활에서 조화롭게 균형을 이루고 있을 때 우리는 행복을 느낄 수 있다. 평소 가족과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직장인이라면 여름휴가라고 해서 특별히 무엇을 해야 한다는 부담이 훨씬 적다. 또 개인의 취미생활을 잘 유지하고 있다면 휴가 때 여러 활동을 한꺼번에 해보려 강행군하지 않게 된다.
현실에서 우리는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회사에서 보낸다. 경쟁과 압박 속에 시간을 다투며 심적으로도 지나치게 일과 직장에 매여 산다. 우리의 삶에서 세 가지 가치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개인의 노력만으로 될 수 없는 이유다. 따라서 회사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직장·가정·개인'의 삶이 일상에서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각자 다른 가정의 스케줄에 맞춰 출퇴근하는 탄력근무제를 도입하거나 직원 가족을 회사로 초청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도 있고 개인의 취미생활을 위한 동호회나 문화강좌를 지원할 수도 있다. 계절에 맞춰 근무 복장을 편하고 자유롭게 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직원들에게 묻고 참여를 유도하면서 꾸준히 개선해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직원 복지 일변도의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업무시간 내 몰입도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직장·가정·개인' 세 가지의 삶이 조화를 이루는 자율적인 기업문화 정립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개인차는 있지만 '직장·가정·개인'의 세 가치가 건강한 균형을 유지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업무를 즐기고 서로 협업할 수 있는 건강한 에너지를 뿜어내며 장기적으로 업무에서도 더 큰 성취를 이룬다.
이처럼 바쁜 일상에서도 여유를 찾을 수 있다면 우리의 휴가가 이토록 전투적이지 않아도 될 것이다. 내년 여름쯤에는 균형 속에서 보다 내면에 충실한 휴가를 즐기는 직장인이 늘어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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