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베스터 스텔론의 경력을 찬찬히 살펴보면 우리가 그 동안 그를 '근육질 스타'라는 고정관념 한가지로만 봐왔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일반인들에겐 그저 근육하나로 먹고 사는 배우로 인식됐을 수도 있지만 그는 사실 아카데미 각본상까지 수상한 훌륭한 각본가이며, 자신이 출연한 작품 다수의 제작과 감독 역할까지 훌륭히 수행한 바 있던 다재다능한 사람이다. 그에 대한 고정관념들은 대부분 '록키'와 '람보'의 속편들이 무분별하게 만들어졌던 80년대 이후에 만들어진 것으로 올해 환갑을 맞은 실베스터 스텔론도 그 시대에 대한 회한이 있었던 것 같다. '록키 발보아'에는 1970년대 그가 훌륭한 각본가요 배우로 인정 받던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그의 욕구가 강하게 읽힌다. 때문에 '록키 발보아'는 17년 만에 만들어진 '로키'의 6번째 시리즈라기보다는 30년 만에 만들어진 '록키' 1편의 두번째 이야기 같은 인상을 풍긴다. 2편부터 5편까지의 이야기에 대해선 시치미를 뚝 떼고 가능한 한 1편의 이야기를 변주한다. 영화 속에 가득한 정서는 1970년 그 시절에 대한 추억. 그 시절의 추억을 따뜻하게 감싸 안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것이 이 영화의 핵심적 스토리다. 은퇴한 이후 자그마한 레스토랑을 경영하며 사는 록키. 사랑하던 아드리안은 죽었고, 그는 여전히 화려했던 과거에 연연하며 삶을 산다. 그러던 중 한 TV 쇼프로그램에서 자신과 현역 챔피언 메이슨 딕슨 간의 가상 권투경기를 방영해 준 것을 계기로 대중들 사이에서 '누가 더 최강인가'라는 논쟁이 붙게 된다. 아직도 가슴 속에 권투에 대한 열정이 가득했던 록키. 이 논쟁을 계기로 자신을 시험해 보기 위해 노구를 이끌고 챔피언 딕슨에게 도전한다. 권투영화 팬들에겐 아쉬운 소식이겠지만 영화 속엔 시합 장면이 단 한번밖에 등장하지 않는다. 사실 영화의 대부분은 추억 속을 헤매던 록키가 새로운 도전을 결심하기까지의 과정으로 채워져 있다. 가슴을 시원하게 만드는 격투영화를 기대했던 팬이라면 영화가 지루하게 비춰질 수도 있는 부분. 대신 영화의 스토리를 음미하며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가슴 속에 아직도 야수가 살아 숨쉰다'며 링 복귀를 선언한 록키의 진정성이 읽힌다. 여기에 록키 주변을 떠도는 3류 인생들에 대한 영화의 따뜻한 시선까지 가미돼 '록키'1편에서 느낄 수 있었던 애잔하고 가슴 따뜻해지는 느낌이 살아난다. 근육질 실베스터 스텔론에 대해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었던 관객이라면 그의 의외의 연기에 놀랄 수 있다. 은퇴한 퇴물 복서이자 미숙한 아버지인 록키의 캐릭터를 생생하게 연기했다. 역시 '록키는 실베스터 스텔론의 분신'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