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1 부동산 종합대책 이후 급락 양상을 보여 온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의 가격이 소폭 반등하면서 앞으로의 시세 동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주요 재건축 단지 가격이 지난 6월과 비교해 20% 안팎 하락하면서 바닥을 친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는 일부 급 매물 소진에 따른 반짝 현상일 뿐 재건축 가격은 더 떨어질 것이라는 의견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실제 주택건설업체와 부동산중개업소는 8.31 대책의 영향으로 올 4ㆍ4분기 주택가격은 하락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특히 강남 아파트의 하락 폭이 가장 클 것으로 분석했다. 또한 8.31 대책의 부동산시장 안정효과는 앞으로 1년간 더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낙폭 큰 단지 중심으로 반등 조짐= 16일 일선 부동산중개업소에 따르면 지난 6월부터 내림세를 보여 온 재건축 단지 시세는 이 달 들어 약간 오르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 34평형은 지난 6월 10억원을 웃돌던 시세가 8억원까지 떨어졌지만 지금은 8억5,000만원 이하로 나온 매물이 없다. 강남구 개포 주공단지와 송파구 가락 시영단지, 강동구 고덕 주공단지 등 최근 1억~2억원씩 가격이 빠졌던 단지들도 최근 수천만원씩 호가가 올랐다. 강남공인 관계자는 “개포 주공1단지 15평형의 경우 5억7,000만원에 나오던 급 매물이 얼마 전에 팔리자 호가가 6억원 이상으로 높아졌다”고 전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부동산 정보 제공 업체들의 통계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지난 주 서울 재건축 가격은 변동이 없었다. 그 전주에는 1.42%가 내렸다. 스피드뱅크 통계에서도 최근 3주간 재건축 아파트 변동률은 -0.44%, -0.30%, -0.01%로 갈수록 낙폭이 줄어드는 추세다. 한국부동산정보협회 집계로는 지난 주 0.18%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분위기 반전은 매도자를 중심으로 그 동안 단기간에 너무 낙폭이 큰 것 아니냐는 심리가 팽배한 가운데 급 매물이 일부 소진되고 서울시 재건축 기본계획의 공람이 시작되면서 재건축 기대심리도 살아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최근의 반등 조짐은 일시적 현상일 뿐 재건축 가격은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최근의 반등으로 매수자와 매도자간의 치열한 기 싸움이 생기겠지만 결국 다시 하락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이란 분석이다. 송파구 가락동 집보아공인 관계자는 “매도자들은 바닥이라고 생각하지만 매수자들은 더 떨어질 것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이라면서 “분위기가 다소 달라지긴 했지만 지속적인 회복세를 보이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구 개포동 G공인 관계자도 “급 매물이 몇 개 소화됐지만 추격 매수에 나서는 이들이 없다”면서 “국회에서 부동산 법안들이 통과되면 다시 하향 조정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8.31 대책 효과 1년간 지속된다= 주택산업연구원(원장: 고철)과 부동산뱅크(대표: 송상열)가 77개 주택건설업체, 78개 부동산중개업소를 대상으로 조사, 16일 발표한 ‘2005년 4ㆍ4분기 주택시장 전망’에 따르면 주택건설업체는 서울 강북과 신도시는 5% 미만의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으며, 강남은 5~10%의 하락 폭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부동산중개업소는 강남, 강북, 신도시 모두 10% 이상 하락할 것으로 점쳐 주택건설업체보다 상대적으로 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아파트의 경우 주택건설업체는 하락 폭이 전체 주택 평균보다 클 것으로 전망한 반면 부동산중개업소는 낮을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주택건설업체와 부동산중개업소 모두 강남 아파트의 하락 폭이 가장 클 것이라는 점에서는 분석이 일치했다. 주택건설업체와 부동산중개업소는 8.31 대책의 골간인 양도세 중과, 분양권 전매제한 강화, 보유세 강화, 부동산 실 거래가 신고의무제 등이 갈수록 맹위를 떨칠 것으로 전망하면서 2006년 하반기, 또는 2007년 상반기에나 주택시장이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분석을 근거로 하면 최근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반등 조짐은 일부 급 매물 소진에 따른 착시현상으로 볼 수 있다. 부동산 114의 김희선 전무는 “2007년부터 시행되는 1가구 2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의식한 매물도 거의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바닥을 쳤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내집마련정보사의 함영진 팀장 역시 “일부 단지에서 급 매물이 팔리면서 호가가 오르자 마치 반등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일시적인 것일 뿐 전반적인 분위기는 종전과 마찬가지로 조용하다”고 밝혔다. 실제 최근 콜금리 인상으로 반등 조짐은 벌써 잦아드는 양상이다. 송파구 잠실동 대성공인 관계자는 “잠깐 매수세가 붙는 듯 싶더니 콜금리가 인상되면서 매수세가 사라져 지금은 썰렁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반등을 경험한 매도자들이 쉽게 가격을 다시 낮추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