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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선주 기업은행장을 본받으세요."(박근혜 대통령)
지난달 15일 열린 5개 부처 협업 업무보고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권선주 기업은행장을 공개적으로 칭찬했다.
사연은 이렇다.
이날 업무보고에는 미래창조과학부·금융위원회·방송통신위원회 등 5개 부처 관계자 외에 권 행장, 핀테크업체 대표로 뽑힌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사장 등이 참석했다. 권 행장은 이날 프레젠테이션에서 제도권 금융사와 핀테크업체 간 상생모델을 설파했다. 간편송금·결제 서비스인 '토스'를 운영하고 있는 이 사장은 소규모 핀테크업체가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제도권 금융사들과의 협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시대적 조류로 떠오른 핀테크와 관련해 금융사와 핀테크업체 간 상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온 박 대통령은 흡족한 마음에 이례적인 칭찬에 나선 것이다.
5개 부처 업무보고가 끝난 지 한 달이 지났다.
기업은행이 더 실질적인 결과물을 내놓았다.
기업은행은 23일 비바리퍼블리카와 업무제휴(MOU)를 맺는 데 이어 오는 3월부터 토스와 함께 간편송금·결제 서비스를 실시한다. 토스는 배구에서 공을 가볍게 넘기듯 기존의 복잡한 절차 없이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게 만든 간편송금 서비스다. 뱅크월렛카카오가 카카오톡 회원 간에만 모바일이체가 가능한 것과 달리 토스는 한쪽만 회원이어도 된다.
이 사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거대한) 은행과 (조그만) 핀테크업체의 업무제휴에 은행장까지 적극적으로 나서준 곳은 없었다"며 "다른 은행들이 주저하고 있을 때 기업은행이 나서주면서 다른 은행들과의 업무처리에 큰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기업은행과 비바리퍼블리카 간 논의는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권 행장은 회의를 마치고 곧바로 관련 부서에 사업수행 가능 여부를 타진했고 한 달 만에 론칭을 앞두게 됐다. 권 행장과 이 사장이 처음 만난 것이 지난달 15일 열렸던 5개 부처 회의인 것을 감안하면 박 대통령이 제도권 금융사와 영세 핀테크업체 간 첫 번째 상생모델의 중매를 해준 셈이다.
임찬희 기업은행 CMS사업부장은 "전자금융업 등록 여부, 보안성 검토, 업체 실사 등을 빠르게 진행했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며 "다만 내부 출금이체 서비스 기준에 맞춰 제한적인 출금이체 서비스 기준을 마련해 업무제휴를 맺게 됐다"고 말했다.
다음달 론칭을 앞두고 있는 토스 서비스는 기업은행을 포함해 총 5개 은행이 참여한다. 이 사장은 "(비바리퍼블리카처럼) 작은 기업에서 시작한 기업인들을 많이 봐왔다는 권 행장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며 "계약조건 역시 다른 은행과 비교할 때 상당히 경쟁력 있을 정도로 은행의 배려가 컸다"고 말했다.
토스에서 은행은 간편송금의 길을 터줌으로써 토스의 회원 가입을 돕고 토스는 고객이 부담해야 할 이체수수료 등의 비용을 대신 부담하는 사업구조로 이뤄진다.
이 사장은 "은행이 보수적인 집단이다 보니 아직까지 핀테크업체와의 협업을 주저하는 것 같다"며 "은행과 핀테크업체가 상생하는 좋은 사례를 만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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