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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관리 잇단 망언… 韓日외교전 재점화
입력2005-03-31 11:46:23
수정
2005.03.31 11:46:23
교과서·독도문제 '확전' 불가피
잠시 소강상태를 보였던 한국과 일본의 외교전이 일본 고위관리들의 잇단 망언을 계기로 다시 불붙고 있다.
한때 `냉정한 대응'을 강조하던 일본이 서서히 `본색'을 드러내면서 `자극적인'발언을 쏟아내고 있고, 우리 정부도 이에 정면 대응에 나서면서 `험한 말'들이 현해탄을 오가고 있다.
그동안 수세를 보였던 일본 정부가 조직적으로 반격에 나서고 있는 점이 눈에 띄고 있다.
초미의 관심사인 역사교과서 검정과 관련, 그 책임자인 나카야마 나리아키(中山成彬) 문부과학상이 "교과서 기술의 기준이 되는 `학습지도요령'에 독도와 센카쿠(尖閣)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를 일본 영토로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가하면 마치무라 노부다카(町村信孝) 외상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을 정면 공격하고나선 것이다.
일본은 이 참에 아예 헌법 전문에 `천황은 국민통합의 중심적 존재'라는 문구를명기하겠다며 국가주의적 색채를 분명히 하고 있다.
교과서와 영토문제와 관련, 주변국의 항의가 거세면 목소리가 잦아들던 과거와는 판이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우리 정부도 적어도 두 문제와 관련해서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으며 최악의 경우 한일관계가 손상되는 상황이 초래된다고 할지라도, 짚을 것은 짚고 시정할 것은시정하고 가겠다는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특히 `학습지도요령'에 독도를 일본 땅이라고 명시하겠다는 문부상의 발언에 주목하고 있다.
`학습지도요령'은 일본 정부가 주변국 또는 자국내 진보단체의 반발을 피하면서사실상 국가주의 교육을 유도하기 위해 만든 지침이다.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이 30일 "과거 식민지화 과정에서 불법으로 편입한 독도를 (일본 땅이라고)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가르친다는 것은 식민지배를 미화하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강도높게 비판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문부상의 이런 발언으로 비춰볼 때 5일 교과서 검정결과 발표에 큰 기대를 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일각에서는 우리측이 요구한 교과서 왜곡 시정의 `마지노선' 조차 무시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결국 교과서 문제는 검정결과 발표 이후 문제의 후소샤 교과서의 채택률을 낮추기 위한 한일 양국의 `양식있는' 시민단체와 일본 내 보수우익 간의 공방으로 치달아 교과서 채택이 완료되는 오는 8월까지 공방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독도 문제도 `확전' 양상이다.
아이사와 이치로(逢澤一郞) 외무성 부대신은 "한국의 일반관광객이 독도에 상륙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시비를 걸고 나왔고, 이에 앞서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은 지난 28일 추규호(秋圭昊) 주일 정무공사를 불러 항의했다.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액션'을 분명히 하고 나선 것이다.
일본은 이와 동시에 주미 일본 대사관의 아가와 나오유키 공보 공사의 지난 25일 워싱턴 포스트 기고를 통해 "독도는 일본 영토"라고 주장했다.
정부 관계자는 "일본은 독도를 국제사회에 분쟁지역으로 부각시켜 국제사법재판소(ICJ)로 유도하려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로드맵'을 만들어 놓고 이를 바탕으로장기적인 파상공세를 펼 가능성이 있다"며 "냉정하면서도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일단 독도문제는 주권 차원의 문제라는 점에서 한일관계보다 상위개념이며, 따라서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일본측의 어떤 주장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문제를 왜 한일 정상회담에서 말하지 않고 후에 문제를 삼느냐'는 취지의 30일 마치무라 외상의 발언 파장도심상치 않다.
반 장관은 같은 날 "한일관계에 아무런 도움이 안되는 매우 유감스러운 말"이라고 지적한 데 이어 31일에는 "작년 이부스키 정상회담에서 노 대통령이 고이즈미 총리에게 분명히 야스쿠니 관련 언급을 했다"며 사실관계부터 파악하고 말하라고 공박하고 나섰다. 분명하게 따지겠다는 태세다.
마치무라 외상은 중의원 외교위원회에서 노 대통령이 `국민에게 드리는 글'에서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비판한 데 대해 "정상끼리 무릎을 맞댔을 때는 말하지 않고 이런 형식으로 표현한 것은 대단히 유감"이라며 주장한 바 있다.
마치무라 외상의 이 발언은 노 대통령의 3.1절 경축사를 `국내용'이라고 평가한고이즈미 총리에게 "사실관계도 틀렸고 국가원수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고 비판한지난 17일 정동영(鄭東泳)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장 겸 통일부 장관 발언에 대한 맞불 차원의 대처로 보인다.
다음 달 6∼7일로 예정된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리는 아시아협력대화(ACD) 외교장관회의가 일단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영토.교과서 갈등에도 불구, 예정된 외교일정을 피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이며, 이에 따라 반 장관은 일찍부터 ACD 회의 참석 일정을 잡았다.
일본이 `반성'을 바탕으로 한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면 먼저 나서 대화를 하자고 할 생각은 없지만 대화의 장이 마련된다면 당당히 응해 우리 입장을 분명히 밝히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이에 비해 마치무라 외상은 자국내 국회 회기를 이유로 참석이 불투명하다는 입장을 비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마치무라 외상이 ACD 회의에 참석한다면한일외교장관회의를 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일 공산이 크다.
그러나 한일외교장관 회담이 열린다고 하더라도 일본이 억지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면 양국간 갈등 해소를 위한 `뾰족한 수'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관측이다.
4월 5일 일본 문부과학성의 교과서 검정 결과가 무엇보다 결정적인 변수가 될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본측이 왜곡시정 요구에도 불구하고 `개악' 또는 `현상유지'하는 선에서그칠 경우 대일감정 악화의 기폭제로 작용할 것으로 보여, 향후 한일관계 악화는 불가피한 선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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