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면 카드' 해지 쉬워진다

금융 당국의 규제에도 신용카드 과열이 좀처럼 식지 않으면서 발급 수가 1억2,000만장을 넘어섰다. 경제활동을 하는 국민 한 명당 4.9장이나 갖고 있다는 얘기인데 이런 추세라면 연말에는 5장을 넘을 듯하다. 금융 당국은 이 중 상당수가 쓰지 않고 놀고 있는 '휴면 카드'라고 보고 소비자가 원할 경우 해지를 쉽게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기로 했다. 24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까지 모두 1억2,230만장의 신용카드가 배포돼 지난해 말의 1억1,659만장보다 570만장 증가했다. 이는 지난 2003년 카드대란이 일어나기 전년과 비교할 때 1,750만장이나 늘어난 것으로 경제활동인구(2,543만명)의 4.9배에 달하는 규모다. 신용카드 수는 1990년 1,038만장에 불과했으나 카드대란 직전인 2002년 1억480만장으로 정점을 찍고 주춤거리다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2008년 9,624만장, 2009년 1억699만장으로 급증했다. 더욱이 내년에는 우리은행의 카드 사업이 분사할 예정이라 카드 발급 증가 추세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 당국은 규제 조치에도 카드 발급 증가 추세가 이어지자 휴면카드 감축방안의 일환으로 복잡하고 어려운 신용카드 해지 과정을 대폭 개선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고객의 신원과 해지 의사를 확인한다면 카드사들은 즉시 고객의 요구를 받아들이도록 제도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회비 면제, 특별 사은행사, 포인트 적립 등 고객이 카드 해지 의사를 번복할 경우 일종의 반대급부를 제공하겠다는 제안을 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이와 함께 자동응답전화(ARS) 연결시 카드해지와 관련된 항목을 찾기 힘들게 하거나 상담원과 연결을 지연시키는 관행도 개선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는 연내 발표할 신용카드 구조개선 종합대책에 이 같은 방안을 포함할 방침이다. 6월 말 현재 과거 1년 이상 사용실적이 없는 무실적 신용카드는 3,295만장으로 지난해 말(3,129만장)에 비해 166만장이나 증가했다. 전체 발급 카드 중 25%가 휴면카드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