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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좋은곳 근무했다고 비리 웬말”
입력2003-07-19 00:00:00
수정
2003.07.19 00:00:00
“우리가 무슨 죄인이라도 됩니까.”
17일 단행된 서울경찰청 정기인사(19일자)에서 `물 좋은 곳`이란 이유로 종로ㆍ중부ㆍ남대문ㆍ서대문ㆍ동대문 등 도심 5개 경찰서로 맞교환된 강남ㆍ서초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의 원성이 높다.
`강남권 형사=비리 경찰`이라는 낙인을 뒤집어 쓴 채 수 년간 종사해온 `수사` 와는 전혀 관계없이 기피부서의 하나인 일선 파출소에 배치될 거라는 소문까지 흉흉하게 돌고 있기 때문.
실제 강남ㆍ서초서에서 전출돼온 48명의 인력 재배치를 조정하고 있는 중부경찰서의 한 간부는 “다음 주 월요일까지 부서 배치를 완료할 계획인데 인력 수급 상 이들 대다수가 파출소에서 근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면서 강력반장 3명, 형사반장 2명을 포함 경위 이하 751명 중 21.1%에 달하는 151명이 도심 경찰서로 전출된 강남서는 현재 초상집 분위기다.
강남서에서만 6년간 근무해 온 A경장은 “어제 전입 예정서로부터 어느 파출소로 가고 싶은 지 3군데를 지원하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눈 앞이 캄캄해졌다”며 “일부 문제가 있었던 직원이 있었지만 모두를 싸잡아 징계하듯이 인사를 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억울해했다.
B경위는 “사실 빽 좀 쓴다는 사람은 이미 이번 인사 대상에서 모두 제외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나이든 형사들이 강북으로 쫓겨가 `비리 경찰`이라는 누명을 쓰게 될 것을 생각을 하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80명이 전출 대상자가 된 서초서 경찰관들도 막막한 심경으로 짐을 싸야 했다. C경위는 “98년께도 강북-강남간 전면교체 인사가 있었지만 새로 온 경찰이 현장 파악이 더뎌 주민제보가 줄고 주거지 문제로 이들 대다수가 다음 인사에 다시 강남을 지원, 2~3년 내 모두 원대 복귀했다”며 “일이 많은 강남지역에서 진급만을 목표로 밤낮없이 일해 온 형사들에게 이런 식의 `감정적` 인사가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도심 경찰서의 한 간부도 “전출되어 오는 이들 상당수가 베테랑급 수사관들인데 괜한 분위기에 휩쓸려 이들을 기피 부서에 배치하는 것은 결국 전체 경찰에 손실이 될 것”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박은형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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