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팔미(人生八味), 인생에 여덟 가지 맛이 있다고 한다. 그중에서 일하는 즐거움을 맛보는 것이 바로 직업지미(職業之味)다. 그저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일하는 것이 인생의 여덟 가지 맛 중 하나라는 것이다. 이러한 심오한 의미를 떠나 일자리는 누구에게나 소중하고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일자리는 모두에게 중요하지만 특히 청년층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고 시급하다.
청년실업 문제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지만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지난 2014년 11월 기준 실업률은 3.1%인데 반해 청년실업률(15∼29세)은 7.9%에 달하고 있다. 여기에 취업준비생과 단시간근로자 등을 포함할 경우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실업률을 훨씬 상회하게 된다. 청년들이 일자리를 잡지 못하고 장기간에 걸쳐 실업 상태에 놓이게 되면 그동안 받은 교육이 쓸모가 없어지고 청년층이 겪게 되는 좌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 사회의 고령화 추세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청년층에 대한 일자리 제공은 산업 현장을 건강하게 하는 동시에 재정 부담을 완화하는 효과를 지니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실제로 청년실업자 한 명이 취업하게 되면 근로소득세·고용보험 등 사회보험료 등의 징수 효과로 재정 안정에 기여하게 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렇다면 이처럼 중요한 일자리는 누가 만드는가. 그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기업이다. 물론 정부 재정으로 단기 일자리를 만드는 경우도 있지만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일자리는 기업을 통해 만들어진다. 기업이 만드는 일자리를 살펴보면 대기업의 고용흡수력은 예전만 못하다. 요즘처럼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대기업의 경우 인건비가 저렴한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에 과거처럼 대량으로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결국 중소기업을 통해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관건이다.
중소기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은 두 가지 방향으로 전개된다. 하나는 창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다. 새로운 기업을 창업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일자리 창출 방안이다. 다른 하나는 기존 중소기업이 성장해 고용을 확대하는 것이다. 전자는 창업 초기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생존율이 높지 않은 편이다. 후자는 창업 후 이른바 '죽음의 계곡'을 통과한 기업들이 성장을 통해 고용을 늘리는 경우를 말한다. 기업의 업력 증가에 따라 고용 규모를 확대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기업이 망하지 않고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일자리 창출에 중요한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인생의 여덟 가지 맛 가운데 일하는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 청년들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하는 데 중소기업의 기여도가 높다면 앞으로의 과제는 중소기업이 만드는 일자리가 청년들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과 우리 사회의 격려와 협력이 필요하다. 특히 대기업과의 동반성장은 중소기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 및 유지에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