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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인명경시 교통문화 이대론 안돼

김정권 <국회 교통안전포럼 부회장·한나라당 의원>

지난 3월1일 TV에서 눈을 의심하게 하는 사고 소식이 전파를 탔다. 눈이 오고 안개가 자욱해 가시거리가 20미터도 채 되지 않는 대관령에서 연쇄 20중 추돌사고가 일어나 18명이 중경상을 입었다는 교통사고였다. 평소도 위험한 도로 구간이라는데 좋지 않은 기상상태에도 불구하고 교통법규를 준수하지 않은 안전운전 부주의가 부른 참상이었다. 지난달 설 즈음에도 어처구니없는 사고 소식을 접한 적이 있다. 대구에서 한 외제 승용차가 다른 차량의 앞으로 급히 끼어들어 주행을 방해하고 그것도 모자라 차에서 내려 항의하려던 운전자를 들이받고 줄행랑을 쳤다는 소식이었다. 뺑소니 저질러도 죄의식 없어 더구나 가해 운전자는 당시 술이 취한 상황에서 자신이 사람을 쳤는지 여부조차 몰랐다고 주장했다고 하니 어이가 없을 따름이다. 다행이 피해자 차량에 부착된 블랙박스에 당시 상황이 고스란히 찍혀 가해 운전자는 잡혔다고 한다. 하지만 어찌 도로 위에서 그 같은 행위를 할 수 있는지 이해가 안된다.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는 일렬 주차된 자신의 차로 인해 옴짝달싹 못하던 차량을 도와주려던 사람을 치고 오히려 욕설을 하며 줄행랑을 친 뺑소니 사건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적도 있었다. 어찌하다 이 지경까지 됐을까. 이런 모습이 대한민국 교통문화의 현주소이고 우리의 자화상이란 말인가. 마음 한편에서는 고장 난 녹음기에서 반복되는 노랫말처럼 되물어보곤 하게 된다. 전국적으로 번진 구제역 때문에 거의 320만 마리에 육박하는 소와 돼지가 살처분 당했다. 이 중에는 실제 구제역이 걸린 가축도 있고 구제역에 걸리지 않은 가축도 많았을 것이다. 영문도 모르고 구제역이 발생한 지역이라는 이유만으로 멀쩡한 소와 돼지가 땅속으로 사라져야 했다. 죄의식 없는 교통사고는 구제역과 마찬가지다. 사람 목숨을 두고 장난을 치고도 아무런 감정이 없는 듯하다. 타인의 목숨을 구제역이라는 미명 아래 소나 돼지의 목숨처럼 하찮게 여기는 인명경시 풍조가 하늘을 찌르는 듯하다. 어디 이런 일을 경험한 사람이 비단 한두 명에 그치겠는가. 인명을 경시하는 교통법규 위반 사고는 걸핏하면 신문 상에 오르내려 이제 더 이상 뉴스거리가 아닐 정도다. 최근 뉴스로 다뤄진 사고만 해도 인명경시 풍조가 어느 정도로 우리 주변에 퍼져 있는지 실감하고도 남는다. 구제역 바이러스처럼 말이다. 자칫 음주운전ㆍ난폭운전ㆍ뺑소니 등 고의적인 범죄행위가 아무도 모르게 어둠 속에 묻힐 뻔했다가 작은 블랙박스의 힘으로 밝혀진 것이다. 만일 블랙박스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이제는 나와 내 가족의 안전을 위해 최소한 블랙박스는 달아야 그나마 조금 위안이 될 것 같다. 공중에 매달려 외줄타기를 하는 사람은 오로지 줄 하나에 생명을 걸어야 하기 때문에 온 정신을 집중한다고 한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지금부터라도 우리 주변에 만연해 있는 인명경시 풍조 속에서 교통법규를 철저히 지켜 법질서 정의를 세우기 위한 외로운 외줄타기를 해야만 한다. 국민 모두가 하나되어 집중력을 발휘하지 않으면 천길 낭떠러지로 곤두박질치고 말 것이다. 교통법규 위반 일벌백계해야 교통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국민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교통안전관련 법제도의 보완이 하루빨리 이뤄져야만 한다. 교통안전 관련법이 조속히 정비돼야 황당한 교통사고를 미연에 막을 수 있다. 또 인명경시 풍조도 말끔하게 사라져 누가 봐도 부끄럽지 않은 교통선진국의 진면목을 대내외에 보여줄 수 있다. 이젠 인간의 목숨을 담보로 한 교통법규 위반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 더 이상 늦기 전에 일벌백계하는 자세로 인명경시와 도덕적 해이에 내몰린 국민을 내 가족처럼 보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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