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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초대석] 제프리 D 존스 주한미상공회의소 회장
입력1999-03-28 00:00:00
수정
1999.03.28 00:00:00
대담: 李鍾承 부국장 겸 산업부장연초부터 미국이 「슈퍼 301조」를 부활시키는 등 통상압력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공교롭게도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는 지난 25일 산업 각 부문별 규제나 시장개방에 대한 불만을 담은 연례보고서를 내놓았다. AMCHAM의 연례보고서는 미국 정부의 통상정책에 상당 수준 반영돼왔다는 점에서 정부 및 기업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이번 보고서의 내용은 슈퍼 301조를 부활시킨 미국의 통상정책과 일맥상통한다는 지적이 일고있다. 하지만 제프리 D 존스 AMCHAM회장은 이같은 우려나 지적에 대해 『한국 정부의 개방 노력으로 (외국기업은) 더이상 요구할 것이 없는 수준까지 이르렀다』며 『이번 보고서는 다만 이러저러한 면들을 개선하면 외국기업이나 외국자본을 한국에 유치하는데 보다 유리할 것이란 점을 조언하고 싶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의 금융구조조정은 너무 대단하며 한국민이 매우 자랑스럽게 여길만하다』고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기업의 구조조정은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나는 모습』이라고 우려했으며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한국식 자본주의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과거와 같은 이익집단에서 탈피, AMCHAM 역시 개혁을 하고 있다는 존스회장을 만나 AMCHAM의 공식입장과 금융 및 기업구조조정에 대한 외부의 시각을 들어보았다.
-최근 AMCHAM의 연례보고서 내용이 공표됐습니다. 이번 보고서의 내용대로라면 올해 한국을 상대로 한 미국의 통상압력 수위가 상당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우선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AMCHAM 역시 지난번 보고서 초안이 알려진 것에 대해 매우 당황스러웠다는 점입니다.
AMCHAM의 연례보고서는 통상 회원사들의 기본적인 의견을 취합한 후 이를 한국 정부에게 검토시키고 이후 한국 정부의 입장을 반영한 최종 보고서를 작성해 발표합니다. 지난번의 보고서 초안은 따라서 AMCHAM의 시각이나 입장이 아니라 한국 정부에게 이런 의견들이 있는데 적정한지 여부를 검토해 달라는 차원에서 전달된 것입니다. 공식적인 입장은 한국 정부의 코멘트를 받아 지난 25일 발표한 것입니다.
특히 과거 AMCHAM의 연례보고서가 주한 미국기업의 이해를 적극적으로 반영했었다면 올해부터는 (한국에서 활동하는 외국기업의 시각에서) 한국 정부나 제도가 어떤 점들을 개선할 경우 외국인 투자를 손쉽게 유치할 수 있을 것인가를 전달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한국의 투자분위기가 개선되면 많은 외국기업들이 한국을 투자하고 싶은 국가로 인식할 것입니다.
한국정부가 추진하는 개혁과 구조조정을 AMCHAM도 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AMCHAM이 더이상 외국기업의 이해집단으로 머물지 않고 한국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필요한 조직으로 변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해주시기 바랍니다.
-AMCHAM의 자세가 변하고 있으며 보고서의 성격 역시 바뀌고 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인 소식이군요. 하지만 AMCHAM의 연례보고서는 미국 정부의 통상정책에 상당 수준 반영돼왔습니다. 이번 보고서 역시 연초 슈퍼 301조를 부활시킨 미국의 통상정책과 일맥상통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또 AMCHAM이 그동안 제기한 각종 문제들이 곧바로 USTR의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NTE)에 반영된 사례도 많았습니다만.
물론 AMCHAM 연례보고서가 마련되면 미국 정부에도 전달할 것입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이번 보고서는 과거와는 다른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최근 1년여동안 한국 정부는 각 분야에 있어서 외국인 투자의 걸림돌을 제거해왔습니다. 외국 기업의 입장에서 제도적으로는 더 이상 특별히 바랄 것이 없을 정도지요.
이번에 발표된 보고서는 특히 한국정부의 개혁노력을 AMCHAM이 어떻게 도울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한 결과 선택한 일종의 「조언서」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한국 정부가 이 조언을 완전히 무시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산업의 여건이 허락된다면 각 분야의 개혁에 참조해달라는 입장입니다. 이같은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면 외국기업들이 한국에 보다 쉽게 접근할 것이라는 점과 한국기업들 역시 보다 높은 수익성을 얻을 수 있을 것이란 점들을 알려주기 위한 것이지요.
-조언서라고 하지만 보고서 초안에서는 산업별로 무리하다 싶을 의견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 등에 대한 각종 규정을 개정할 경우 미국 정부에 이를 사전통보해줄 것등을 요구하셨잖습니까.
자동차를 예로 설명을 드려볼까요.
자동차는 조금만 설계를 변경해도 전체 생산에 엄청난 영향을 끼칩니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도 안전규정 등을 변경할 때 미리 제조업체에게 최소 2년전에 통보를 하고 있습니다. 충분히 대응할 시간의 여유를 주자는 것이지요.
어느날 갑자기 각종 규정을 변경한다면 한국시장을 대상으로 제품을 생산하던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황당해지기 마련입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무리해 보이는 부탁이겠지만 제조업체의 입장을 감안해서 사전에 대응할 시간적 여유를 달라는 일종의 부탁입니다.
이렇게 한다면 외국기업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자세가 과거와 달리 전향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점을 극명하게 알려줄 수 있는 것이지요.
-AMCHAM이 이번 보고서에서 노동문제나 법정휴가, 고용문제 등에 대해서까지 거론한 것은 다소 걸맞지 않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또 지적재산권 보호기간을 70년으로 연장해달라는 것 역시 지나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만.
이번 보고서가 통상압력을 위한 것이 아니다보니 이런 저런 제도들을 개선하면 더욱 좋지 않겠느냐 하는 입장만을 전달한 것입니다. 특히 고용문제와 관련해서는 현재 한국 정부가 마련 중인 국민연금제도가 기업의 퇴직금 문제를 커버할 수 있을 때를 대비해서 조언한 것입니다.
지적재산권 보호기간은 미국 등 여타 국가의 기준에 맞추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겠느냐는 점을 말한 것입니다. 50~70년이 긴 기간이지만 지재권 소유자의 입장에서는 그리 길지 않습니다. 특히 한국의 중소기업 및 재벌기업들이 요즘 기술개발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지 않습니까.
영화스크린쿼터를 들어서 말씀드려 볼까요. 미국 기업의 입장에서는 한국이 스크린쿼터제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훨씬 유리할 것입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이어진다면 한국 영화계는 외국의 영화사에 더욱더 의존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같은 보호장치를 없애면 치열한 제작경쟁이 이뤄질 것이고 이는 곧바로 헐리웃 영화의 한국시장 점유율이 줄어드는 결과로 나타날 것입니다. 당장에는 고통스럽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정부와 기업이 모두 유리해질 것입니다.
-화제를 돌리지요. 한국은 지난 97년말 최악의 국가 외환위기를 겪고나서 금융구조조정, 기업간 빅딜 등 다양한 자구노력을 펼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삼성자동차 빅딜이 타결됐습니다. 이같은 노력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십니까.
지난 1년간 여러가지의 개혁조치가 이뤄졌지만 그중에서도 금융부문의 개혁은 대단히 모범적입니다.
아주 대단한 작업을 했습니다. 1년전의 위기 상황 때와 비교하면 불과 1년만에 외환시장이나 자금시장이 놀랄 정도로 안정을 되찾았습니다. 은행 등도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났고요. 정말 한국의 금융개혁은 대단하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일본은 아직 시작도 하지 못한 것을 한국은 불과 1년만에 상당한 성과를 이룩했다는 것은 한국민이 자랑스럽게 여겨야 합니다.
이같은 개혁으로 많은 실업자가 발생했다는 점이 매우 가슴 아픈 현실이지만 경제라는 커다란 틀을 놓고볼 때 대단한 작업을 이룩한 것입니다.
다만 기업구조조정에 있어서는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특히 올해 안에 부채비율을 200%까지 낮추겠다는 부분에서는 다소 의심스럽기 까지 합니다. 최근 기업들의 부채비율 축소 등은 자산재평가 등 장부상의 노력일뿐 기업구조조정의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외국인들의 시각입니다.
한국의 외환위기는 과거 한국 기업들이 매출이나 시장점유율 등 외형을 중시했던 경영의 결과 아닙니까. 「사돈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한국 속담이 있는데 기업간 영역경쟁으로 과잉투자가 발생한 것도 수익성이나 기업이익을 중요하게 여기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입니다.
지난 1년간 한국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통해 많이 변했지만 의식이나 문화까지 개선하고 있는 지는 의심스럽습니다.
-한국의 독특한 문화적 풍토가 많이 작용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기업들이 연봉제 실시 등 미국식 경영을 속속 도입하고 있지 않습니까.
지금 한국의 개혁은 일종의 「문화 전쟁」입니다.
한국에 오래 머물면서 느낀 것이지만 전형적인 아담스미스류의 자본주의는 한국 실정에 맞지 않습니다. 그동안 한국기업들이 발전시킨 절충식 자본주의 역시 결과적으로 실패했습니다.
글로벌 경쟁의 시대에 맞춰 새로운 한국식 자본주의를 만들어야 할 시점입니다. 이를 통해 세계와 경쟁을 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어찌보면 지금이야말로 재경부나 금융감독위원회 등 정부가 나서서 한국식 자본주의의 기틀을 만들아야 할 것입니다.
-잘 아시겠지만 실업문제가 매우 심각합니다. 실업문제는 또 외국인 투자유치와도 직결돼 있어서 정부로서도 매우 고심하는 문제입니다. 고실업을 처음 경험하는 한국 정부에게 실업문제에 대해 한마디 하신다면.
그렇습니다. 실업문제를 지켜보면서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으로는 실업문제 역시 기업이 튼튼해져야 해결된다고 봅니다. 건실한 기업들이 많아져서 투자를 많이 하고 또 고용도 확대할 수 있다면 가장 바람직한 해결책이겠지요.
이 때문에 AMCHAM은 오는 4월 중에 미국으로 건너가 외국인 투자유치를 위한 행사를 가질 예정입니다. 이번 보고서 역시 외국인투자 유치를 위한 사전 포석의 하나라고 보시면 되고요.
-많은 시간 할애해주셔서 고맙습니다. 한국에 오신 지 벌써 20년 가까이 되셨지요. 끝으로 그동안 보고 느끼신 한국 경제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등에 대해 말씀해주시지요.
다시 말씀드리자면 한국은 지금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습니다. 그동안의 습성을 완전히 개선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기업의 외형 개선보다 내부 조직원들의 자세와 경영진의 경영방침 등을 과거와는 달리 수익성 위주로 전환시켜야 합니다.
자동차 산업만해도 세계는 지금 거대 기업으로 뭉쳐지고 있습니다. 한국의 기업들이 해외시장에서 이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수익성 중심으로 변해야 하며 비용이 발생하는 요소를 과감하게 제거해 나가야 합니다.
외형경쟁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영여건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물론 한국적 자본주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 및 고급인력이 모두 힘을 모아야 할 것입니다.【정리=김형기 기자, 사진=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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