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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져가는 생명 살려야죠" 아름다운 철도원

시험 앞두고 골수이식… 특채로 정규직 돼

"살아오면서 제가 받은 사랑을 주위와 나누고 싶어서 기증을 결심했습니다." 정규직이 되기 위해 반드시 치러야 할 시험을 이틀 남겨둔 철도공무원이 자신의골수(조혈모세포)만을 기다리고 있을 백혈병 환자를 위해 병원으로 달려갔다. 경기 의왕시 화물전용 오봉역에서 컨테이너와 화차를 연결하는 일을 하고 있는철도공사 직원 정대영(38)씨는 지난해 12월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가 보낸 편지를받았다. 3년여전에 골수기증을 신청한 사실을 잊어가고 있을 즈음에 자신과 조직형이 일치하는 환자가 나타났다는 내용의 편지가 그에게 날아든 것이다. 이처럼 비혈연관계에서 조직형이 일치할 확률은 2만5천분의 1이란다. 정씨는 편지를 받아들자마자 곧바로 협회에 전화를 걸어 지난달 4일로 수술 일정을 잡았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비정규직인 정씨가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는 한국철도공사 공채시험이 수술 이틀 후여서 자칫 시험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그러나 정씨는 자신만을 기다리고 있을 환자가 먼저 머리에 떠올랐다. 2000년 재단법인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에 근무하면서 골수기증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던 정씨는 어렵게 찾아온 기회를 모른 척 할 수 없었다. "조직형이 일치하는 백혈병 환자가 나타났다는 소식을 듣고 망설임 없이 수술일정을 잡았습니다" 그런 정씨에게 경사가 겹쳤다. 수술 등으로 시험 준비가 부족해 공채 시험에는탈락했지만 최근 특채를 통해 철도공사 정규직원이 됐다. 수술을 마치고 지난달 8일부터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데 골수이식 전과 마찬가지로 아무 어려움 없이 힘든 일을 척척 해내고 있다. 특히 백혈병에 걸린 어린이들은 골수만 기증 받으면 무럭무럭 건강히 자라날 수있는데도 꽃을 피워보기도 전에 세상을 뜨고 있다는 사실에 무척 가슴 아팠다. 백혈병으로 사경을 헤매다 조국에서 골수를 기증받아 극적으로 회생한 재미 입양인 성덕 바우만씨 영향으로 골수이식에 대한 인식이 조금 나아지는 듯 했지만 다시 관심이 멀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정씨는 전했다. 정씨는 "살아오면서 사랑을 많이 받아 왔고 그 사랑을 나눠 주고 싶어서 기증을결심했다"며 "골수 기증은 자신도 살아있으면서 꺼져가는 다른 생명을 되살릴 수 있는 의미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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