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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 새패러다임을 찾아서] 거품걷힌 日금융 "아! 옛날이여"

= 넘치는 무역흑자와 은행들의 무차별적인 대출경쟁에 따른 과잉유동성은 일본기업들과 투자자들을 재테크 열풍에 빠지게 만들었다.87년 도쿄증권거래소는 뉴욕을 제치고 시가총액 세계1위의 시장으로 도약했으며 같은해 9월 결산에서 노무라(野村)증권이 경상이익면에서 도요타자동차를 웃돌아 일본내 1위에 올랐다. 도쿄증권거래소의 하루 거래량이 20억주를 웃도는 과열양상이 계속되자 모 증권사 사장은 『하루 거래량이 50억주를 돌파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800명의 딜러를 수용할 수 있는 축구장만한 넓이의 트레이딩센터 신축구상을 내놓았다. 당시 일본의 종합상사들은 자사의 높은 주가를 배경으로 유로시장에서 거의 제로에 가까운 조달비용으로 거액의 자금을 끌어당겨 이를 다시 재테크에 투입하는등 돈놀이에 치중했다. 신주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은 80년대 일본기업 경쟁력의 원천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89년 12월29일 도쿄증시의 닛케이주가지수는 마침내 3만8,915엔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일본 내에서 흡수되지 못한 과잉유동성은 해외로 향해 도쿄금융시장은 세계의 자본공급의 주역으로 등장했다. 다이와(大和)증권은 86년 3월 미 국채 입찰에서 전체의 13%를 낙찰받아 월스트리트에 충격을 던져주었다. 당시 월스트리트에서 일본 증권사들의 움직임이 국채의 가격을 좌우하는 커다란 변수로 작용했다. 일본은행들 역시 세계 총자산랭킹의 상위권을 독점했다. 87년에는 일본의 은행, 생명보험회사가 궁지에 빠진 미국의 은행에 금융지원을 하기도 했다. 당시 미국내에서는 일본은행들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은행의 대형화가 필요하다는 「슈퍼뱅크 구상」이 제창되기도 했다. 유러머니지는 『일본의 은행, 증권회사가 이전에 혼다, 소니가 했던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세계시장을 침략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80년대 도쿄 금융시장은 황홀감에 도취, 제조업에 이어 금융부문에서도 일본이 세계시장을 장악할 것으로 과신하기에 이르렀다. <천국에서 지옥으로>= 90년대 들어서자마자 하락하기 시작한 도쿄증시의 주가는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한없이 부풀어 오르던 거품경제가 굉음을 내면서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주가급락에 따른 각종 금융사고가 잇달아 터지더니 부동산 가격하락과 경기침체 등에 따른 금융기관의 수익성 악화와 대량의 부실채권은 급기야 은행, 증권회사의 불사(不死)신화마저 무너뜨렸다. 97년 11월17일, 경영난에 빠져있던 홋카이도 척식은행이 다른 지방은행에 영업권을 넘기고 해체된데 이어 일주일 후인 24일에는 4대증권의 하나였던 야마이치(山一)증권이 3조엔의 부채를 떠안고 쓰러져 폐업하면서 일본 금융시장은 전후 최대의 금융위기에 처했다. 98년 3월에는 일본장기신용은행의 경영악화가 표면화된데 이어 12월 일본채권신용은행이 경영파탄을 맞았다. 일본정부와 여당은 금융기관의 연쇄부도를 막기 위해 60조엔에 달하는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내용의 금융재생관련법안을 98년 10월에 제정, 금융안정화 작업에 전력을 기울였다. 장기신용은행과 채권신용은행은 이 법에 근거해 「일시국유화」됨으로 최악의 사태를 피할 수 있었다. 공적자금 투입으로 일본 금융기관이 연쇄도산의 우려에서 벗어나자 대형은행들의 회생을 위한 통합, 합병발표가 잇따랐다. 99년 8월20일 다이이치강교, 후지, 니혼코교은행의 통합발표에 이어 10월14일에는 스미토모, 사쿠라은행이 합병을 발표, 「메가뱅크」시대를 예고했다. 3행 통합으로 총자산 141조로 세계 최대규모의 은행이, 2행 합병으로 총자산 99조엔으로 세계 2위의 은행이 각각 탄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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