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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진단] 투자 명분 '세금폭탄'… 재계 "현금 아닌 회계상 돈까지" 발끈

■ 사내유보금에 법인세 과세 논의<br>현금자산 10~20% 불과·이중과세 논란<br>여건 좋은 해외로 눈돌려 투자 되레 위축



이인영 민주당 의원이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적정 수준 이상의 사내유보금에 대해 15%의 법인세를 부과하는 법안을 발의하자 재계가 또다른 과세 폭탄이라며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발의된 법안에 따르면 유보금 부과 대상 기업이 지난 2012년 기준으로 대기업과 중견ㆍ중소기업 등 총 4,296개나 될 뿐 아니라 예상 추징금액도 연간 최대 2조5,000억원으로 막대하기 때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과도한 세금도 문제지만 유보금 과세가 이중과세 성격을 갖고 있는 것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재계에서는 사내유보금에 법인세를 물림으로써 투자를 촉진할 수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주장이지만 오히려 투자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A그룹 임원은 "해당 정책은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오히려 세금이 싼 해외로 기업들이 더 투자를 늘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내유보금은 순이익에서 주주배당을 차감한 금액으로 여기에는 기업들이 창립 이래 투자해온 토지ㆍ건물 등이 누적돼 있어 과세 자체가 온당치 않다는 것이 재계의 입장이다. B기업 고위임원은 "현금으로 쌓아놓는 돈이 아닌 회계상 기록인데 이에 대해 법인세를 부과하는 것 자체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C기업 임원은 "실제 투자를 단행해 현금이 빠져나가더라도 회계상에서 유보금으로 잡히는 경우가 있다"며 "회계장부 액면을 보고 투자를 안 하니 세금을 부과한다는 것은 현실을 모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사내유보금 과세 추진=지난 20일 CEO스코어에 따르면 6월 말 기준으로 10대 그룹의 사내유보율과 유보금은 1,668%, 477조원에 이른다. 주요 그룹별로 보면 삼성그룹의 경우 13개 상장사의 유보금이 2010년 108조원에서 올 6월 말 162조1,000억원으로 50.1% 늘었다. 현대자동차그룹 9개 상장사의 사내유보금도 이 기간 50조5,000억원에서 두 배가량 불어난 100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이 외에 주요 그룹들도 사내유보금이 크게 증가한 상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복지재원 마련과 투자촉진 명목으로 유보금에 대해 법인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야권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이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자기자본 300억원 초과 또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소속 법인이 대상이다. 여기에 적정 유보금에 대해서는 15%를 부과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추미애 의원도 기업들이 돈만 쌓아놓고 투자를 하지 않는다며 사내유보금에 대한 법인세 부과 법인을 준비하고 있는 상태다.

◇재계 "유보금 과세는 현실 무시"=투자촉진과 재원마련 등의 명분은 좋지만 유보금에 대한 법인세 과세와 관련해 재계 및 전문가들의 시각은 다르다. 일단 유보금은 전체가 현금으로 쌓아놓은 돈이 아닌 순이익에서 배당금 등을 뺀 누적금으로 회계상 돈일 뿐이다. 한마디로 오래 전부터 해온 시설투자(토지ㆍ건물 등) 등이 포함돼 있고 기업이 성장하면서 누적규모 역시 커질 수밖에 없다. 유보금을 전체 현금으로 보고 있으나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는 것이다. 유보금에서 현금성자산 비중은 많아야 10~20%이고 나머지는 부동산 등으로 이를 투자하지 않는다고 과세하는 것 자체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국제기준에서도 유보금 과세는 지양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여기에다 유보금에 대한 법인세 부과는 이중과세 성격도 있고 투자촉진과는 더더욱 거리가 멀다는 게 문제다. 정치권에서는 과세의 정당성과 투자촉진을 이유로 내걸고 있지만 회계 전문가들과 기업의 입장은 다르다. 회계 전문가는 "이미 세금을 낸 후 남은 돈인 사내유보금에 대해 또 과세를 하는 것은 다분히 이중과세"라고 지적했다.



투자촉진은커녕 투자후퇴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 재계의 이야기다. D그룹 임원은 "유보금에 대해 과세하는 법이 생긴다면 유보금을 줄이려고 기업들이 온갖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투자조건이 좋은 해외 각지에 더 투자하려고 할 것이다"고 말했다. 전경련 고위임원은 "투자를 늘리려면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먼저 구축하고 기업들을 끌어들여야 한다"며 "(유보금 과세는)기업을 해외로 나가라는 법이 될 것"이라고 우려를 전했다.

◇늘어나는 세금부담, 기업은 '봉'인가=기업들은 정부와 정치권이 복지재원 얘기만 나오면 법인세 증액을 들먹이는 행태에 대해 "기업이 봉이냐"며 불만을 터뜨린다. 실제로 전경련 분석에 따르면 올해 세법 개정안이 예정대로 시행될 경우 향후 3년간 기업들이 법인세로만 추가로 부담하는 금액이 6조2,000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유보금 과세법안이 시행돼 연간 2조원가량을 부담하게 될 경우 기업들의 3년간 법인세 부담금액은 기존 6조2,000억원에다 6조원(3년간 2조원씩 납부) 등 무려 12조원에 이르는 것이 현실이다.

전경련 고위관계자는 "세무조사에다 각종 증세 법안 등 증가하는 세부담에 기업들이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기업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며 "이런 재계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brigh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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