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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수필] 70%의 낙관파
입력2002-06-02 00:00:00
수정
2002.06.02 00:00:00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이 16강에 들 것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70%를 넘어서고 있다고 한다. 반면 16강에 들지 못할 것이라고 비관적으로 응답한 사람은 10% 남짓에 불과했다 한다.
물론 이 여론조사의 결과는 실제의 승패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선거와 관련된 각종 여론조사는 실제의 투표성향을 미리 점칠 수 있는 유력한 판단기준이 될 수 있지만 축구와 연관된 이 여론조사는 실제의 승패에는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 승패는 오로지 경기장에서만 결정된다. 경기가 끝나봐야 승패를 알 수 있다.
또 이 여론조사는 주가예측 등 경제예측과도 거리가 멀다. 각종 경제예측은 나름대로의 전문성과 객관성에 바탕을 두고 있으나 이 조사에는 그런 것이 없다. 하긴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모두 전문가적인 안목을 자랑한다.
입으로만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누구나 감독을 맡아도 될만한 안목을 갖추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안목도 구경꾼의 안목일 뿐 전문가와는 거리가 멀다.
그러고 보니 이 여론조사는 단순히 희망과 염원을 물은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조사는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시사점이 떠오르는 조사라고 할 수도 있다. 국민성이 그대로 반영돼 있다고 볼 수 있다. 낙관과 비관의 비율을 첫째로 들 수 있다. 앞일은 어차피 누구도 모른다.
그러나 미래를 대비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크게 낙관과 비관으로 쪼개진다. 낙관이 지배하는 사회는 발전에 강하고 위기에 약하며 비관적인 사회는 안정되지만 발전력이 약하다.
16강에 든다고 확신하는 70%의 사람은 낙관파이며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 10%의 사람은 비관파라고 할 수 있다. 낙관 7, 비관 1, 기타 2의 비율이 우리 사회의 미래에 대한 의식구조라고 할 만하다.
둘째로 냄비속성 또는 결집성을 들 수 있다. 쉽게 끓고 쉽게 식으며 이슈가 터지면 열광적으로 뭉친다. 물론 이런 속성에도 장점과 단점이 다 있다.
낙관을 위한 확실한 근거를 지속적으로 구축하고 결집된 열정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끄는 일은 월드컵에서 16강을 달성하는 일보다 훨씬 어려운 과제라고 할 수 있겠다.
/정태성(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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