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그룹들이 올해 인사 키워드를 '물갈이'로 정한 것은 성과와 실적에 따른 철저한 보상형 인사를 통해 경영혁신과 함께 글로벌 경기악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또 이 같은 인사를 통해 조직을 쇄신하고 안정시키겠다는 포석도 깔려 있다. 이에 따라 주요 그룹들의 올해 인사는 '성과와 보상'이라는 실적 위주의 인사 철칙에 따라 최고경영진(CEO) 교체와 발탁 인사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는 전자ㆍ기계ㆍ해운 등의 일부 기업들이 '어닝 쇼크'로까지 불릴 정도로 실적악화를 겪고 있어 대규모 승진잔치보다는 큰 폭의 임원진 교체가 관측된다. 다만 경영 안정성을 중시하는 일부 그룹들은 '정중동'의 모습을 보이며 내부를 다독이는 보수형 인사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철저한 실적평가에 따라 1년 단위의 연말 정기인사를 해오던 삼성은 올 들어 180도 변신해 '수시 인사'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4월 경영에 복귀한 이건희 회장이 강도 높은 경영진단을 실시해 비효율과 비리 등을 발본색원하기 위한 충격요법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지난달 25일 윤순봉 삼성석유화학 사장을 삼성서울병원 지원총괄사장으로 전격 발령 낸 삼성은 경영진단 결과에 맞춰 '혁신'형 물갈이 인사를 이어갈 공산이 크다. 삼성의 스피드 인사는 오는 12월 초 정기인사를 불과 한 달여밖에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두 계열사의 CEO를 교체할 정도로 '전광석화'다. 다만 벌써 네 계열사 사장단 인사를 한 터라 그만큼 인사 폭은 줄어든 상태다. 이에 더해 그룹 안팎에서는 이 회장이 태양전지와 자동차용 전지, 발광다이오드(LED), 바이오제약, 의료기기 등 5대 신수종사업의 더딘 발걸음에 불만을 수차례 표시했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이에 따라 신수종 부문의 최고경영진 교체와 함께 임원을 보강할 것으로 보인다. 또 소프트웨어와 여성 인력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을 감안할 때 이들에 대한 발탁 인사 등도 점쳐진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실적에 대한 확실한 보상이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는 데 효과가 있었다고 판단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올해도 실적 위주의 승진인사를 준비하고 있다. 또 내년 자동차시장 상황이 불투명한 점을 감안해 조직안정에 무게를 두는 한편 경기침체를 타개할 수 있는 마케팅 강화에 힘을 싣는 인사가 예견된다. 2008년 금융위기 후에도 독창적인 마케팅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든 경험이 있어 이 부문 인사에 공을 들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이닉스 인수를 목전에 둔 SK도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우선 SK텔레콤이 하이닉스 인수에 성공할 것을 대비해 하이닉스로 내보낼 CEO와 임원진을 고려한 인사 진용을 짜야 한다. 또 그룹의 지주회사인 SK㈜는 기존의 부문 조직을 대팀제로 전환하고 G&G추진단과 TIC로 운영되던 양대 성장조직을 G&G로 통합해 이에 따른 후속인사 조치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 부회장단과 계열사 CEO 인사를 단행해 CEO 교체 폭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른 그룹에 비해 해외기업 인수 등 공격경영이 두드러지고 있는 한화는 태양광 등 신성장동력 육성에 힘을 싣기 위한 인사운용을 우선 고려할 것으로 예측된다. 또 10월 초 중소기업형 사업에서 철수하고 계열사 수를 줄이겠다고 밝힌 데 따라 축소되는 계열사에 소속된 '한화맨'들의 거취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코오롱도 그룹 계열사 간 합병으로 올해 인사 폭은 여느 해보다 클 수밖에 없다. LG에 대해서는 재계의 예측이 엇갈린다. 실적악화 때문에 LG전자는 미주사업장의 다운사이징에 돌입하고 인력 재배치, 자회사 발령 등 인력 조정이 한창이다. 이에 근거해 큰 폭의 인사가 예상되지만 LG의 기업문화상 다른 그룹에 비해 장수 CEO들이 많은 점을 들어 소폭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롯데는 올해 초 본격 출범한 '신동빈 회장 체제'의 안정화가 핵심 키워드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신 회장의 승진과 함께 그룹의 구조조정본부 역할을 하는 정책본부의 주요 인사들이 올해 한 차례 대거 승진, 인사 요인은 크지 않아 보인다. GS그룹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 말에도 인사 폭을 최소화해 조직의 지속적인 안정을 꾀하는 '정중동'의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말 안정적인 경영성과를 달성한 점을 높이 평가해 역대 최대 정기 승진인사를 단행한 STX그룹은 올해 조선ㆍ해운 등 주력 사업 부문의 경쟁력 강화와 신성장동력 사업 강화에 초점을 맞춘 인사를 할 것으로 분석된다. 대한항공의 경우 2009년 및 지난해 연말 정기인사에서 2년 연속 대폭 세대교체를 진행해 올해 인사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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