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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불투명한데 총수 부재·사정 바람까지… 한국만 M&A 잠잠"

■ IB & Deal… 투자은행 전문가 등 130명 설문조사

시장위축에 3위 케이블업체 씨앤앰 매각도 애먹어

"대형 IB육성정책 갈길 멀어… 규제 개혁해야" 응답


국내 최대 사모펀드(PEF)인 MBK컨소시엄은 최근 국내 3위 케이블TV업체(MSO)업체 씨앤앰을 매각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 CJ(CJ헬로비전)와 태광(티브로드)·SK(SK브로드밴드) 등 주요 인수 후보로 거론됐던 대기업그룹들이 최고경영자(CEO)의 부재 속에 핵심 의사 결정을 미루면서 인수전의 열기가 기대했던 것만큼 달궈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시장에서는 서울 강남3구 및 수도권 지역에서 242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씨앤앰을 인수하면 단숨에 업계 1위인 KT와 양강구도를 만들 수 있어 상당수 기업들이 인수전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했었다. 하지만 MBK측이 최근 진행한 예비 입찰에 이들 유력 후보들은 끝내 불참했다.

씨앤앰 딜은 그룹 총수의 부재가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서울경제신문이 진행한 설문결과에서도 이 같은 우려를 확인할 수 있었다. '올 들어 M&A시장이 활기를 띄고 있는 미국·영국·중국 등과 달리 유독 국내 M&A 시장만 위축되는 이유가 무엇이냐 '는 질문에 응답자들은 '경기 침체 속 불투명한 향후 전망(63.1%)'과 '주요 대기업 총수 부재와 사정 정국 등 정치적 영향(13.1%)'을 가장 많이 꼽았다. 물론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포함한 국내 10대 그룹 상장 계열사의 지난해 말 기준 사내유보금은 약 503조원으로 M&A 여력은 충분하다. 하지만 씨앤앰 인수전에서 나타나듯이 의사 결정권자인 그룹 총수의 공백은 치열한 M&A 경쟁에서는 부정적인 영향이 크게 작용한다. 해당 그룹뿐 아니라 전체 M&A 시장 규모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대형 PEF의 고위 관계자는 "타 기업과의 인수합병은 그룹 전체의 시너지를 감안해야 하고 때로는 무모하다 싶을 정도의 뚝심도 필요한 고도의 경영 의사결정 행위"라면서 "총수가 부재한 그룹은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고 그 결과 국내 M&A 시장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대형 IB 육성을 정책과제로 내세우고 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평가도 많았다. 정부는 한국판 '골드만삭스' 육성을 내세우며 2004년 사모펀드(PEF)법을 제정한 데 이어 2007년에는 자본시장통합법을 만드는 등 정책적으로 지원해왔다. 하지만 설문 참여자의 56.5%는 '현 시점에서 정부의 정책 목표 달성이 미흡하다'고 답했다. '매우 미흡하다'는 답변도 14.5%에 달했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 실장은 "한국의 제조업 분야는 국가적 지원 등을 통해 다른 세계적 기업을 압도할 만큼 성장했지만 금융 분야는 아직 외국계와 격차가 큰 상황"이라며 "정부에서 국내 IB가 해외에 나가 치열하게 배우면서 역량을 쌓고 살아남을 수 있도록 적극적인 육성책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IB업계의 질적·양적 성장을 위해서 시급히 이뤄져야 할 과제가 무엇이냐'라는 질문에는 '기업활동에 대한 규제개혁(22.6%)'을 가장 많이 선택했다. 현장에서 금융규제를 업계 발전 저해요인으로 꼽고 있는 만큼 향후 정부의 IB 육성책에 불필요한 금융규제를 완화하는 것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외 IB들이 올해 기업구조조정 작업이나 중소 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자금 조달 분야에서 역할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IB가 집중해야 할 사업 영역 및 분야'를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32.3%가 '재무구조 취약기업 및 법정관리 회사 구조조정'이라고 답했다. 경기침체와 산업구조 변화로 부실 및 한계기업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기업들의 구조조정과정에서 IB들이 PEF나 인수금융 등을 활용해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밖에 '창업 및 중소 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자금조달 및 기업공개(18.5%)' '조선·철강·석유화학 등 전통산업 선제적 구조조정 발굴(18.5%)' 등도 IB들이 집중해야 하는 분야로 꼽혔다. /서민우·지민구 기자 ingaghi@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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