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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대타협으로 가는 길] <1부-1> 한국경제 'Back to the Basic'

새정부 '경제살리기' 대장정에 벌써 복병 꿈틀<br>제로섬 게임 몰두땐 희망없어…사회협약 정신 절실<br>노·사·정·시민사회 지혜 모아 '선진한국' 길 열어야


[사회 대타협으로 가는 길] 한국경제 'Back to the Basic' 새정부 '경제살리기' 대장정에 벌써 복병 꿈틀제로섬 게임 몰두땐 희망없어…사회협약 정신 절실노·사·정·시민사회 지혜 모아 '선진한국' 길 열어야 하루 평균 8만명의 인파가 몰린다는 서울 청계천. 지금이야 서울의 명소로 자리잡았지만 청계천 복원사업은 초기만 해도 숱한 우여곡절을 겪어야만 했다. 장기간 공사로 가게문을 닫아야 했던 상인들이 격렬하게 저항했고 시민들도 교통 불편을 이유로 달가워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하지만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 등 시청 관계자들은 무려 4,000번을 넘게 상인들을 만나 청계천 복원의 정당성과 긍정적 효과에 대해 설득했다. 그들과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왜 꼭 필요한 사업인지를, 복원 후 매출이 얼마나 늘어날 것인지를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한 끝에 마음을 돌려놓을 수 있었다. 잠깐의 불편을 참고 경제적 손실을 기꺼이 떠안은 주변 상인들과 시민들이 보여준 타협과 양보의 정신은 결국 모두에게 '윈윈'의 이익을 안겨주었다. 대타협의 경험이 시간이 지나 값진 결실로 되돌아온 셈이다. 전문가들은 지금 이 시대에 요구되는 것은 바로 '제2의 청계천'을 사회 각 분야로, 전국 곳곳으로 확산시키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 25일 이명박 정부가 대장정의 막을 올렸다. 취임식을 지켜보던 모든 국민들의 염원과 희망은 한가지였다. 빈사상태에 빠져 있는 경제를 살려달라는 것. 온 국민들은 절박한 심정으로 지난 10년간 한국경제의 활력을 앗아가 버린 저성장 기조의 굴레를 끊고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일궈내기를 두 손 모아 기원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이념의 시대를 넘어 실용의 시대로, 투쟁의 시대를 넘어 동반의 시대를 열어가자"며 "노사가 양보해 한걸음씩 다가서야 한다"고 역설했다. 새 정부가 사회 통합과 노사정 대타협을 국정과제의 최우선으로 삼고 있는 것도 바로 이 같은 이유에서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사회학과)는 "작은 것부터 합의해서 단계적으로 풀어나가는 소중한 경험을 쌓는 게 우리에게 중요하다"면서 "다소 속도가 느리더라도 대타협을 통해 국가적 현안을 슬기롭게 해결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 정부 앞에 놓인 과제는 결코 만만치 않다. 어떻게 하면 97년 외환위기 이후 누적돼온 정치ㆍ사회적 갈등을 극복하고 사회통합을 이룰 수 있을까. 또 저성장의 늪에 빠진 경제를 다시 일으켜 성장의 불씨를 되살리고 분배를 확대할 수 있을까.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장밋빛 미래를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금새 깨닫게 된다. 정치권은 이미 새 정부 조각과 총선을 놓고 정파싸움에 골몰해 있으며 노조 측에선 '제대로 된 총파업을 하겠다'며 벌써부터 으름장을 놓고 있다. 지난 10여년간 쌓여온 노사대립 및 성장과 분배 갈등, 세계화와 구조조정에 따른 취약계층 확대는 성장 우선정책만으로는 해결하기 쉽지 않다. 특히 공동체 의식의 실종과 함께 중산층의 붕괴와 양극화, 이념 대립 등 사회분열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태다. 일각에선 성장을 앞세운 새 정부가 과연 양극화와 사회분열을 치유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정승일 과학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이명박 정부를 신자유주의의 화신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적지않다"며 인수위가 내놓은 190대 과제 중 복지정책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선진국가는 통치자나 정부, 어느 일방의 힘만으로는 결코 도달할 수 없다. 정부는 물론 기업ㆍ노동ㆍ시민사회가 함께 한국 사회의 현실과 한계를 직시하고 공동의 목표를 위해 양보와 배려를 하는 사회적 합의, 즉 대타협을 할 때만이 선진 대한민국을 만들어낼 수 있다. 향후 5년은 우리가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는 마지막 남은 시간이다. 내 몫만 챙기려는 즉자적, 단편적 사고를 극복하고 공동체의 발전을 이뤄낼 수 있는 대승적 방법론을 찾아내려는 사회협약의 정신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이유다. 지금처럼 한국 사회가 공동체의 목표와 연대의식을 상실한 채 모래알처럼 흩어져 소모전을 치른다면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그저 밥그릇만을 챙기기 위한 제로섬 게임에 골몰하면 할수록 파이를 키우고 살기 좋은 사회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상대방에게 양보와 희생을 강요하는 식의 '네 탓이오'를 그만두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신 머리를 맞대고 과거의 낡은 틀을 혁파하는 동시에 한국적 상황에 맞는 새로운 발전모델을 정립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인춘 연세대 연구교수는 "한국의 발전모델은 이제 교착상태에 빠졌다"며 "개발국가는 쇠퇴했고 새로운 제도들이 도입됐지만 발전모델의 전환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선진 한국을 향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실제 유럽의 선진국들은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극심한 파업과 노사갈등을 극복하고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 복지확충의 세 마리 토끼를 잡아 현재의 부국을 건설하는 탄탄대로를 일궈냈다. 이른바 '스웨덴 모델'의 권위자인 랄시 막누손 웁살라대 부총장은 "한국의 산업화역사나 국가전략을 뜯어보면 여러모로 스웨덴과 비슷한 점이 많다"면서 "사회적 대타협이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산업화에 성공함으로써 경제발전을 이루고, 이를 통해 사회보장을 달성할 수 있다는 점을 자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민사회와 노동ㆍ기업ㆍ정부가 자발적으로 한데 뭉쳐 사회대타협을 이뤄낸다면 한국 사회의 갈등구조는 '통합의 용광로'로 바뀔 것이다. 법과 질서를 지키는 가운데 상호존중 속에서 건전한 비판과 협조의 문화가 정착된다면 대국 한국을 건설할 수 있다. 임상훈 한양대 교수는 "새로운 국가모델을 힘 있게 추동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노ㆍ사ㆍ정 등 각 경제주체들이 새로운 발전모델에 대한 합의를 이루는 사회적 대타협이 선행돼야 한다"며 "사회적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다면 어떤 정부도 실효성 있는 정책을 펼 수 없다"고 못 박았다. ● '사회대통합' 둘러싼 오해 해소도 시급 경제성장과 사회통합을 위해 사회대타협이 필요하다는 데 이의를 다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러나 서구에서 국가전략으로 활용된 사회대타협이 과연 한국 상황에 적합한지를 놓고 논란이 빚어져온 것도 사실이다. 일부에서는 낮은 노조조직률과 경제규모 등의 차이를 들어 우리 현실에 맞지 않다는 성급한 판단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치열한 고민 없이 실용적이고 유효한 전략을 스스로 포기하는 경솔한 행동이라고 비판한다. ◇작은 나라에서만 적용된다=흔히 강소국만 성공사례로 거론되지만 독일ㆍ이탈리아ㆍ스페인 등 경제규모가 큰 나라에서도 시도됐고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북유럽 강소국의 연구사례를 보면 사회대타협이 강력한 힘을 발휘한 나라들은 규모가 작아서가 아니라 국내 수요보다 해외시장에 의존하는, 즉 수출 중심의 개방경제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는 한국과 일치하는 점이다. 또 한국의 경쟁 상대국인 미국ㆍ일본ㆍ중국 등은 모두 거대한 국토와 인구를 지닌 초강대국들로 이에 비하면 한국은 경제규모가 크다고 볼 수 없다. ◇이명박 정부와 맞지 않다=대타협은 중도좌파 정부가 주도했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의 정책노선과 맞지 않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성공사례로 꼽히는 네덜란드의 경우 지난 1983년 바세나르협약을 주도한 정권이 중도우파인 루버스 내각이었다. 이후 네덜란드의 중도우파 정권은 12년 동안 집권하며 사회적 합의를 더욱 튼튼히 다졌다. 오스트리아 역시 우파인 국민당이 사회적 타협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했다. ◇노조에만 이익이다=스웨덴이나 핀란드ㆍ아일랜드ㆍ네덜란드 등 사회적 대타협을 성공했고 현재도 핵심 국가전략으로 활용하고 있는 나라들은 기업과 시장 역시 큰 이득을 보고 있다. 북구모델로 불리는 스웨덴ㆍ핀란드의 경우 그 어느 국가와 비교해도 노동시장 유연성을 갖추고 있다. 공장폐쇄가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핀란드에서는 정리해고나 명예퇴직 등에 대한 거부감이 거의 없어 파업과 시위를 보기 힘들다. 노조 측은 자발적인 임금 억제로 인플레이션을 막고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네덜란드는 루버스 내각이 사회적 합의를 거쳐 시장기능 강화를 비롯해 공기업 민영화, 사회보장제도 개혁 등을 추진한 덕택에 오늘날 노동시장 유연화의 대표국으로 손꼽히고 있다. 이처럼 사회적 대타협의 과실을 따먹고 있는 국가들은 성장과 일자리ㆍ분배 등 주요 국가적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왔다. 무엇보다 사회적 합의라는 탄탄한 토대에 힘입어 타협하지 못했을 때 육성할 수 없었던 창의적이고 실용적인 정책들이 가능해져 선진국가를 이룰 수 있었다는 점은 우리에게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별취재팀 정상범차장(팀장)ㆍ이규진기자ㆍ박태준기자(산업부)ㆍ이철균기자(경제부)ㆍ권구찬 뉴욕특파원aroc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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