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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북한 합의사업 어떻게 추진되나

현대의 대북한 경협사업의 실체가 2일 정주영(鄭周永) 현대명예회장 일행의 김대중(金大中)대통령 접견을 통해 좀더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현대는 지난달 31일 방북 직후 북한의 민간경제인연합회(민경련)과 발전소건설과 자동차조립 등 총 9개의 경협사업에 합의했다고 밝혔다.鄭명예회장은 이날 金대통령에게 방북성과를 설명하면서 『승용차 조립과 공단조성사업등은 좀 더 구체화해야 하고 다소 시일이 걸릴 것같다』고 말했으나 『위험성이 적은 자동차라디오조립, 광천수개발 등은 곧 실현될 수 있다』고 밝혔다. 현대가 지난 6월 1차 방북이후 민경련과 합의한 9개 사업 가운데 유전개발을 제외한 8개 「경제개발협력사업」의 내역과 앞으로의 추진방안 등을 정리한다.【편집자주】 ◇20만톤 규모의 고선박 해체사업=노동집약 산업인데다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등 후진국형 사업이어서 우리나라에서는 80년대들어 사라진 사업으로 인천제철이 2단계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인천제철은 1단계로 700명 정도의 인력으로 사업을 운용한 다음 북한지역의 내수 여력과 중국의 압연재 철근수출 가능성 등을 검토한후 사업성이 좋을 경우 2단계로 1,300명 정도의 인력을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해 놓고 있다. 또 철근공장도 해체사업장 위치와 연계해 결정할 예정이다. 사업이 구체화되면 지게차, 궤도 크레인 등 육상장비와 플로팅 크레인, 바지선, 터그보트(예인선) 등 해상장비를 현지로 실어 나를 계획이다. 인천제철 관계자는 『현재 세계적으로 운항되는 유조선 3,000여척 가운데 오는 2002년까지 25년 이상되는 노후 선박이 1,000척이 넘어 일감확보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10만KW 평양 화력발전소 건설= 현대가 평양 인근에 건설키로 한 10만㎾급 화력발전소는 석탄화력 방식이 유력하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석유나 가스 등을 해외에서 공급받기 어려운 반면 석탄 매장량은 풍부하기 때문에 석탄화력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10만㎾ 규모는 국내에는 건설된 적이 없는 미니 발전소로 총 사업비가 1,000억원 가량 소요될 것으로 산자부는 내다보고 있다. 건설방식과 관련해 노후화된 국내 발전설비를 뜯어다 수리한 뒤 북한에 보내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으나 현대그룹이 현대중공업과 현대건설 등을 통해 발전소 건설부문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확보하고 있는 만큼, 신규물량 창출을 위해 새 설비를 발주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당국자는 『50만㎾급 석탄화력발전소를 짓는데 드는 비용이 5,0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평양화력에는 1,000억원 가량이 소요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인건비 등에서는 저렴하지만 북한의 열악한 주변여건 때문에 국내 건설비보다 적게 들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광천수 개발=현대와 북한이 합의한 경제협력사업의 특징은 제조업에 집중돼 있어 광천수 개발은 다소 의외다. 이 사업은 북한측이 제안하는 등 적극적 입장을 보이고 있어 이른 시일내에 가시화될 전망이다. 북한은 지난 96년 금강산샘물을 개발해 프랑스 「에비앙」과 같은 세계적인 식용수로 육성키로 하고 국내 중견기업인 태창과 합작으로 금강산 인근에 대규모의 광천수 공장을 마련했다. 하지만 태창의 부도로 많은 자금이 투자된 사업은 현재 답보상태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와중에서 현대와 본격적인 대북사업을 추진하던 북한이 현대측에 이를 추진해주기를 희망했고 현대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시작됐다. ◇자동차조립공장= 북한 내수시장을 겨냥하기 보다는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간접수출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가 현지에서 생산할 차종으로 아토스나 엑센트 등 소형차와 트럭, 버스 등 상용차를 고려하고 있는 것도 중국과 러시아시장과 관련이 깊다. 중국과 러시아는 전형적인 개도국 초기시장으로 승용차는 고급차와 보급형차라는 양극화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또 트럭, 버스 등이 주요 운송수단으로 보급돼 있다. 현대는 이를 위해 조립공장 건설의 전제조건으로 「시장 수출할당과 관세문제를 해결했을 때」로 못박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 북한은 사회주의 국가간 관세잇점을 주는 쌍무협약을 맺고 있어 북한을 통해 간접적으로 이들 지역에 진출할 수 있게 된다. 자동차업계는 북한이 수출할당과 관세문제를 해결할 경우 현대의 북한에서의 생산규모는 초기 1만~2만대에 그치겠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20만대까지 끌어 올리는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상용차에 강한 기아의 일부 라인을 뜯어내 북한에서 생산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자동차 라디오 조립=대북 사업중 가장 빠른 시일내에 가시화될 부문이다. 현대가 자동차조립공장을 금강산사업과 실내체육관 건립과 함께 당장 추진할 사업으로 꼽아 북한과의 합의가 상당히 진척됐음을 시사했다. 또 합의만 이뤄지면 당장이라도 생산에 들어갈 수 있다는 비(非) 장치산업이라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에 따라 현대가 밝힌 연산 24만대 규모의 단순임가공 카오디오 조립공장은 대부분의 대북사업 관련 공장이 들어설 서해안 공단이 조성되기에 앞서 다른 지역에 세워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는 경기도 이천 공장의 일부 카오디오 생산시설을 북한으로 옮겨 여기서 생산하는 대부분의 제품을 동유럽으로 수출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저렴한 인건비로 원가를 낮출 수 있는데다 북한에서 동유럽으로 수출되는 제품에 일체 관세가 부과되지 않기 때문이다. 나머지는 국내로 반입하거나 제3국으로 수출하는 방안을 함께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는 이를 통해 이천(100만)·중국 톈진(天津·60만)·북한(24만) 등으로 카오디오 생산기지를 3분화한다는 방침이다. 또 장기적으로 서해안공단에서 조립할 자동차의 카오디오로 일정 부문을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통신사업= 현대측은 우선 금강산 관광사업과 관련해 국제통화선로를 개설해 서울과 현지 사무소간의 직통전화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 현대는 금강산 관광선에 4회선 금강산 운영사무소에 1회선 장전항 공사현장에 1회선 등 모두 6회선을 개설키로 북측과 합의했다. 통신루트는 한국통신의 국제통신망을 통해 일본의 국제전화사업자를 거쳐 북한에 연결되는 루트가 유력하다. 현대는 또 2단계로 내년 상반기까지 교환기를 금강산 현지에 설치, 금강산~서울간 직통전화를 개설키로 했다. 장기적으로 현대는 금강산 일대에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방식의 기지국을 설치, 휴대폰 이용을 가능케 하는 방안도 적극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북한측도 현대측과의 교섭에서 금강산 일대에 교환기 설치, 전송망 구축, 광케이블 포설 등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북 경협이 더욱 확대되는 단계에서는 통신서비스회사들의 참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통신과 온세통신은 이미 통일부에 남북 통신협력 사업자 지정 및 협력사업 승인을 신청해 놓고 있다. SK텔레콤 등 이동전화회사들도 북한 통신시장 선점을 위해 암중모색하고 있다. ◇현대건설과 함께 제3국 해외건설공사에 공동진출=북한의 값싼 노동력과 현대의 건설노하우를 접목하는 방식이다. 지난 6월 1차 방북을 통해 투르크메니스탄 화학공장과 러비아 대수로공사 등에 북한인력을 우선적으로 투입하기로 의견을 같이 했다. 이 가운데 투르크메니스탄의 경우 현대건설은 최근 북한으로 부터 인력제공에 따른 견적서를 받아 기술능력과 가격경쟁력 등을 분석하고 있는 상태다. 현대건설이 지난 10월 수주한 이 공사는 총 사업이 1억달러규모의 폴리프로필렌(PP) 화학공장을 짓는 것으로 연말까지 견적서 검토를 거쳐 인건비 등을 확정한 뒤 내년부터 북한 인력을 공사현장에 투입할 예정. 리비아 대수로 공사는 동아건설과 입찰경합중이어서 현재로는 다소 유동적이다. 현대는 투르크메니스탄 공동진출이 차질없이 추진될 경우 다른 지역으로 점차 확대할 방침이다. ◇공단개발=서해안 2,000만평 규모의 부지에 대규모 공단을 조성해 약 850개 업체를 입주시키자는 계획이다. 우선 30만평을 시작으로 10년간 7단계에 걸쳐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후보지로는 해주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대와 북한은 이 곳에 남측과 북측이 협의하는 모든 경제사업분야를 유치하자는데 합의했다. 유치업종은 신발, 의류, 봉제, 직물, 방직 등 노동집약적 경공업제품을 비롯해 TV조립, 라디오, 선풍기, 전자부품 등 남한의 경쟁력 저하 품목과 음료, 식료품, 담배, 펄프 등 원료조달이 용이한 제품 등이다. 현대는 북한의 기존 경제특구로 나진·선봉과 남포공단 등이 있지만 남쪽과 거리가 멀어 현실적으로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또 군사분계선을 통한 인력 및 장비, 설비교류라는 정주영 명예회장의 평소 소신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공단개발은 현대가 금강산개발과 함께 가장 역점을 두는 분야여서 금강산개발과 동시에 착수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김윤규(金潤圭) 현대건설 사장은 공단사업 추진시작 시기와 관련해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약속이 있었던 만큼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혀 연내 시작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이재권·채수종·권구찬·한상복·정재홍·정승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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