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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상 땐 충격 … 연착륙 유도해야

■ 좀비기업 늘리는 중기대출 과열경쟁

<하> 대출 증가세 경제성장률의 3배 '기현상'


당국 '실물경제 지원'에 매몰돼 뒷짐… 은행 '오버뱅킹'… 중기 경영상황은 악화…

中企 4곳 중 1곳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갚아

은행 갑작스럽게 줄일 수 없지만 옥석가려 대출을


IBK경제연구소는 최근 비공개로 자산규모 70억~300억원 사이 9,170여개 중소기업의 재무 상태를 긴급 점검했다. 그 결과 지난해 말 기준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기업이 무려 24.3%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201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중소기업 네 곳 가운데 한 곳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IBK경제연구소는 보다 정밀한 분석을 위해 차입금이 증가한 기업과 감소한 기업을 나눠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을 조사했다. 그 결과 차입금이 늘어난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3.1%에 불과했고 오히려 차입금을 줄인 곳의 영업이익률이 4.6%를 기록했다. 은행 빚이 투자로 연결돼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은행 빚을 많이 낸 기업일수록 돈을 벌지 못하고 이자 갚기에 허덕이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비관적 상황에도 불구, 올해 들어 은행의 중기 대출 시장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올 들어 지난 4월까지 21조1,000억원이 늘어난 은행의 중기 대출 증가 추세를 감안하면 올해 증가분은 50조원도 거뜬히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중기 대출이 비정상적으로 폭증한 2007년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국가 경제성장률이 3%대 초반인데 은행의 중기 대출 규모는 3배 이상인 10%(지난해 말 기준 중기 대출 잔액 약 522조원) 정도가 늘어나는 아이러니한 상황인 셈이다.



금융당국은 은행의 중기 대출 과열 경쟁 실태에 대해 관심이 없는 모습이다. 되레 기술금융 확대를 통해 실물경제를 지원하겠다는 정책 목표만 거듭 강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건전성을 최우선적으로 관리해야 할 금융당국이 지나치게 '금융의 실물경제 지원'이라는 정권 목표에 매몰돼 대출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은행들 역시 자산을 굴릴 곳이 마땅치 않자 중기 대출 시장으로 달려들고 있다. 지난해 말과 올해 들어 주요 시중은행의 행장이 바뀌자 이런 모습이 더욱 도드라지고 있다.

역마진을 감수하고 2%대 초반의 금리를 제시하며 신규 거래처를 발굴하는 과열 경쟁 모습도 곳곳에서 목격된다. 시중은행의 한 여신 부행장은 "당장 연체율이나 부도율이 양호하다 보니 대출을 늘리고 있으나 2~3년 후 상황이 걱정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국내 금융전문가들은 현재 중기 대출 시장에서만큼은 은행이 너무 많은 '오버 뱅킹(overbanking)' 상황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경제 여건상 갑작스럽게 중기 대출을 줄일 수야 없지만 점진적으로 연착륙을 유도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대출이 급격히 늘어난 상황에서 미국발 금리 인상이나 갑작스러운 경제 위기가 찾아오면 은행도 기업도 모두 쇼크를 맞는다. 2009년 금융당국과 시중은행들은 리먼브러더스 파산 쇼크가 국내 실물경제로 전이되자 중기 대출 160조원에 대한 만기를 1년간 일괄 연장하는 강수를 뒀고 이는 결국 은행의 부담으로 돌아왔다.

신동화 IBK경제연구소 부장은 "중소기업 경기 상황에 비해 대출이 너무 과도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은행들이 중기의 옥석을 가리는 방식으로 점진적으로 대출 연착륙을 유도해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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