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부동산정책이 '집값 안정'에 매달리다 '거래부진'의 덫에 걸렸다. 집값안정 목표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지만 이 과정에서 거래가 위축된 것은 물론 전셋값 급등이라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집값 안정과 거래 활성화는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부동산정책의 핵심이지만 물가상승률 이하의 집값 상승 속에서는 거래 활성화를 도모한다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최근의 전셋값 폭등현상도 집을 사기보다는 전세로 살려는 수요가 폭증한 탓이다. 참여정부가 급등하는 집값에 발목이 잡혔다면 현정부는 멈춰 버린 집값에 발목이 잡힌 형국이다. 12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13일 발표할 '서민물가안정대책'에 전세난 해소방안을 담을 예정이지만 물량부족에 따른 전셋값 급등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민간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매매가 대비 전세가의 비율이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70%를 웃도는 곳까지 나타나고 있음에도 전세수요가 매매수요로 전환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시중금리에도 훨씬 못 미치는 1~2% 정도의 집값상승 전망에 누가 집을 사겠느냐"고 반문했다. 전세난은 결국 과도한 비용부담을 안고라도 계속 전세로 눌러 앉겠다는 세입자들의 자발적 선택의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집값은 잡았지만 거래위축과 이에 따른 전셋값 급등을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은 셈이다. 거래 활성화를 위해 내놓은 8ㆍ29대책 역시 이미 약발이 다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나타난 아파트 매매거래량 회복세가 12월을 기점으로 다시 감소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전세난이 결국 매매위축에서 파생된 현상인 만큼 해법 역시 전세시장 자체보다는 '매매 활성화'에서 찾아야 한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와 관련, 8ㆍ29대책을 뛰어넘는 특단의 거래 활성화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하지만 '집값 안정'은 정부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최우선순위 정책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고민이 깊다. 거래가 살아나려면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살아나야 하지만 투기적 수요창출을 통한 경기 활성화 카드를 꺼내기에는 위험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박원갑 부동산1번지 부사장은 "집값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기는 하나 여전히 가격이 높다는 수요자들의 인식이 강하다"며 "당분간 거래 활성화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과감한 거래 활성화로 '전세난'을 풀 것인지, 아니면 치솟는 전셋값의 부담을 안더라도 '집값 안정'이라는 정책기조를 유지해나갈 것인지를 두고 정부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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