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 이어 미국까지 재정 문제로 휘청거리면서 한국 채권이 새로운 투자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중국과 싱가포르 국부펀드와 이머징마켓 중앙은행들이 외환다변화에 나서면서 한국 장기채를 쓸어담고 있다. 29일 대우증권 등에 따르면 7월 들어 22일까지 외국인들의 국내 채권 잔액은 2조5,887억원이 늘었다. 이는 지난달(2조3,886억원)보다 2,000억원 이상 많은 것이다. 이로써 외국인들은 지난 5월 이후 석 달 째 2조원 이상의 대량 순증 행진을 이어갔다. 또 올들어 외국인의 국내 채권잔액도 8조8,201억원이 늘어나면서 전체 보유 잔액도 85조9,702억원까지 증가했다. ★관련기사 3면 주목할 점은 최근 들어 외국인이 국고채 10년물 등 장기채 매입을 크게 늘리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달 들어 외국인들은 10년물 이상 채권보유금액을 1조6,456억원 늘렸다. 이는 지난달 증가분(2,311억원)보다 무려 7배나 많은 것이다. 5년물 역시 지난 5월에는 264억원에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6월 7,046억원, 7월 8,747억원 등 갈수록 증가액이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외국인들이 국내 장기채를 폭발적으로 사들이는 것은 미국과 유럽이 재정위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데 반해 우리나라의 경우 기업 실적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데다 정부 재정도 상대적으로 건전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안전자산’으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앞으로 원화강세가 지속되고 선진국에 비해 절대적인 금리 수준 역시 높다는 점도 외국인들이 한국으로 몰리게 하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이정범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에는 금리 차이가 많이 나더라도 우리나라 신용등급이 높지 않아 외국인의 관심을 끌지 못했지만 최근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들의 상황이 나빠지면서 국내 채권의 인기가 상대적으로 높아졌다”며 “외국인들이 쉽게 매도하기 어려운 장기 채권을 특히 많이 사는 것으로 볼 때 채권 만기까지 보유하려는 외국계 중앙은행들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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