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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진짜 공주'는 동화책에 없다

■ 무서운 공주들 (린다 로드리게스 맥로비 지음, 이봄 펴냄)

해적이 된 알프힐드… 학살자 성녀 올가… 추문 주인공 마거릿…




저자, 미디어 속 연약한 공주 캐릭터 꼬집어

실제 역사 속 비범했던 공주 30인 찾아내

선악 구분보다 한 인간적인 면모에 초점


군주제는 몰락하고 민주 공화정의 '평등'한 사회가 됐지만 군주제에 얽힌 용어들은 여전히 낭만스럽게 느껴진다. '로열패밀리' '티아라(왕관)' '왕자' '공주' 등이다. 그 가운데서 '공주'는 특이하다. 보통사람의 시대인 지금도 자신의 딸을 '우리 공주님'이라고 부르지 않는 아버지가 없고 공주 옷을 입고 공주흉내를 내보지 않은 여자애가 없는 것이 실제 현실이다.

물론 원래부터 그런 현실은 없다. '공주'의 범람도 이유가 있다. 2000년대를 시작하며 미국의 애니메이션업체 디즈니가 자사 영화에 등장하는 크고 아름다운 갈색 눈의 주인공들을 특별한 캐릭터로 내세워 마케팅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대박'이었다. 그 캐릭터에게는 '공주'라는 직업이자 직책이 주어졌다. 디즈니 영화의 흥행에 따라 세계는 공주 신드롬에 빠져들었다. 흥미로운 것은 디즈니의 캐릭터에는 원래 공주도 있고 아닌 것도 있다. 예를 들어 라푼젤이나 백설, 오로라(잠자는 숲속의 미녀), 엘사는 원래 공주다. 하지만 신데렐라와 벨(미녀와 야수), 포카혼타스, 뮬란은 공주(국왕의 딸)가 아니다. 아리엘(인어공주)은 '사람'조차 아니다. 전체적으로 그들 나라들의 규모가 국가단위인지 소도시인지도 불분명하다. 그냥 모두 무시하고 '공주'로 통칭 되는 데는 미디어의 힘이 컸다.

문화비평가들은 최근의 상황을 '공주 복합 산업'이라고 우려하기도 한다. 혹자는 "누가 공주처럼 '자뻑(자아도취)'하더라도 그것이 무슨 상관인가"라고 할 수도 있다.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여성들이 뛰어난 의사결정 능력이나 탁월한 리더십, 예리한 지성을 얻기 위해 노력하지 않고 아리따운 외모나 부유한 배경을 타고나거나 강한 남자와의 로맨틱한 관계를 통해 평가를 받으려는 것은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공주 문화'에 대해 비판하는 책이 최근 번역 출간됐다. 미국의 여성 저널리스트인 린다 로드리게스 맥로비가 지은 '무서운 공주들:동화책에는 없는 진짜 공주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다.

책은 "옛날 옛적에 아름다운 공주가 살았습니다. 공주는 거짓말을 서슴지 않고, 남자를 유혹하고, 방해되는 사람이면 누구든 죽여버리곤 했습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역사 속의 실제 공주의 삶이 그렇게 아름답지도, 행복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책은 실제 역사 속의 공주들 중 지나치게 비범한 삶을 살았던 동서고금의 공주들 30명의 이야기를 엮었다.

해적이 된 서기 5세기 고트왕국의 알프힐드 공주, 수천명을 학살하고도 '기독교 성녀'로 기억되는 10세기 키예프공국의 올가 공주, 성 노예에서 황후의 자리에 오른 16세기 오스만투르크제국의 록셀라나, 1970년대 연애추문을 일으킨 영국의 마거릿 공주 등 일반 동화책에서 보기 어려운 인물들이 등장한다.

물론 지나치게 기이한 일화를 제시하면서 역사상 모든 공주들이 이상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때로는 악하다고도, 문란하고도 할 수 있는 행각을 벌인 이들 공주들에 대해서도 선악 구별보다는 살아 숨쉬는 인간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2만2,000원

사진제공=이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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