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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산책] 기업들, 필리핀으로 눈돌리자
입력2007-02-09 16:08:36
수정
2007.02.09 16:08:36
필자는 지난 1~5일까지 필리핀의 세부를 방문했다. 필리핀은 인간이 만든 조형물이 관광자원이 되고 있는 다른 나라와는 달리 지금도 13세기의 대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필리핀에는 어디를 가나 푸른 야자수와 사탕수수들이 널려 있다. 빨려들어갈 듯 짙푸른 하늘과 수평선. 손에 잡힐 듯이 가까이 보이는 밤하늘의 빛나는 별들과 초원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어먹고 있는 소떼 등에 필자는 감명을 받았다.
필자뿐만이 아니라 필리핀을 방문하는 사람은 그들의 따뜻한 대접에 감동을 받는다. 한국을 무지개 뜨는 아름다운 나라라고 생각하는 필리핀 사람들은 우리를 만나면 가까운 친척을 만난 듯 기쁘게 맞아준다. 원래부터 필리핀인은 인간관계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항상 신경을 쓴다. 나눠갖는 정신이 중요시되고 쩨쩨하지 않은 시원시원함(파키키사마)이 최고의 미덕으로 꼽힌다. 의리가 강해서 남의 은혜를 입으면 절대로 그것을 잊지 않는 것을 철칙으로 알고 있다.
드라마 ‘겨울연가’로 시작된 한류는 필리핀 국민들의 뇌리에 깊이 파고 들고 있다. 또 젊은이들은 대우차를 타고 LG 에어컨이 설치된 아파트에서 삼성 텔레비전으로 방송을 시청하며 삼성 휴대폰으로 전화하는 삶을 꿈꾸고 있다. 대부분의 필리핀 국민들에게 서울은 뉴욕보다 더 잘 알려진 가보고 싶은 도시가 됐다.
오늘날의 세계는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국경이 허물어지는 세계화의 심화와 함께 유럽연합(EU)·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등과 같이 지역 통합도 진행되고 있다.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와 같은 전통적 강국은 말할 것도 없고 남미의 브라질이나 중동의 이집트, 중미의 멕시코 등 지역 중심국들도 소위 ‘영향권(sphere of influence)’, 즉 자국의 입장을 지지해주는 국가군을 가지고 있다.
지정학적 위치상 우리나라는 대륙 세력인 중국과 러시아, 해양 세력인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대륙 세력의 핵심적 이익과 해양 세력의 핵심적 이익이 충돌할 경우 우리는 현재 해양 세력의 리더이자 세계의 지배 세력인 미국과 연합하고 대륙 세력과 타협하는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앞으로 통일한국에 대비하고 우리의 핵심적 이익 보호와 국익을 위해서는 독자적인 영향력과 위상을 확보할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에 대비해 국제 무대에서 우리의 입장을 지지해줄 수 있는 친구 국가군을 만들고 관리해나갈 필요가 있다.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대표적인 ‘한국의 친구들’ 후보국들이다. 만주~몽골~중앙아시아~남부 러시아~헝가리로 이어지는 ‘초원의 길’에 위치한 나라들은 언어·인종·문화적으로 한국과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우즈베키스탄·키르기스스탄·몽골과 같은 나라들이 대표적이다. 인종적으로는 우리와 다르지만 타지키스탄 역시 ‘한국의 친구들’ 후보국이다.
바다 건너에는 필리핀이 ‘한국의 친구들’이 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 필리핀인들은 우리나라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 있어 필리핀은 지리적으로 가깝지만 먼 나라이며 잘 안다고 하지만 사실상 잘 모르는 나라로 각인돼 있다. 그러나 필리핀은 영어를 사용하며 갖가지 천연자원이 풍부한 나라다. 필리핀을 ‘한국의 친구들’ 국가군으로 만든다면 우리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많은 한국 기업의 필리핀 진출이 필수적이다. 우리 기업이 필리핀에서 필리핀인들을 고용해 제품을 생산한다면 이는 필리핀 국가 경제에도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두 나라가 한층 가까워 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필리핀의 좋은 인적·천연자원과 우리나라의 기업이 결합한다면 서로에게 이익이다. 국제화 시대, 한국의 위상을 드높이고 더 많은 우호국가들을 만들기 위한 한국 기업의 필리핀 진출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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