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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의 최고실적 달성은 무엇보다 우월한 메모리 반도체 기술경쟁력에 힘입은 것이다. 여기에다 SK그룹의 든든한 울타리 속에서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양대 업체로 위상을 굳힐 수 있었던 것도 실적호전에 큰 힘이 됐다.
두 힘이 어우러져 SK하이닉스는 2ㆍ4분기에 삼성전자를 능가하는 28%의 경이로운 영업이익률을 달성할 수 있었다.
◇메모리 반도체 강화, 승부수 통했다=수년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괴롭혔던 것은 공급과잉이다. 당연히 D램 가격 역시 장기간 약세를 면치 못했다. 메모리 시대가 곧 저물 것이라는 암울한 분석도 나왔다.
하지만 SK하이닉스의 시각은 달랐다. 회사 고위 관계자는 "비메모리도 중요하지만 머지않아 제2의 메모리 전성기가 다가올 것을 확신했다"며 "적자 속에서도 메모리 연구 및 기술개발에 수조원의 돈을 투자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영업이익 적자 속에서도 시설 및 연구개발 투자에 3조원가량을 쏟아 부었다.
이 같은 예상은 적중했다. 스마트폰ㆍ태블릿PC 등의 보급확대로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급상승한 것. 여기에 세계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이 정리되면서 'SK하이닉스 메모리 기술력'이 더욱 빛을 발한 것이다.
SK하이닉스는 PC용 D램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데 D램 가격이 최근 5개월간 80% 상승하면서 실적개선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 2ㆍ4분기에 D램 출하량은 20% 증가하고 평균 판매단가(ASP)도 16% 상승했다. 낸드는 전 분기 대비 출하량이 29% 늘고 ASP는 5% 상승하는 등 메모리 반도체의 양과 질에서 괄목할 만한 성적을 거둔 것이다.
SK그룹의 지원도 한몫했다. 그룹에 편입된 지 1년여 동안 최태원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서 눈에 보이지 않은 자신감을 쌓은 것이다. SK하이닉스 다른 고위 관계자는 "최 회장이 인수 직후 직원들과 일일이 만나 맥주를 함께 마시며 하이닉스에 대한 애정을 표시했다"며 "SK 편입 이후 마련된 자금을 미세공정 전환과 수율 개선에 투자, 원가절감을 이뤄냈다"고 말했다.
◇3ㆍ4분기에도 어닝서프라이즈 노린다=SK하이닉스는 이 같은 여세를 몰아 3ㆍ4분기에 또 한 번의 호실적을 이어나간다는 전략이다. 우선 투자 부문에서 SK하이닉스는 상반기에 1조5,000억원가량을 사용했다. 하반기에는 다소 유동적이나 최소 1조원 이상을 연구 및 시설투자에 책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제품 출시를 통한 경쟁력 제고에도 나선다. 김준호 SK하이닉스 코퍼레이트센터장은 신제품 개발과 관련, "1X 나노 낸드플래시 테그놀로지에 대한 개발은 완료됐다"며 "하반기에 양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차세대 제품인 3D 낸드플래시 역시 이미 내부적으로 능력을 확보해놓고 양산 시기 등을 조율하고 있는 상태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 환경도 SK하이닉스에 우호적이다. 이 회사는 메모리 반도체인 PC용 D램, 모바일 D램, 낸드 등 고른 상품 구성을 갖추고 있다. 한마디로 PC용 D램 가격이 하락하면 모바일이나 낸드 등이 받쳐주는 구조인 셈이다.
스마프폰 시장 정체 등 3ㆍ4분기 이후부터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다소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에 대해 도현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하이엔드 스마트폰 수요 부진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중국 저가형 스마트폰 수요 증가가 이를 상쇄할 것"이라며 "3ㆍ4분기 역시 비슷한 시장 환경이 유지돼 1조원 초반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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