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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金을 둘러싼 권력과 탐욕의 문화사

■ 황금의 시대 / 이붕 지음, 프롬북스 펴냄


유럽발 재정위기로 경제 불안요인이 가중되면서 금값이 치솟고 있다. 이달들어 국제 시장의 금 선물 가격은 물론 국내 금값 역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화폐는 통용국가의 경제상황에 따라 가치가 민감하게 요동치는데 비해 금은 절대적인 교환가치를 지닌 '안전 자산'이라는 심리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때마침 출간된 이 책은 금을 둘러싼 권력과 탐욕의 문화사를 기술하고 있다. 빛나는 금에 대한 인류의 집착은 불과 태양을 숭배한 사상과 밀접했다. 고대 이집트 문자에서 황금은 '만질 수 있는 태양'을 뜻했고, 라틴어에서는 '찬란히 빛나는 새벽'(Aurum)을 의미해 황금의 원소기호인 Au로 이어졌다. 정확한 시점은 알 수 없으나 금이 발견된 1만2,000여년 전 이래 인류는 황금을 숭배해왔다. 고대 그리스의 조각가 피디아스는 상아에 금을 입혀 제우스 상을 만들었고, 바빌로니아인은 2만여 톤의 황금을 사용해 신상을 제작했다. 숭상은 종교로 이어졌다. 불교에서 황금은 순결함과 영원한 부귀공명을 의미했기에 불교국가에서는 사원을 황금으로 치장했다. 기독교 '성경' 중 '욥기'에서는 시련을 극복한 사람의 인격을 두고 "정금(精金)같이 순결해진다"고 언급했다. 권력자의 위엄을 상징하는데도 금은 유용했다. 금색은 왕가에서만 사용하도록 제한됐고 황금은 신성불가침한 왕권을 상징하게 됐다. 정교한 금제 예술품은 이집트와 잉카문명을 비롯해 미케네와 트로이 문명, 스키타이ㆍ몽고ㆍ페르시아와 러시아 등 세계 각지에서 찬란한 문화를 일궜다. 금을 향한 욕망은 중세에 연금술을 이끌었고 화학과 근대 의학 발전의 밑거름이 됐다. 황금을 독차지하려는 약탈전쟁이 있었지만 금이 묻힌 신대륙을 찾아나선 항해술 덕분에 신대륙 발견, 서양의 문명교류가 활짝 열렸다. 19세기 미국 캘리포니아에 불어닥친 골드러시는 서부개발의 발판이 됐다. 주요 외환보유 수단으로 황금이 세계경제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내용을 저자는 '화폐의 왕'이라는 장에서 소개하고 있다. 런던ㆍ취리히ㆍ뉴욕ㆍ홍콩이 1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며 세계 4대 황금시장이 된 배경이 흥미롭다. 뉴욕 월가의 뉴욕연방준비은행 빌딩 지하 5층에는 수천 톤 분량의 골드바를 넣어둔 황금 저장소가 있다. 개미 한마리 드나들 틈도 없는 이 금고에서는 사진촬영이나 필기가 금지되고 철책문 안쪽 200여㎡ 공간에 있는 122개 밀실마다 수천개의 골드바가 벽돌처럼 쌓여있다고 한다. 금값이 진짜 '금값'이 된 현 시점에서 금이 귀하게 여겨지는 이유를 인류의 역사와 나란히 놓고 짚어 본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책이다. 책의 첫 장을 열 때나 다 읽고 손에서 놓을 때나 "믿을 것은 금 뿐"이라는 일관된 생각에는 큰 변화가 없다.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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