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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4高한파 몰아친다] 대기업마저 ‘생존게임’
입력2004-03-18 00:00:00
수정
2004.03.18 00:00:00
온종훈 기자
원자재가 고공비행으로 대기업, 중소기업 할 것 없이 전 산업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원자재난으로 비롯된 조업단축, 가동중단이 중소기업에서 시작해 일부 대기업까지 확산되고 있는데다 최근 국제 원유가 상승에 따른 고유가, 고물가까지 겹치면서 견조한 수출로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제조업 전반이 `생존게임`에 내몰리고 있다.
◇대기업도 초 읽기 몰려=유가 상승으로 항공유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지만 항공업계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기름 사용을 줄이는 것이 불가능한 업계 특성상 선물 또는 헷징을 통해 기름가격 부담을 최소화해 왔으나 이 마저 최근에는 쉽지 않다.
A항공사 관계자는 “그저 유가가 내리기만을 하늘에 기원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비교적 규모가 큰 창원의 자동차 부품업체 S사의 원자재 저장창고는 썰렁하다. 평상시 2~3개월 분의 원자재가 비축돼 있었지만 원자재 대란이 지속되면서 텅 비어 있기 일쑤다. 이 회사는 전기동, 알루미늄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지난해 보다 40% 이상 상승, 60억원 가량의 원가부담을 감내하고 있다.
이 회사 김모 차장은 `원자재를 실은 배가 언제 오나` 기다리며 부두에 나가보길 밥 먹듯 한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장기 수출물량을 계약한 상황에서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면 납품 물량마저 끊어질 수 있어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지만 수급을 위해 수개월째 비상근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 송현동에 위치한 국내 유수의 전기로업체 A사. 이 회사의 고철 야적장은 고철을 운반하느라 분주해야 할 트럭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은 채 절반 정도가 텅 비어있는 상태로 썰렁한 분위기다.
이 회사 고철 재고 수준은 적정재고에 훨씬 못미치고 있는 형편이다. 고철 가격이 오른 것은 물론 국산 고철이나 수입고철 모두 구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원자재난에 中企는 넛크래커 신세= 특히 중소기업은 철강, 비철 등 치솟는 원자재가에다 물량확보를 제대로 하지 못해 공장가동을 줄이고 있는데다 최근에는 주요 납품처인 대기업들 마저 공급가 인상요구를 외면해 이도 저도 못하는 `넛크래커` 신세다.
중소기업의 이런 열악한 상황은 당장에 지표로 나타나고 있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평균가동률이 지난 2월까지 12개월째 60%대에 머물고 있다. 최근에는 원자재 수급차질을 빚으면서 아예 공장문까지 닫고 있는 업체들이 속출하고 있는데다 폭설피해 등을 감안하면 3월 공장가동률은 사상 최악의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지난해 817억달러로 20% 성장을 하면서 전체 수출의 42.2%를 차지했던 중소기업의 수출이 올해는 신장세가 큰 폭으로 둔화될 전망이다.
실제 중소기업 산업현장 곳곳에서는 원자재 파동에 따른 파열음이 터지고 있다. 경기도 광주에서 주방기구를 만드는 D사는 최근 부동산 중개업소에 공장을 매물로 내놨다. 2002년 매출이 60억원대까지 이르렀으나 지난해에는 경기침체로 40억원대로 꺾였다. 그리고 지난해 11월부터 야금야금씩 오르던 스테인리스가격이 6개월사이에 40~50%까지 오르자 버텨낼 재간이 없었다는 것이 이 회사 K사장의 말이다. 이 회사는 스테인리스공급업체로부터 지난 12월부터 2월말까지 5차례의 일방적인 가격인상 통보를 받았다.
“그래도 공장문을 닫기는 정말 싫어 만들면 손해 나는 줄 알면서도 계속 공장을 돌렸다“는 K사장은 결국 원자재 공급업체로부터 공급중단 통보를 받고 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생각하고 폐업을 결정했다.
이에대해 중소기업전문가들은 “정부나 금융기관이 시장 원리로 접근하기 보다는 현재의 원자재난이 비상사태임을 감안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경제의 허리역할을 하는 중소기업을 우선 살려놓고 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온종훈기자, 조영주기자 jhoh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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