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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박동 검색시스템(해외과학가 산책)
입력1997-01-24 00:00:00
수정
1997.01.24 00:00:00
허두영 기자
사람의 심장 뛰는 소리는 얼마나 시끄러운가. 굳이 다른 사람의 왼쪽 가슴에 직접 귀를 대어보거나 청진기를 이용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심장 뛰는 소리를 실감하기는 어렵다.또 자신의 심장 박동소리는 숨이 턱에 차도록 달리거나 도둑이나 밀항자처럼 매우 긴장된 상황에서 숨을 죽이고 숨어있어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그 요란한 박동을 느낄 수 없다.
그러나 평소에 사람의 심장은 미약하지만 타고 있는 자동차를 진동시킬 수 있을 정도로 요란한(?) 박동을 계속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미국 테너시주에 있는 오크리지 국립연구소는 최근 사람의 심장 박동소리를 이용하여 공항이나 항만 또는 국경에서 밀입국을 시도하는 테러 분자나 불법 이민자를 색출하고 교도소에서 탈옥수를 감시하거나 주요 보안시설을 감시할 수 있는 검색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심장이 뛸 때 나오는 전기 신호의 강도를 측정하는 심전도 측정 장치처럼, 심장이 뛸 때 나오는 충격파를 감지하여 그래프로 나타내 준다. 이 충격파는 트럭의 트레일러 벽을 통과하여 밖에서 감지할 수 있는 수준이다.
연구소는 바람이 불거나 문을 열고 닫거나 할 때 생기는 다른 진동과 구분하기 위해 1분에 501백50번 정도 뛰는 심장의 규칙적인 박동이 만들어내는 충격파의 특징을 파악한 뒤 트럭의 크기와 종류에 따라 달라지는 곡선의 특징을 분류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또 자동차가 검문소에서 멈췄을 때, 지진을 탐지하거나 지하 광물을 탐사하는데 사용하는 지오폰(geophone)과 같은 센서를 여러 개 갖다대고 자동차가 내는 충격파를 받아 컴퓨터로 분석하여 심장의 박동 특성이 있는지 판단토록 했다. 실제로 한 사람이 스티로폼으로 된 두루말이를 감고 매트리스를 여러 겹으로 두른 뒤 푹신푹신한 이불 속으로 들어가, 다른 짐을 가득 실은 대형 트럭의 트레일러 속에 숨어서 검문소를 지나가는 실험을 했지만 이 장치를 속일 수는 없었다. 연구소는 현재 이 시스템이 사람은 물론 개나 고양이의 소리까지 감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고감도 시스템의 문제점은 전혀 엉뚱한 곳에 있다. 우습게도 자동차가 아닌 다른 교통수단은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자동차는 타이어, 충격흡수장치(Shock Absorber), 스프링 따위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도로에서 운전자에게 전달되는 충격이 한결 부드러워진다. 따라서 자동차에 타고 있는 사람의 심장 박동은 그대로 지오폰에 감지된다.
사람의 심장 박동은 자동차를 진동시킬 수 있을 만큼 우렁차지만 땅덩이를 울릴 만큼 강력하지는 못하다. 따라서 철로 위에 있는 기차나 물 위에 떠있는 배에 타고 있는 사람의 심장 박동은 감지하기 어렵다. 박동이 곧바로 땅이나 물로 전달되어 완화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이에 연구소는 과속 자동차를 단속할 대 쓰이는 레이더 속도 측정장치처럼 마이크로웨이브를 쏘아 심장의 진동을 간편하게 파악할 수 있는, 권총처럼 생긴 검색장치도 개발했다.
어쨌든 이같은 장비만 있었더라면 트로이는 그렇게 쉽게 멸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목마 안에 숨어있던 오디세우스가 이끄는 한 무리의 그리스 연합군이 잠시 숨을 죽일 수는 있었지만 심장을 멈출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허두영 기자·워싱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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