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샅바싸움에 물건너 간 '자율빅딜'

「원점에서만 맴돌다 만 협상.」 추석연휴를 반납하면서까지 막판줄다리기를 하던 5대그룹의 구조조정안이 끝내 타협점을 찾지 못한채 정부와 은행권의 결단만을 기다리게 됐다. 5대그룹은 반도체, 발전설비, 철도차량 등 사활이 걸린 업종에서는 서로 샅바싸움만 한 채 지난 2일의 합의사항에서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구조조정의 최대난제였던 반도체는 끝내 경영주체를 선정하지 못한채 봉합됐다. 외부기관 실사를 거쳐 11월까지 경영주체를 결정하고 7대 3이라는 지분비율에도 합의했지만 외부기관의 실사결과에 대해 과연 현대와 LG가 승복할 지는 미지수다. 자산과 부채등 재무구조와 시장점유율·매출등은 어느정도 객관성이 확보된다지만 기술력과 성장성등 미래의 가치에 대한 평가방법을 놓고 공정성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은데다 어느쪽에 가중치를 두느냐에 따라 경영주체가 180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공업부문의 경우도 발전설비, 철도차량, 선박용엔진 등 각 부문에서 대형 2개사를 중심으로 시장을 이원화하는 체제를 구축하기로 했으나, 이는 현행 시장판도를 대부분 유지하는 선에서 협상이 마무리된 것으로 구조조정을 통해 공급과잉을 해소한다는 당초 취지를 살리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결국 정부와 은행권의 처분만 남았다. 정부는 그동안 기업자율에 맡긴다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 많은 시간을 양보해왔다. 그러나 결국 별다른 진전이 없는 재계의 구조조정을 더 이상 기다리지 않는다는 입장이어서 이제 기업구조조정은 타율에 의해 이뤄질 수 밖에 없게 됐다. 당초 기업구조조정의 취지가 중복·과잉사업을 통합해 국제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촛점이 맞춰졌으나 재계의 움직임을 보면 자기 밥그릇에만 너무 욕심을 부리고 있다는게 정부의 결론인 것 같다. 그러나 재계도 할말은 많다. 지금 경기가 어렵고 합병과 통합이 세계적인 추세라고는 하지만 상대기업간에 서로 이해득실이 맞아 떨어져야 하는데 정치논리로 경제를 풀어가서는 곤란하지 않느냐는 입장이다. 그래서 시간을 충분히 갖고 논의할 문제를 정치일정에만 맞춰 서둘러 진행하는 것은 결국 또다른 무리를 초래할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정부의 강력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중공업계가 각사의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는 것은 근본적으로 공급과잉이라는 정부의 시각자체에 동의하지 않고 있는데다 현재의 가치보다는 앞으로의 기대치를 크게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유야 어찌됐든 이제 칼자루는 다시 정부에게 넘어갔고, 자율에 맡겨둔 상태에서도 결론을 못내린 재계로서는 정부의 처분을 따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문제는 정부가 미합의업종 가운데 부실기업을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대상기업으로 선정해 여신중단 등 기업말리기작전을 벌인다는 전략이 국가경쟁력강화에 도움이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반도체의 경우 중복·과잉업종이라고 할 수 있지만 개별기업마다 강점이 있고 최근 가격이 다시 강보합세로 돌아서 한국업체들이 경쟁우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LG의 경우 반도체를 포기하면 주력업종인 화학만이 남게 되는데 반도체를 포기한 대가가 없다는 설명이다. 받을 것도 없는데 무조건 내놓으라는 식의 협상은 협상 자체가 잘못됐다는 얘기다. 손병두(孫炳斗) 전경련부회장은 『재계 자율로 할 일은 다했다. 합의내용이 미흡하다고 해도 이젠 어쩔 수가 없다』고 말했다. 최선을 다했다는 설명이다. 5대그룹이 사실상 책임경영주체선정에 실패하면서 2차구조조정 등 대기업의 실제 구조조정작업은 이제 은행권을 동원한 정부라는 타율에 의해 급진전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는 이달 중순부터 울산 및 여천석유화학단지와 철강을 중심으로 우선 2차 구조조정에 착수키로 하고 구조조정특별위원회를 구성했지만 2차구조조정도 국민과 정부가 납득할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할 경우 워크아웃선정, 여신중단 등 강제적인 수단에 의해 「헤쳐모여」를 해야할 것 같다. 정부가 『더 이상 봐주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재계의 구조조정은 빨라질 수 밖에 없으며 정부의 압박도 더욱 강도를 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채수종·이용택·권구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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