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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타결 이후] 정상출근 첫날 표정

치우고…닦고…조이고… "정상조업 서두르자" 비지땀<br>바리케이드등 장애물 제거… 77일간 흔적 지우기 분주<br>공장내 설비 비교적 깨끗<br>"언제든 가동 가능" 안도도<br>勞勞 마음의 상처는 깊어 치유까진 오랜시간 걸릴듯

77일간의 파업을 마치고 7일 조립공장으로 출근한 쌍용차 직원들이 정상조업을 재개하기 위해 생산라인 점검을 서두르고 있다. /평택=류효진기자

7일 오전7시30분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정상 출근시간은 아직 1시간이나 남았지만 직원들이 공장 안으로 쏟아져 들어간다. 지난 6일 극적인 노사 대타결을 이룬 뒤 맞는 첫 출근이어서인지 직원들의 발걸음은 가벼워보였다. 이날 평택공장에 출근한 직원은 모두 2,200여명. 하지만 재촉하는 발걸음에 묻어나는 표정은 밝아보이지 않았다. 생산팀에서 9년째 일한다는 신모(38)씨는 “이번 일로 근로자들 간에 갈등의 골이 너무 깊게 파였다”며 “회사가 정상화된다고 해도 서로의 마음에 상처를 줬다는 불편한 마음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 같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이날 쌍용자동차 직원들은 하루 종일 치우고, 닦고, 조이고, 기름 치면서 정상조업을 위한 준비에 비지땀을 흘렸다. 생산시설은 노조의 77일 점거파업을 감안하면 전반적으로 괜찮은 상태로 보였다. 북문을 지나면 나타나는 TRE동과 차량 하적장은 지난달 20일 경찰병력이 공장에 투입된 후 노조원들과 경찰 간 충돌이 가장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하지만 이날 아침에 본 TRE동은 큰 훼손 없이 깨끗한 모습이었다. TRE동 엔진창고 주변에서는 차량부품인 TM과 TC를 실은 지게차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엔진창고 앞에서 만난 한 직원은 “이 곳은 공장 내 다른 지역에 비해 피해가 작은 편” 이라고 전했다. TRE동을 지나니 상흔이 드러났다. 조립3ㆍ4라인 옆에 천막으로 설치된 자재창고 중 일부는 화재로 소실됐고 불에 탄 컨테이너박스가 공터에 덩그러니 놓여 있다. 조립3ㆍ4라인 옥상을 장악하려는 경찰과 이를 저지하기 위해 새총과 화염병으로 맞선 노조원들 간의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 농성노조의 본부가 있던 도장2공장 앞에는 지게차들이 철옹성 같은 방호벽을 걷어내고 있다. 이 바리케이드는 경찰과 사측의 진입을 막기 위해 노조 측이 컨테이너를 2~3단으로 쌓아서 만든 것. 도장2공장 외벽 곳곳은 불길에 검게 그을려 있었고 돌과 병조각ㆍ볼트ㆍ너트 등이 즐비하게 깔려 있어 폭탄이 터진 잔해물처럼 보였다. 바닥은 검은 기름과 물이 뒤범벅 돼 한 발짝을 내딛기가 힘들 정도였다. 그나마 6일 밤부터 내린 비가 공장옥상과 공장 내 도로에 짙게 배인 최루액과 먼지 등을 씻어내려 다행이었다. 청소를 하고 있던 한 직원은 “비 때문에 최루액이 씻겨내려가 일하는 데 눈이 따갑거나 하는 증상이 없다”고 말했다. 공장 내 설비는 다행히 별다른 훼손이 없는 듯했다. 조립3ㆍ4라인 내부는 당장이라도 설비를 돌릴 수 있을 정도로 깨끗하게 정돈돼 있었다. 조립팀에서 20년 넘게 일해왔다는 황모(53)씨는 “옥상에서는 치열한 다툼이 있었지만 공장 내부 생산라인은 훼손되지 않았다”면서 “도장공장 라인에서 차가 오면 언제든지 작업이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동안 농성 근로자들이 전초기지로 활용했던 도장1ㆍ2공장 내부도 시설물 파손은 거의 없다. 도장2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조모(36)씨는 “도장공장 바닥을 농성 근로자들이 잠자리 등으로 사용해 지저분하지만 생산설비는 우려와 달리 파손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조립공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박모(40)씨는 “점거농성 중인 조합원들이 함께 일할 공간을 파괴해서는 안 된다는 노조 지도부의 지침을 잘 이행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공장에 앞서 생산재개를 준비해온 본관과 연구동, 차체ㆍ프레스공장 직원들도 막바지 정리에 박차를 가했다. 근로자들은 점거농성을 벌였던 조합원에 대해 ‘이해한다’는 측과 ‘그럴 수 없다’는 측으로 양분돼 있었다. 부품공장에서 일하고 있다는 박모(35)씨는 “어제 나온 사람들 중에는 평소 형처럼 지낸 사람이 있다”며 “가족을 지키기 위해 한 일로 다 잊고 예전처럼 잘 지내고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직원은 “쌍용차는 가족적인 직장 분위기가 가장 큰 매력이었는데 앞으로 이 같은 분위기는 찾지 못할 것 같다”며 “하지만 좋지 않은 감정은 빨리 잊고 회사정상화에 힘을 쏟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조립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이모(37)씨는 “그 사람(농성 조합원)들이 한 행위를 절대 잊을 수 없다”며 “그들과 다시 동료가 될 수 없을 것 같다”고 전했다. 이번 77일간의 점거농성에 따른 공장의 상처는 곧 흔적이 사라지겠지만 마음의 상처는 치유하는 데 좀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해보였다. 경찰은 이날 경비에 필요한 인력 200여명만 남겨둔 채 모두 철수했다. 기동대 버스와 순찰차량이 점거했던 자리에는 쌍용차 직원들의 차량이 들어섰고 평택시의 청소차량과 환경미화원 100여명의 손길이 분주히 움직였다. 한편 이날 부품ㆍ협력업체 직원들이 공장에 들어가 남아 있는 부품과 시설물 재고를 파악했다. 협력업체들은 노사협상 타결에 따라 노사를 상대로 한 2,00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은 하지 않기로 했으나 협력업체 소유의 파손된 부품과 시설물 등에 대해서는 배상을 청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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