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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카드범죄 사라진 말레이시아를 가다
입력2005-07-10 16:33:42
수정
2005.07.10 16:33:42
IC칩 카드 전면대체 위·변조 '0'<br>결제방식도 직접 갖다대면 돼<br>부정사용 5년전比 87% 줄어<br>신용결제 안전 관광객도 북적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바루는 아름다운 해변과 해발 4,095m의 키나바루산이 어우러진 세계적인 휴양지다. 이곳은 아직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기 전인데도 불구 관광객들로 붐볐다. 일부 호텔은 빈 방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이 휴양지를 찾은 외국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크레디트 카드를 사용해서 씀씀이를 지불한다. 얼마 전까지 말레이시아는 카드범죄의 온상이었고 그곳에선 카드를 써선 안된다는 것이 관광 안내원들의 경고였다. 그러나 이젠 그런 경고도 거의 잊혀진 문구가 돼버렸다.
미국의 비자ㆍ마스터카드에서 수천만명의 거래결제정보가 해킹당하고 국내에서도 일부 카드사의 고객정보가 누출되는 사고가 터지는 가운데 한때 카드범죄의 온상으로 불려졌던 말레이시아에서 카드범죄가 사라진 것은 새로운 본보기가 되고 있다.
쿠쉬 싱 비자말레이시아 부사장은 “말레이시아는 몇 년 전만 해도 관광객이 신용카드를 사용하기 두려운 나라의 하나였다”며 “하지만 이제 어느 나라보다 안전하게 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곳이 됐다”고 말했다. 관광객들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것도 카드의 불법 위ㆍ변조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5년 전만 해도 신용결제액 중 부정사용금액은 100달러당 1달러 정도에 이르렀다. 하지만 올들어 100달러를 이용할 때 부정사용되는 것은 고작 12센트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클린 신용사회가 형성되고 있다. 이는 카드를 위ㆍ변조해 부정 사용하는 경우가 5년 전에 비해 무려 87%나 감소했기 때문이다.
관광지 등에서 카드를 복사해서 이를 위ㆍ변조하는 방식은 가장 고전적인 방식일 뿐 아니라 카드범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싱 부사장은 “말레이시아에는 더이상 마그네틱선 카드(한국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카드)가 없다. 보안성이 강조된 IC칩 카드로 완전 대체됐다. 더욱이 IC칩 카드의 결제방식도 자신이 직접 카드 단말기에 갖다 대기만 하면 되는 방식으로 바뀌어 위ㆍ변조를 하기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최근까지 성행한 카드 위ㆍ변조 방식은 ▦카드의 결제정보를 몰래 복사하는 방식인 핸드헬드 스키머(handheld skimmer) ▦단말기와 계산대에 반도체 칩을 내장해 결제되는 동시에 결제정보를 유출하는 단말기 칩 내장방식과 계산대 SMS칩 내장방식 ▦전화선 도용 ▦인터넷해킹 등이었다.
그러나 말레이시아 정부는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대대적으로 ‘카드 부정사용과의 전쟁’을 벌였다. 우선 위ㆍ변조를 막기 위해 지난 2003년부터 IC칩 카드로 전면 대체했다. 이에 따라 현재 해외 관광객들의 거래를 제외하고 말레이시아에서 발급된 IC칩 카드가 전체 거래 건수의 85%를 차지한다. 또 가맹점 터미널과 은행 시스템간의 데이터를 암호화하는 법안을 만들어 올 연말까지 100% 암호화할 계획이다.
바질 폴 비자말레이시아 리스크담당 이사는 “지금까지 신용카드를 모두 IC칩 카드로 전환했고 가맹점에 대한 IC칩 카드용 단말기 보급률은 96%에 달한다”며 “앞으로 카드사용만큼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곳으로 만들어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우리나라는 동남아나 중국에 비해 카드사용이 안전한 편이다. 이미 카드사나 은행들이 자체 보안시스템을 통해 카드 부정사용을 사전에 방지하고 이상한 결제가 있는지 24시간 감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유소나 유흥가 등에서 핸드헬드 스키머 등을 통한 불법복제는 끊이지 않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이를 막기 위해 지난해 여신전문금융업법을 개정하면서 오는 2008년 말까지 IC칩 카드로 완전 전환하도록 하고 이 비용을 카드사와 은행이 모두 부담하도록 했다. 말레이시아의 IC칩 카드 시스템은 모두 한국기업의 기술이다. 이미 국산 기술만으로도 세계 최고수준의 보안을 구축할 수 있는 것이다.
임유 여신전문협회 상무는 “우리나라의 경우 카드발급 수가 8,276만장으로 말레이시아의 10배가 넘고 가맹점 수도 월등히 많다”며 “카드사나 은행이 직접 부담해야 하는 카드 및 단말기 교체 비용이 가장 큰 숙제”라고 밝혔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카드사들이 카드대란으로 너무 힘든 상황이었기 때문에 IC칩 카드로의 전환시기를 여유 있게 잡았지만 카드사들의 수익구조가 급속도로 좋아지고 있기 때문에 카드사 스스로 상황에 맞게 이 시기를 앞당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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