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대만의 액정표시장치(LCD) 동맹이 갈수록 위력이 세지면서 한국 업체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양안 간의 LCD 동맹의 끈이 단단해지면서 우선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 등이 추진하고 있는 중국 내 LCD 공장 건설이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게 됐다. 설상가상으로 중국이 세계 최대 LCD 소비처로 부상하면서 한국 LCD가 차지하고 있는 세계 1위와 2위 지위마저 위태로운 상황에까지 몰리고 있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 LCD 구매단이 오는 6월 대만을 방문해 대만 기업과 구매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올해 예상 구매 규모는 3,000장 이상으로 금액으로는 55억달러로 추정되고 있다. 문제는 중국과 대만의 LCD 협력이 갈수록 공고해지고 있다는 데 있다. 실제 지난 2009년 시작된 중국과 대만 간의 LCD 협력 이후 중국의 대만 LCD 구매 금액이 갈수록 늘고 있다. 중국 LCD 구매단의 구매 금액은 2009년 34억달러에서 2010년 53억달러, 그리고 올해에는 55억달러로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양안 간의 LCD 협력이 강화되면서 현재 중국의 대만 LCD TV 패널 구매량은 전체 구매 비중의 65%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중국이 한국으로부터 구입하는 비중은 25%로 뚝 떨어진 상태다. 특히 중국의 6대 TV 메이커들의 대만 LCD 구매 비율이 전년 대비 5%포인트 증가한 52%인 반면 한국은 3%포인트 하락한 39%로 추락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과 대만은 올해 스마트 TV 산업 연맹도 창립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LCD 동맹시 스마트 TV로 확대되는 등 앞으로 중국과 대만의 LCD 협력은 더욱 심화 발전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중국에 건설하려는 LCD 공장 건립에 대해 뚜렷한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구체적인 착공시기를 아직도 정하지 못했다"며 "현재 상황에서 중국 내에 LCD 공장을 굳이 건설할 필요가 있냐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내 LCD 공장 건설이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 입장에서는 '뗄 수 없는 혹'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다퉈가며 1위와 2위를 유지하고 있는 글로벌 LCD 시장 판도 변화도 예상되고 있다. 세계 최대 LCD 소비처인 중국 시장을 대만이 빠르게 장악하면서 한국 업체들의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LCD 산업이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기보다는 대규모 설비와 자금이 있으면 후발주자도 언제든지 선두권을 추격할 수 있다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대만의 LCD 패널 생산액(10인치 이상)은 중국과의 협력에 힘입어 올해 사상 첫 1조대만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시장의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 추진했던 11세대 투자 역시 현재로서는 이렇다 할 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그만큼 한국 LCD 위상이 약해졌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양안 간의 LCD 동맹강화뿐 아니라 LCD 산업이 급변하면서 한국 LCD가 추락이냐, 현상 유지냐 등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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