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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현의 승마속으로] <13> 내 말 사용설명서 '겁쟁이를 부탁해'

말 못하는 말의 기분… 귀를 보면 알 수 있다

흥미 보일땐 두 귀 쫑긋 세우고 불안하면 좌우 귀 따로 방향 바꿔

귀 눕히면 '분노'… 날뛰지 않게 주의

기억력 좋아 나쁜 기억도 오래가 복종 땐 칭찬하며 신뢰 쌓아야

하품하는 말의 모습을 본 적이 있는지. 타고난 겁쟁이인 말은 경계심으로 하루 숙면하는 시간이 단 45분이라고 한다.


제가 타는 말은 태어날 때부터 겁쟁이입니다. 아니, 이 세상 대부분의 말이 겁쟁이일 것입니다. 말은 수천 년간 육식동물을 피해 스피드와 민감한 후각·시각·청각을 무기로 살아남아 왔습니다. 공격적이지 않고 방어능력만 있습니다. 물론 이런 습성들 때문에 인간과 오랜 기간 함께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공격할 발톱이나 뿔이 없고 눈으로 사물을 구별하는 능력 또한 부족한 정말 착하디착한 동물입니다. 말은 승마 도중 낙엽이나 과자봉지만 봐도 깜짝 놀랄 때가 많습니다.

말은 착해서 자신에게 애정을 가지고 돌봐주는 사람을 잘 따르고 순응합니다. 그래서 말과 교감할수록 좋은 승마기술을 펼칠 수 있습니다. 말은 신뢰성이 강해 한 번 기승자를 믿으면 고삐나 박차 등 커뮤니케이션에 잘 따릅니다. 하지만 기승자의 실력이 형편없거나 욕심을 부려 말을 괴롭힐 때는 이런 신뢰가 깨진답니다. 그래서 말 만드는 데 5개월, 말 망가뜨리는 데 5분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말은 어떤 상황이나 행동을 회상해내는기억력이 뛰어납니다. 그래서 이런 기억력을 말 훈련에 활용합니다. 기승자가 정확한 명령으로 잘 훈련시킨 말은 나쁜 기억에 의한 스트레스가 적고 정확히 반응합니다. 반대로 나쁜 기억은 트라우마로 작용할 수 있으며 잘 고쳐지지 않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나쁜 기억은 대부분 정확한 명령을 전달하지 못해서 발생합니다. 예컨대 발로 말을 추진시키면서 손으로는 고삐를 잡아당긴다면 말이 가라는 것인지, 말라는 것인지 혼란을 느낍니다. 이로 인해 말과 기승자 사이의 불신이 커지고 결국 기승자에게 불복종하기 쉽습니다. 만약 말이 복종을 잘했다면 칭찬해줘야 합니다. 어루만지거나 부드러운 어조의 말로 칭찬해주면 말은 자기가 잘했다는 것을 알아듣고 다음에도 좋은 반응으로 보답합니다.

말의 기분을 알 수 있을까요. 보통 귀와 꼬리를 통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데 이번에는 귀만 설명하기로 하죠. 말이 귀를 세워 계속 한 방향을 바라보고 있을 때는 무언가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것이고 좌우 귀를 따로따로 이쪽저쪽으로 방향을 바꾸며 움직일 때는 불안한 기분입니다. 양쪽 귀를 뒤쪽으로 누일 때는 경계나 불쾌한 표정이어서 날뛸 수도 있습니다. 병에 걸렸거나 몸이 아플 때는 귀를 움직이지 못하고 귀밑 부분이 뜨거우니 이럴 때는 수의사에게 보여야 합니다.



여기서 말의 몸을 볼까요. 얼굴은 정말 길어서 굴레를 처음 씌울 때 애를 먹기도 합니다. 얼굴이 긴 것은 풀을 뜯어 먹을 때 주변도 살피고 코로 먹을 수 있는 풀과 먹지 못하는 풀을 구분하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긴 목은 먹이를 먹기에 편리할 뿐 아니라 달릴 때 속도에 따라 균형을 잡거나 보정하는 추의기능을 합니다.

발굽은 아주 오래됐지만 첨단기능이 들어 있는 운동화랍니다. 이 운동화는 수백 ㎏인 몸체에 비해 크기가 작지만 대신 견고해서 충격을 견딜 수 있지요. 무릎 관절에는 고정장치인 특수한 인대가 있어 서서 잘 수가 있습니다. 말은 맹수를 경계하기 위해 짧은 시간만 자고 피로를 풉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말은 24시간 중 19시간15분은 깨어 있고 2시간은 졸지만 깨어 있는 상태, 2시간은 가벼운 취침 중이며 45분만 숙면을 취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착하고 겁많은 동물인 말들을 잘 부탁드립니다. /'1000일간의 승마 표류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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