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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영씨 타계] 현대그룹 어디로
입력2001-03-22 00:00:00
수정
2001.03.22 00:00:00
속속 계열분리 '홀로서기' 시험한때 재계 1위로 우뚝섰던 현대그룹은 부문별 분리가 마무리되면 현대자동차 소그룹, 현대중공업 소그룹을 제외하고는 빈약한 규모로 전락하게 된다.
현대건설로 대표되는 현대그룹을 중심으로 현대자동차, 현대산업개발 등 9개의 위성그룹을 가진 느스한 연합체를 유지할 전망이다. 자산규모 99년말 기준으로 124조원에 거대 공룡이었던 회사가 덩치가 대폭 줄어들 수 밖에 없는 처지다.
경제 전문가들은 현대 그룹의 위상이 이렇게 하락한 이유로 '선택과 집중'에 실패한 것으로 꼽는다. 현대의 강점인 '확장과 분산'에 치우쳐 새로운 경영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것이 화근이 됐다는 지적이다.
특히 국민의 정부에 들어서 다른 그룹들이 비수익 사업을 덜어내고 미래형 사업에 집중한 반면 현대는 대북사업 등 상징성은 짙으나 수익과는 거리가 먼 사업에 주력하는 우를 범했다.
현대자동차는 현대 그룹과의 이별을 계기로 자동차 전문그룹으로 변신한다. 현대차는 오히려 홀로서기가 편한다는 입장이다. 그룹과 연계되어 있을 경우 기업 이미지나 사업에 되레 장애가 된다는 판단에서다.
계열분리로 사실상 현대 그룹을 지원하는 데 법, 제도적 제한이 있다는 점도 사업을 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현대차는 지금까지 이익을 내 그룹내의 다른 계열사들을 지원해왔던 것에서 벗어나 수익을 고스란히 핵심부문에 재투자 할 수 있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동차그룹은 전체 자산규모가 31조723억원(99년말 기준), 부채는 20조6,586억원으로 SK그룹(자산 40조1,470억원) 뒤를 이어 재계 5위에 올라서게 된다.
부채비율도 현대자동차가128%, 기아자동차가 152.7%로 현대 계열사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는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인 다임러크라이슬러와의 전략적 제휴를 맺어 세계적인 회사로 부상하는데 전력을 다할 계획이다.
세계 5대 자동차 메이저 회사로 재도약하기 위해 다임러 크라이슬러와의 포괄적 제휴확대 외에도 해외 생산라인 확충과 플랫폼 공용화,부품업체 통폐합을 통한 대형화 등에 박차를 가한다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자동차 할부금융을 담당하는 현대캐피탈을 육성하거나 기존 금융회사를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현대그룹은 현대중공업 소그룹 분리라는 또 하나의 과제를 안고 있다. 당초 2003년으로 예정됐던 것이 왕자의 난 등으로 급격히 그룹 사정이 악화되면서 일정이 2001년으로 앞당겨진 것. 현대중공업 계열분리도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이미 현대전자 차입금 보증을 사이에 두고 법정 소송 공방을 벌인바 있는 몽헌, 몽준 형체간의 앙금이 완전히 가라앉지 않은 상태다.
이때 발생한 갈등이 해결되지 않아 2000년말에 있었던 현대그룹에 대한 계열사의 지원 분위기에서도 현대중공업은 독자적인 길을 취했다.
현대 계동 본사 사옥을 중공업이 사들일 것이라고 했던 예상은 무너뜨리고 사실상 한푼의 지원금도 내놓지 않았다.
이 뿐만이 아니다. 과다 차입금으로 매각 논란에 시달리고 있는 현대석유화학 문제도 묘한 기류를 발생시키고 있다. 중공업의 현대석유화학 지분을 50%에 가깝게 가지고 있는 대주주다.
현대석유화학은 현재 생산능력 증설에 따른 차입금을 제때 갚지 못해 경영에 어려움에 처해 있다. 일단은 정몽헌 회장의 현대 그룹 지분에 속해 있으나 지분상으로는 정몽준 현대중공업 고문의 몫이라는 모호한 상황이 문제가 되고 있다.
현대그룹은 2000년에 일본 미쓰이 등 외국계 기업의 외자유치를 통해 현대석유화학을 매각하거나 정리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아 질질 끌려가고 있는 실정이다.
정주영 전 명예회장이 어렵게 쌓아올린 거함 현대호가 곳곳에서 발생한 틈을 통해 조금씩 물밑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 힘든 상황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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