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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리포트] 중국인들 '여행패턴' 바뀐다

고속성장… 車보급 확산… <br>여행가이드 따라 줄지어다니는 단체관광은 이제 옛말<br>휴양지·관광명소마다 '자기만의 휴가' 즐기는 사람 북적<br>레저산업도 활력… 국경절 연휴동안 업계수입 25% 급증

중국인 관광객들이 국경절 연휴기간인 지난 7일 명·청 시대 고관대작들이 살았던 전통가옥과 정원이 그대로 보존돼 있는 문화 유적지인 장쑤성 퉁리를 나룻배를 타고 유람하고 있다.


베이징에서 서남쪽으로 200km 남짓 떨어진 고급 휴양지인 허베이성의 바이양디안(白洋淀). 국경절연휴가 막 시작된 지난 2일 기자가 찾은 이 곳에서는 중국 남쪽인 상하이에서 컴퓨터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는 자오위쥔(31)씨가 제트 스키를 타고 호수 물살을 가르고 있었다. 자오 씨가 30분 남짓 호수 위를 질주하고 나면, 다음으로 그의 여자 친구가 제트 스키의 핸들을 잡기를 거듭하는 커플의 모습이 더 할 나위 없이 다정해 보였다. 자오씨 커플은 제트 스키를 타고 2,000위안(36만원)을 업자에게 건넨다. 366평방km의 거대한 호수를 끼고 있는 바이양디안은 호수 사이 사이로 끝없이 펼쳐져 있는 갈대밭 풍경을 즐길 수 있는데다 고즈넉이 사공이 끄는 나무배를 타고 뱃놀이를 즐길 수 있어 중국 북부 지방의 최고급 휴양지중 하나로 꼽히는 곳이다. 이어 국경절 연휴의 막바지인 지난 7일 찾아간 곳은 명ㆍ청 시대의 전통 가옥이 그대로 보존돼 있는 장쑤성 통리. 과거 고관대작이 살던 정원, 별장 등이 온전히 보전돼 있어 옛 선인의 풍류와 삶을 엿볼 수 있는 문화 유적지인 이 곳은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중국인들로 발 디딜 틈 없을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베이징에서 2시간 남짓 노모와 함께 비행기를 타고 이 곳을 찾은 원융시앙씨는 19세기말 청나라의 한 고위 관리가 은퇴후 머물렀다는 곳으로 연못과 고목들이 늘어서 있는 정원을 배경으로 연신 노모의 사진을 찍고 있었다. 중국 국기인 홍기 깃발을 든 여행 가이드를 따라 줄지어 다니는 단체 관광객도 있지만 가족 단위로, 지인들끼리 모여 문화 유산을 감상하는 관광객도 상당수이다. 여행이 보편화하지 않았던 90년대 말까지만 해도 여행사를 통한 관광이 대부분이었지만 이제는 독자적으로 여행 스케줄을 잡고 자기만의 휴가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는 게 퉁리 사람들의 전언이다. 지구촌이 글로벌 경제위기의 여파로 씀씀이를 줄이고 있지만 중국은 주요 휴양지와 관광 명소들이 중국인들로 북적이고 있다. 중국의 고속 경제 성장으로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레저와 휴식을 즐기려는 중국인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특히 중국의 자동차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집집마다 자가용을 이용한 여행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 여행객이 늘고 있는 주요 원인중 하나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맞서 중국 정부는 농촌 내륙 지역에 대한 대대적인 재정 및 금융지원에 나서고 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게 자동차 구입과 관련된 것이다. 중국 정부는 자동차 보조금을 대주거나 세금을 감면해주는 방식으로 자동차 보급을 늘리고 있다. 이 같은 대규모 자동차 경기 부양책으로 중국은 올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부상했다. 자동차 보급이 확산되면서 중국의 레저산업엔 활력이 돌고 있다. 일례로 지난 30일부터 이번 달 3일까지 상하이에서 타 지역으로 빠져 나가는 고속도로 자가용 대수는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했다. 퉁리 등 주요 문화 유적지들이 예전과 달리 가족 단위의 여행객들이 늘어난 것도 자동차 보급과 크게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다. 국경절 황금 연휴를 맞은 허베이성의 바이양디안도 가족 단위로, 또는 친구끼리, 지인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휴식을 위해 찾아온 중국인들로 넘쳐났다. 바이양디안은 연꽃이 활짝 피는 7월 전후의 성수기에는 하루 방값이 1,000위안(약 18만원) 안팎에 달하지만 호젓한 휴식을 취하려는 중국인이 많아지면서 예약하기가 쉽지 않다. 바이양디안을 찾은 한 중국인은 "연꽃이 만발하는 지난 7월에는 중국인 수요가 너무 많고 예약이 꽉 차있어 오지를 못했다"며 "연휴를 맞아 가족과 함께 뱃놀이를 하면서 휴식을 취하려고 왔다"고 말했다. 지난 1일부터 장장 8일까지 지속된 국경절ㆍ중추절 연휴도 중국인의 폭발적인 여행 수요를 자극한 주요 요인중 하나다. 한국은 설날과 마찬가지로 중추절에도 차례를 지내기 위해 고향을 찾지만 중국은 문화대혁명 이후 중추절 차례를 폐지했다. 중국은 지난해부터 과거 7일까지 휴식을 취하던 노동절 연휴 기간을 하루로 축소하는 대신 고유 명절인 중추절, 단오, 청명 등을 다시 공식 휴일로 만들었다. 이에 따라 이들 연휴를 활용해 여가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급속히 늘고 있다. 거듭되는 고속 성장으로 고소득 계층이 갈수록 늘어나는데다 기분 전환과 재충전을 위해 여행을 즐기려는 욕구가 확산되면서 중국의 여행 산업은 확장 일로에 있다. 중국여행연구원은 올해 국경절 연휴기간 동안 중국의 내국인 여행객 숫자가 전년 동기보다 13% 증가해 2억명을 넘어서고 여행업계 수입도 같은 기간 25% 증가한 1,250억위안(약 22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2005년 한해 전체 여행 수입(5,286억위안)의 무려 4분의 1에 가까운 23.6%에 이르는 수치다. 한편 건국 60주년을 맞아 상하이, 구이저우성 준이, 산시성 옌안 등 공산혁명 유적지를 찾는 '홍색 관광'도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이들 지역은 공산 혁명 과정에서 중요한 행사가 열리거나 근거지가 됐던 곳이다. 상하이에서는 1921년 중국공산당 제1차 전국대표대회가 열렸고, 준이에선 1935년 마오쩌둥이 군사위 주석에 올랐다. 옌안은 대장정을 마친 홍군의 혁명 근거지였다. 마오쩌둥의 생가가 있는 후난성 샹탄시 사오산(韶山)를 비롯한 8대 홍색 관광지를 찾은 사람은 올 상반기에만 2,739만명에 이르고, 올해 전체로는 사상 처음 4,0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성대한 국경절 기념식이 열렸던 톈안먼 광장에는 지난 2일과 3일에 하루 평균 150만의 관광객이 몰린 것으로 집계됐다. 건국 60주년을 앞두고 개봉한 홍색 블록버스터 '건국대업(建國大業)'도 연일 매진이다. 1945년 항일전쟁 승리 후 1949년 10월1일 건국 때까지의 과정을 그린 이 영화는 지난 17일 중국 전역에서 개봉 후 열흘만에 2억5,000만명이 관람하는 등 연일 흥행 기록을 바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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