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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12월 4일] 기업들의 이유 있는 항변

연말이 되면 직장인들은 바빠진다. 이 즈음에 꼭 할일 중의 하나가 1년 동안 매달 월급에서 자동으로 떼어갔던 세금을 환급 받을 수 있게 정산하는 일이다. 흔히 말하는 세(稅)테크다. 어떻게든 한 푼이라도 세금을 덜 내기 위해서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금융상품을 가입하고 1년 동안 거의 없었던 정치자금을 제공하기도 한다. 세금을 내기보다 차라리 공제가 되는 기부가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세금은 그리 기분 좋은 단어가 아니다. '납세의 의무'는 반드시 지켜야 하지만 누구나 다양한 방법으로 세금을 줄이려고 안간힘을 쓴다. '임투공제' 뜨거운 감자로 기업도 마찬가지다. 경영계획을 수립할 때 불법ㆍ탈법이 아닌 법의 테두리 안에서 세금을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올 들어 기업들에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것이 임투공제다. 언뜻 듣기에는 다소 어려운 용어처럼 보이지만 풀어보면 쉽다. 임시투자세액공제의 줄임말이다. 기업이 설비에 투자할 경우 임시적으로 투자금액의 10%를 세금에서 깎아주는 투자촉진 세제다. 하지만 말이 '임시'지 기업들은 지난 1982년 도입 이후 당연하게 정착된 제도로 받아들이고 있다. 정부의 조세정책이 법인세를 내리고 비과세ㆍ감면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모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상당 기간 지속돼왔던 임투공제를 폐지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에 일정부분 동의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가 투자를 독려하고 있는 상황에서 임투공제를 폐지하는 것은 기업투자에 찬물을 끼얹을 수밖에 없다는 게 기업들의 항변이다. 임투공제가 사라지면 연간 약 1조8,000억원의 세금을 추가로 내야 한다. 기업들은 임투공제를 전제로 투자계획을 수립했기 때문에 자금조달에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철강ㆍ정유ㆍ유화 등 대표적인 장치산업들은 실제로 투자를 축소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철강업체들은 공식적으로 임투공제 유지를 요구했다. 철강협회는 "철강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적기에 설비투자를 해야 하지만 임투공제가 폐지되면 투자 여력이 축소된다"며 유지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특히 "현재 임투공제 폐지 논의는 정부의 세제지원 확대방침과 상충되는 것으로 정부정책을 믿고 투자를 집행한 기업의 비용부담 증가로 이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국내 5대 철강업체의 설비 투자 금액은 5조1,192억원으로 이들 업체가 받은 임투공제액은 2,750억원이었다. 철강업계는 내년부터 오는 2012년까지 총 18조7,000억원 규모의 설비투자를 준비하고 있다. 현행 10%의 임투공제가 사라진다면 철강업계는 3년간 무려 1조8,700억원의 법인세 부담을 추가로 안게 된다. 당장 내년에만 설비투자액 7조원에 대한 7,000억원의 추가 세금 부담이 생긴다. 정유와 유화업계도 임투공제 유지를 절실히 바라고 있다. GS칼텍스의 경우 총 투자비 3조원을 들여 여수공장에 제3중질유 탈황시설을 짓고 있고 S-OIL도 1조4,000억원을 투자해 방향족(BTX) 생산설비를 증설하고 있다. 이들 업체가 대형 투자사업을 벌이는 이유는 살아남기 위해서다. 중동과 중국ㆍ인도를 중심으로 대규모 최신 설비를 갖춘 수출 목적형 경쟁기업들이 속속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의 기술 수준이 아무리 높다고 해도 설비를 늘려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고 효율 높은 새 설비를 갖추지 않으면 국제 시장에서 해외 신흥 기업을 이길 수 없다. 시설과 생산력이 곧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세수보단 투자확대 정책 우선을 정책 결정은 시기가 중요하다. 현 시점에서 임투공제를 없애는 것은 시기상 부적절하다. 투자에 걸림돌이 있다면 기업들은 주춤거릴 수밖에 없다. 기업이 투자해야 경제가 살아나고 일자리가 생긴다. 지난해 촉발된 위기는 벗어나는 형국이지만 아직도 '진행 중'이다. 국내 경제상황을 보면 수출과 소비는 정상 수준으로 회복됐다. 하지만 투자는 제자리 걸음을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세수확대보다는 좀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기업들의 투자를 확대하고 일자리를 늘리는 데 정책의 우선을 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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