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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칼럼] 재벌개혁, 균형 있는 시각이 필요하다

사회문제 된 양극화 현상… 재벌 비판받을 점 있지만<br>관료·정치인도 책임 많아… 기존 관행 깰 법정비 시급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 3년 반이나 지난 지금도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크게 줄지 않았다. 지난 수년 동안 천문학 숫자의 재정 팽창 정책, 제로(0%)에 가까운 저금리, 통화 완화 정책 등 강력한 처방에도 꿈적하지 않던 세계 경제는 올 들어 유럽을 제외한 미국 등에서 희미하나마 회복 기미를 보이기 시작한다.

한국은 2012년 총선ㆍ대선을 앞둔 정치 소용돌이 속에서 재벌 개혁이 중요한 사회적 의제로 떠올랐고 여야는 경쟁하듯이 재벌 개혁 및 규제에 대한 방안을 연일 내놓고 있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발생한 양극화 현상이 지난 십여년 동안 더 심화되고 고착화돼 지금은 어떤 정책을 써도 단시일 내에 고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이처럼 양극화 현상이 경제 문제를 넘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상황에서 대기업 그룹들의 경제력 집중 현상 심화와 일부 그룹의 힘의 남용은 많은 국민에게 있어 원성의 대상이다.

국민은 대기업들이 치열한 세계 경쟁 속에서 한국 경제를 일으킨 주역으로 자부심을 가지면서도 일감 몰아주기에 의한 편법 상속 및 배임행위, 불공정 하도급을 통한 중소기업 압박, 저임금 비정규직 확대, 중소상인들의 영역 침해, 고위관료의 전관예우 등을 접하면서 큰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

대기업들이 분명히 비판받을 부분이 많다. 그러나 이것이 어찌 재벌들만의 잘못이겠는가. 그동안 입법권을 쥔 정치권, 정책을 집행하는 정부관료, 법을 집행ㆍ판단하는 사법부, 여론을 형성하는 언론 모두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개혁에 있어 중요한 것은 균형 있는 시각을 잃지 않는 것이다. 재벌 개혁은 이미 1997년 외환위기 때 국제통화기금(IMF) 및 외부 영향에 의해 대기업 그룹들의 구조조정과 지배구조 개선 작업이 시작됐다.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회 제도 도입, 회계 투명성 강화, 집단 소송 제도 도입 등으로 제도적인 면에서 한국 기업들의 지배구조는 부분적으로 미흡한 점이 있더라도 전반적으로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제도를 운용하는 사람들의 의식구조가 아직 세계 일류 기업의 스탠더드에 크게 못 미친다는 것이다. 비판받는 경영 형태들의 대부분이 그룹 오너들이 감사위원회, 사회 이사제 등의 지배구조를 적절한 견제와 감시기구로 쓸 의지만 있었다면 모두 사전에 방지할 수 있었는데 이 사태까지 이르게 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필자가 2011년 6월과 7월 송현컬럼에서 언급했듯이 지금이라도 하루빨리 그룹총수와 최고경영자(CEO)들이 감사위원회, 사회 이사제를 불필요한 요식행위가 아니라 적절한 견제와 감시기구로서 인식해 원래 취지대로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개혁의 시발점은 대기업 그룹 및 오너들이 사회적 책임을 철저히 인식하고 국민의 기업이 될 수 있게 대변혁하는 것이다. 정치권ㆍ정부관료 등의 철저한 자기 반성과 변화도 따라야 한다. 대기업들과 오너들이 사회적 책임을 더 확대해서 인식해 편법을 동원한 관행이 그룹의 존망을 야기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갖고 변화해야 한다. 과거의 관행을 일시에 퇴치시키는 것이 기업을 지키고 국가 경제를 지키는 공생의 길이다.

또 그룹들의 윤리의식에만 의존할 수 없으므로 기업의 관행, 현실과 현재의 법 체계의 괴리를 메울 수 있는 적절한 입법이 당연히 수반돼야 한다. 다만 재벌 개혁을 급진적인 해체나 무너뜨릴 대상으로 만들고 선거용이나 선동적으로 전개되지 않아야 할 것이다.

한국식 재벌 모델은 많은 부작용을 낳으면서도 지난 30여년간 산업화와 외환위기를 이겨내고 한국 경제를 이끌어온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서구식 글로벌 기업 모델만이 능사가 아니다. 국가ㆍ시대ㆍ업종에 따라 최적의 기업 모델은 다를 수 있고 그 시기와 환경에 맞게 진화해야 오랜 기간 생존할 수 있다.

지난 외환위기 때 변화하지 않았던 자는 도태됐고 시대의 요구에 맞게 변화한 기업은 강하게 진화한 것을 반면교사 삼아 지금은 대기업들과 총수들이 다시 한번 사회적 책임을 깊이 인식하고 자발적으로 변화를 이끌어가는 리더십으로 한 단계 진화된 모습을 보여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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