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박 터진 한국 조선의 '엄청난 힘'
[대우조선해양 일자리 9000개 늘렸다] 해양플랜트 올인·일감 나누기·소통경영으로 '고용 대박'
이재용기자 jylee@sed.co.kr
고용효과 큰 해양플랜트 주력 적중… 세계 조선업체 첫 100억달러 수주
성동조선 유휴설비·인력 활용 '윈윈'… 협력사 기자재 국산화도 적극 지원
사장은 노조·직원과 끊임없는 대화
대우조선해양 거제 옥포조선소의 E안벽(배를 접안하기 좋도록 항만에 쌓은 벽)에는 수만 개의 파이프가 얽히고설킨 거대한 배 한 척이 정박해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2010년 프랑스 오일메이저 토탈로부터 2조1,400억원에 수주한 '클로브' 부유식 원유생산ㆍ저장ㆍ하역설비(FPSO)다. 현재 공정이 90% 이상 진행된 이 설비는 길이 305m, 폭 61m에 자체 무게만 11만톤에 달하며 하루 16만배럴의 원유와 650만㎥의 천연가스를 생산할 수 있다.
현재 클로브 FPSO의 건조작업에는 하루 평균 2,500명가량의 직원이 투입되고 있다. 일반 상선 한 척을 건조할 때 필요한 인원이 200명 정도임을 감안하면 12배에 달하는 인력이 클로브 FPSO 제작에 투입되고 있는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의 직원이 최근 1년 사이 협력사를 포함해 9,000여명이나 늘어난 것은 클로브 FPSO와 같은 대규모 해양플랜트 수주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경기침체와 유럽 재정위기의 여파로 일반 상선 발주가 급감한 반면 전세계적으로 석유ㆍ가스 등 해양에너지 개발을 위한 해양플랜트 발주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이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보이며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설 수 있었던 비결로는 해양플랜트 집중전략에 따른 역량 강화와 협력사와의 동반성장 노력, 직원들과의 소통경영 등이 꼽힌다.
◇위기 속에서 빛난 해양플랜트 승부수=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142억8,000만달러어치를 수주하며 조선업계 수주실적 1위를 달성했는데 이 중 73.5%인 105억달러를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채웠다.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100억달러 이상을 수주한 것은 세계 조선업계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올 들어서도 노르웨이 스탯오일로부터 원유 생산을 위한 고정식 플랫폼 2기를 수주하는 등 총 27억달러 규모의 해양플랜트 주문을 따냈다.
현재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는 클로브 FPSO를 비롯해 고정식 플랫폼 3기, 해상 플랫폼 설치ㆍ해체선 1기, 드릴십 4기 등 모두 9기의 해양플랜트 건조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해양플랜트는 규모가 크고 전자장비ㆍ기계설비ㆍ파이프 등 연관되는 장치와 설비가 많은데다 이를 한꺼번에 조립해야 한다"며 "따라서 고용 창출 효과가 상선에 비해 매우 크고 지역 일자리 창출에도 큰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고 사장은 지난해 4월 취임 직후부터 '세계 최고 EPCIC(설계ㆍ구매ㆍ제작ㆍ운송ㆍ설치) 업체로의 변신'을 화두로 제시했다. 단순히 해양플랜트를 수주해 제작하는 데 그치지 않고 관련 기술과 인재를 확보해 설계에서부터 구매ㆍ제작ㆍ설치를 일괄적으로 수행, 부가가치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고 사장은 취임하자마자 인사팀에 해양플랜트 엔지니어링 인재 확보를 지시했다. 그 결과 현재 대우조선해양의 본사 인력은 1만3,200명으로 1년 전보다 900명 늘었는데 늘어난 직원 대부분은 엔지니어링 인력들이었다.
◇중소업체와 일감나누기도 적극=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극심한 조선경기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내 중소 조선업체를 돕기 위해 성동조선해양과 업무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현재 많은 중소 조선업체들이 일감 부족으로 도크가 비어가고 수주잔량이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이에 대우조선해양은 성동조선해양의 설비ㆍ안벽ㆍ작업자ㆍ설계인력 등을 지원받을 수 있는 업무협력 양해각서를 맺었다. 대우조선해양이 수주한 물량을 성동조선해양의 작업장에서 성동조선해양의 설계ㆍ생산인력을 활용해 만드는 방식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미 기술력 등이 검증된 조선 전문업체에 설계 및 생산을 맡겨 효율성을 높이고 성동조선해양도 일감 부족으로 인한 업무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양사 모두에게 크게 도움이 되는 협력방안이다.
이와 함께 대우조선해양은 협력사의 기자재 국산화 활동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해양플랜트 패키지 장비를 유럽 업체로부터 들여오면서 일부 장비를 분리해 국내 업체에 발주하는 분리 발주가 대표적이다. 2012년 한해 동안 대우조선해양의 협력사들은 국산화 제품 공급계약을 바탕으로 약 2,500억원의 매출 증대 효과를 올렸다.
◇소통을 바탕으로 한 현장경영=고재호 사장은 지난해 4월 취임 이후 절반 이상을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보내며 현장과의 스킨십에 주력했다. 그가 '현장'을 유독 강조하는 이유는 현장의 중심이 상선에서 해양플랜트로 이동하는 변화 과정에 있기 때문이다. 이에 고 사장은 취임식 당일부터 노동조합을 찾아 대화에 나서고 조선소에서 근로자들의 고충을 직접 듣는 등 소통경영을 펼치고 있다. 그 결과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은 고 사장과 함께 해외 수주계약식에 참석해 성공적인 선박 건조를 선주 측에 약속하는 등 선주들로부터 큰 신뢰를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우조선해양의 사례처럼 기업의 경쟁력 제고가 일자리 창출과 동반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적인 기업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본부장은 "기업이 수익을 내 투자를 하고 새로운 사업을 벌이는 등 확장 과정을 거치면서 진정한 복지인 일자리도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단순히 기업의 규모가 커졌다고 규제를 한다면 기업 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선순환 구조에 제약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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