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은 원화가치가 떨어질 때 은행주를 주로 매도하기 때문에 최근처럼 글로벌 시장 불안 여파로 원화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을 때는 은행주에 투자하는 데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혁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25일 "외국인이 은행주를 사고파는 패턴을 살펴보면 실적보다는 환율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은행주 투자자들은 환율흐름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2005년 이후 은행주의 분기 실적과 외국인투자가의 은행주 누적 순매수 현황을 분석해보면 대체로 실적과 외국인 매매 흐름이 일치하지만 일부 구간에서는 엇갈리는 모습이 보인다. 2008년 1ㆍ4분기와 2ㆍ4분기에는 전분기 대비 순이익이 계속 개선됐지만 외국인은 은행주를 순매도했다. 또 지난해 1ㆍ4분기 역시 은행 실적은 흑자 전환에 성공했으나 외국인의 은행주 순매도 추세는 오히려 강화됐다. 반면 2005년 이후 환율 흐름과 외국인의 은행주 매매 패턴을 살펴보면 외국인은 원화가 강세를 보이면 순매수에, 약세를 나타내면 순매도에 치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외국인은 은행주를 통해 원화에 투자하는 양상을 보이는 것으로 평가됐다. 이 연구원은 ▦은행 실적과 경기 흐름의 일치 ▦은행주의 높은 유동성 등을 이유로 꼽았다. 은행의 실적은 경제 전반의 흐름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경기가 좋아지면 자금 수요가 늘고 이는 은행의 수익개선으로 이어진다. 아울러 은행주는 거래량이 많아 주가에 큰 영향을 주지 않고도 거래될 수 있다. 또 은행주의 경우 개별 기업 요인보다는 거시경제 흐름에 따라 큰 영향을 받는 만큼 상대적으로 종목을 선택하기가 쉽다는 것도 외국인이 은행주를 통해 원화에 투자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이 연구원은 요즘처럼 원화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을 때는 은행주 투자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경상수지 및 자본수지 등 경기 펀더멘털을 보면 환율하락(원화절상) 가능성이 높지만 심리적인 측면에서는 환율상승 가능성이 여전히 높은 것으로 평가했다. 이 연구원은 "앞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화될 경우 환율상승은 불가피하며 외국인이 은행주에 투자할 때 환율에 민감한 만큼 은행주 매도 압력이 증대될 것"이라며 은행 업종에 대해 '중립' 의견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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